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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왜?

영유아편

by My Way

모든 아이들에게는 '질문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보통 만 3세부터 시작된다고 하는데, 아이가 질문을 한다는 것은 말하는 능력과 생각하는 능력이 생겼다는 뜻이고, 호기심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시기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제 아이의 첫 질문은 무언의 눈빛이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돌이 지난 어느 날부터 집안 곳곳의 물건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궁금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저질체력이었던 저는 늘 바닥과 한 몸이었지만, 아이에게서만은 눈을 떼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04화 참조), 아이의 눈빛을 바로 눈치채고 아이가 궁금해하는 사물들의 이름을 알려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아이 눈높이에 맞춰 집안 곳곳에 동물, 과일 등의 포스터(벽보)를 붙여주는 등 아이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이게 뭐야?"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들었고, 점점 의사소통이 원활해지면서부터는 "왜?"라는 질문을 자주 들었습니다.

가끔은 대답하기 곤란하거나, 이해시키기 어려운 질문들로 저를 난감하게 만들기도 하였지만, 아이에게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왜? 왜? 왜?"라는 질문에 최대한 대답하고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아이의 호기심을 채워주기 위해 했던 저의 노력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아이의 말을 절대 끊지 말자.

아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무리 쓸데없게 느껴져도 눈을 맞추고 말을 절대 끊지 않고 이야길 끝까지 들어주었습니다.

물론, 가끔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아이의 말을 끊어야 할 경우들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는 아이의 눈을 맞추고 상황을 설명하고 아이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되면, 이전에 아이가 제게 했던 이야길 되짚어 주며 다시금 신나게 이야길 하게끔 유도하였습니다.


둘째, 아이가 하는 모든 질문에 답을 해주자.

아이가 세 돌 전까지는 꼭 정답이 아니더라도, 상황에 맞춰 대답을 지어내기도 했습니다.


"엄마, 이건(자석 숫자) 왜 냉장고에 붙어요?"

"얘랑 냉장고랑 친구인가 보다. 우리, 얘랑 또 누가 친구인지 한번 찾아볼까?"


하지만, 유아기에 접어든 이후의 질문에는 되도록이면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대답을 해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가끔 제가 모르는 걸 질문하면, 함께 답을 찾아보는 활동들을 하였습니다.


먼저, 아빠에게 가서 물어봤습니다. 그럴 때, 아이에게 "아빠한테 가서 물어봐."라고 하지 않았고, "아빠한테 가서 같이 물어볼까?"라고 하며, 함께 갔습니다. 만약, 아빠도 잘 모르는 문제라면, 아이와 함께 책, 인터넷 등을 총동원해 해답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걸음 더 나아가 질문이 질문으로 끝나지 않도록, 더 많은 호기심으로 확장되도록 관련 책을 꼭 사주었습니다. 아이는 세돌 전에 이미 한글을 뗐고, 책에 대한 거부감도 없어서 그런지, 질문이 새로운 책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즐겼던 것 같습니다.


셋째, 아이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자.

제 아이는 엄마 아빠에게 했던 질문이 책으로 연결되고, 그 책을 통해 새롭게 얻은 지식을 다시 엄마 아빠에게 이야기해 주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적절한 리액션을 섞어가며, 아이의 이야길 귀담아 들어주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거야?"

"오, 그럼, 이게 그래서 이렇게 된 거야?"


그 후, 아이는 엄마 아빠에게 자신이 아는 것을 잘 전달하기 위해 더 꼼꼼하게 책을 읽었고, 결국 그 행동들은 선순환되어 '공부(?)'로 까지 이어졌습니다.


제 아이가 "엄마, 한글공부 하자~요." 혹은 "이모, 숫자공부 하자~요." 같은 말을 제일 많이 했던 시기는 생후 33개월 무렵이었습니다. 물론, 여기서 아이가 말한 '공부'는 우리가 생각하는 '공부'와는 다른 종류였습니다. 아이가 이해한 '공부'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 '공부 = 놀이의 한 종류'였습니다.


초창기 '공부(?)'는 아이가 원할 때, 아이가 하고 싶은 것으로,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이루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한글 공부'를 하자고 하면, 'ㄱ'과 'ㅏ', '+'와 '='을 이용해 '가'를 만드는 놀이(ㄱ + ㅏ = 가)를 했고, '숫자 공부'를 하자고 하면, '2'와 '3', ' +'와 '='을 이용해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숫자 '5'를 만드는 놀이, 아니 공부를 했습니다.


이후, "왜?"라는 질문을 하고,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던 시기의 '공부(?)'는 스스로 책을 읽고, 필사를 하고(07화 참조), 그리고 그걸 엄마, 아빠에게 가르쳐 주는 방식으로 발전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때에도 저는 아이가 원할 때,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 줄 뿐, 어떤 규정된 학습이 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물론, 제 무지로 인해(03화 참조), 영유아도 학습지 같은 것을 통해 사교육을 받는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도 원인일 수 있지만, 영유아기는 '공부'라는 틀에 박힌 활동보다는 무엇이든 재미있는 놀이로 인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사교육 청정구역에서 책 읽기, 사물인지 하기, 한글 떼기, 수학 개념 익히기, 각종 체험하기 등을 거쳐 사교육도 잠시 맛본(09화 참조) 아이는, 생후 39개월 본격적으로 사교육 정글 속으로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열 번째 고슴도치 시선] 생후 360일째부터 혼자 노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구석진 곳에 숨어 있거나 하루 종일 부지런하게 쉴 틈 없이 놀다가도 가끔씩 멍을 때리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아이들의 멍 때리는 현상이 뇌전증이나 자폐 이슈와 맞물려 있던데, 제가 아이를 키울 당시에는 뇌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혼자만의 공간을 만들어 주었고, 그곳에서 제 아이는 생각하는 힘을 길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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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 사교육 정글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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