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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맘 되기 프로젝트

초등 편

by My Way

한때, '알파맘이 좋은가, 베타맘이 좋은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 용어들은 자녀의 교육에 대한 부모의 태도를 지칭하는 말로, 상반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알파맘'은 학원 선택부터 공부하는 방식까지 엄마가 일일이 개입해 소위 '자녀의 매니저'를 자처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베타맘'은 학원에 많이 보내지 않고 자녀의 자율성을 존중하며 조력자 역할만 하는 경우를 지칭합니다(출처 : 세계일보, 2009. 3. 15일 자, '알파맘'이냐 '베타맘'이냐... 상반된 두 교육법 어떤 게 좋을까).


제 아이의 초, 중, 고등학교 시절을 되짚어 보면, 저는 비교적 '베타맘'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도 한때 '알파맘'이 되려고 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아이가 전국적으로도 학구열이 높기로 유명한 지역의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였습니다.


초보 학부모가 된 저는 '이제, 아이를 위해서 뭘 해야 하지?', '무엇을 해주는 게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러자, 주변의, 아이를 먼저 키워 본 선배 엄마들이 이런 조언들을 해주셨습니다.


"엄마의 역할은 정보수집부터야."

"또래엄마들과 교류하며 정보를 많이 모아 두고, 아이의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해."


그 당시 저에게는 아이의 중고등학교나 대학 입시가 너무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지만, 선배 엄마들의 말씀에 일리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정보력을 갖추고, 아이의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엄마, 즉 '알파맘'이 되어 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일단, 정보를 얻을 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아이가 가져다주는 가정통신문, 아이가 들려주는 학교생활 이야기, 그리고 아이 하교를 기다리며 학교 정문 앞에 홀로 서 있는 동안,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엄마들의 대화를 슬쩍 엿듣는 것, 이것이 제가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전부였습니다.

게다가 그곳에는 어린이집, 유치원, 혹은 같은 아파트 주민이라는 유대감이 이미 엄마들 사이에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저로서는 그 틈에 끼어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엄마의 정보력이 중요하다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제가 생각한 '정보'는, 흔히 말하는 알파맘의 그것과는 결이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저 아이의 학교생활이 궁금했고, 아이가 공부하는 환경을 조금 더 알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때는 그것이 바로 알파맘의 정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학교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돌파구를 스스로 찾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학교에서 주최하는 공식적인 학부모 행사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학교에서 하는 공개수업, 학부모 회의, 학부모 자원봉사(교통 지도, 청소 도우미 등) 등 학교에서 학부모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다고 하면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참여했습니다. 특히, 엄마들이 꺼리고 서로 미루는 일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하다 보니, 담임 선생님의 눈에 띄었는지, 학교운영위원회의 학부모 운영위원 자리에 공석이 생기자 저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학교 운영에 깊숙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더불어 생각지 못한 수확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선생님들과의 소통이 원활해졌습니다.

만약 학부모 운영위원이 되지 않았다면, 제 성격상 선뜻 선생님을 찾아뵙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운영위원이 되면서 정기적인 회의에 참석하고, 학교에서 주관하는 여러 행사에도 참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교에 나갈 일이 많아졌고, 그만큼 선생님을 뵐 기회도 많아졌습니다. 덕분에 아이의 교우관계나 학습 상황, 학교 생활 전반에 대해 선생님으로부터 직접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고, 그 외에도 학교와 아이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들을 쉽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다른 학부모님들과의 교류가 수월해졌습니다.

3월이 지나자, 1학년 학부모 모임이 생겼습니다. 저도 꼭 참석하고 싶었지만, 낯설고 어색할 것만 같아서 자꾸 망설여졌습니다. 그런데, 같은 반 엄마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이유는, "OO이 엄마가 학부모 운영위원이 되었다."는 소문 덕분이었습니다.

친구 엄마들은 저에게서 학교 정보를 얻고 싶어 했고, 저 역시 그들을 통해 아이 친구들과 교육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처음에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만났지만, 차츰 서로 안부를 묻는 사이로 가까워지며 다양한 정보를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제 알파맘 되기 프로젝트는 한동안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고, 아이 또한 학교 생활에 필요한 기본기를 익히며 잘 적응해 나갔습니다.




* 저도 엄마인지라, 지극히 주관적으로 아이를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교육 정글 속 생존자의 기록 1 _ 영유아편'에 이어 고슴도치 시선으로 본 제 아이의 특징을 한 줄 코멘트로 달아볼까 합니다. 너무 정색하지 마시고, 재미 삼아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열네 번째 고슴도치 시선]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도 참석하는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았습니다. 아이는 친구들과 잘 어울렸지만, 낯을 많이 가리던 저는 그 자리가 몹시 불편해 쭈뼛거리며 겨우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제 모습이 아이 눈에 비쳤던 모양입니다. 또 다른 생일파티에 초대받은 날, 아이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가 힘들면, 저 혼자 갔다 와도 돼요."


다른 친구들은 모두 엄마와 함께 참석할 텐데,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 아이의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동시에 제 모습 때문에 아이가 불편했겠구나 싶어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날을 계기로 저는, 적어도 같은 반 엄마들과는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반 모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제 아이는 어렸지만,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줄 줄 알고, 스스로를 챙길 줄 아는 배려심과 독립심이 강한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다음 이야기] 초등 적응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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