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편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사보거나 들어봤을 'Why?' 시리즈.
학습 만화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제 아이가 어릴 때도 '내일은 실험왕', '내일은 발명왕', '내일은 수학왕', '수학도둑', '마법천자문' 등, 'Why?' 시리즈 외에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학습 만화들이 정말 다양하게 나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학습 만화, 과연 사줘도 되는 걸까요?
제 대답은 마지막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생후 6개월부터 잠들기 전 책 읽기를 시작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어준 덕분인지, 제 아이는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습니다. 그 결과,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그림 없이 글만 있는 두꺼운 책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이가 처음 'Why?' 시리즈에 관심을 보였을 땐, 저 역시 망설여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책을 읽어봤고, 결국 'Why?' 시리즈를 사 주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책 읽기' 보다는 '책과 친해지기'에 방점을 둔 영유아기의 독서(1편 06화 참조)와 달리, 초등 저학년의 독서는 '책은 재미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아이의 독서에 대해 저만의 원칙도 몇 가지 세웠습니다.
첫째, 책(학습 만화 포함)은 아이가 원하면 언제든지 사주자.
저는 책을 선물이나 보상으로 주지 않았습니다. 책은 아이가 원할 때 언제든지 가질 수 있고,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길 바랐습니다. 특히 일상의 호기심과 질문을 책으로 연결하는 활동(1편 11화 참조)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아이가 필요로 할 때마다 책을 아낌없이 사주었습니다.
또한, 영유아기때와 마찬가지로 전집은 사주지 않았습니다. 'Why?' 시리즈가 아무리 유익한 책이라 하더라도, 아이가 흥미를 보이는 주제를 중심으로 순서와 관계없이 그때그때 원하는 책을 한 권씩 사주었습니다.
다만, 스토리 흐름상 처음부터 읽어야 이해가 되는 책(학습 만화 포함)의 경우에는, 아이가 원하면 1권부터 차례로 사주긴 했습니다. 그때도 한꺼번에 여러 권을 사주기보다는 수고스럽더라도 한 권씩 사주며, 아이가 책을 단순한 만화로만 소비하지 않도록 신경 썼습니다.
둘째, 책은 아이가 원하면 어디서든 읽을 수 있게 해 주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저는 가장 먼저 아이의 공부방을 마련해 주었습니다(03화 참조). 하지만, 그곳에는 학습과 관련된 것들만 두었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들은 모두 휴식공간인 아이방에 두었습니다.
저녁 식사 후 공부방에서 이루어지는 숙제하기, 책가방 싸기, 다이어리 쓰기 등과 같은 기본 루틴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들은 온전히 아이만의 자유시간이었습니다. 아이는 그 시간을 활용해 자신의 방은 물론, 거실이나 공부방 등 집안 어디서든 책을 자유롭게 읽었습니다.
그 외, 가끔 외출을 할 때에도 아이가 원하면 책 한두 권을 꼭 챙겼습니다. 아무리 짐이 무겁고 번거롭더라도, 아이가 책을 읽고 싶은 순간을 놓치지 않도록,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늘 곁에 둘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초등 1학년] 잠자기 전 독서 타임
셋째, 책 이야기로 아이와 자연스럽게 소통하자.
저는 책을 사줄 때, 대부분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었지만, 'Why?' 시리즈 같은 학습 만화는 일단 제가 먼저 읽어본 뒤에 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책들을 아이와 함께 꼭 읽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아이의 책을 함께 읽은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책 이야기를 통해 아이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이와 함께 읽은 책 이야기는 저녁 식사나 간식 시간에 자연스러운 대화 소재가 되곤 했습니다.
"OO아, 여기 이 부분, 엄마는 잘 모르겠던데 설명해 줄 수 있어?"
"아, 이건요..."
가끔은 아이가 먼저, 책을 읽고 알게 된 지식을 자랑하고 싶어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땐 늘 아이와 눈을 맞추고, 아이의 이야길 귀담아 들어주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초등 저학년 시기의 독서는 독후 기록 같은 형식적인 방식보다 짧은 대화를 통해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책의 내용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시간들은 단순한 독서를 넘어, 아이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해주는 뜻깊은 순간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학습 만화, 과연 사줘도 되는 걸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Yes."입니다.
단, 한 가지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른이 봐도 재미있고 유익하다고 느껴지는 학습 만화가 많습니다. 그래서 굳이 학습 만화를 기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초등 저학년 때 학습 만화에 눈을 뜬 제 아이를 보면, 주로 'Why?' 시리즈 같은 학습 만화를 즐겨 읽었지만, 그 틈틈이 위인전, 전래동화 등 다양한 장르의 책도 함께 읽었습니다. 그래서, 독서 습관이 잘 갖추어져 있는 아이여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Why?' 덕분에, 제 아이의 호기심이 자극되고, 더 많은 지식을 알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채워졌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제게 'Why?'는, 제 아이가 과학고에 진학하고, 나아가 카이스트에 입학하는데, 작지만 결정적인 발판이 되어 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일곱 번째 고슴도치 시선] 만화라는 이유만으로 아이에게 'Why?' 시리즈 사주기를 망설였던 제 걱정과는 달리, 아이는 'Why?' 책 한 권을 정말 여러 번, 깊이 있게 읽었습니다. 심지어 각주로 달린 설명까지 달달 외울 정도였고, 나중에는 책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반복해 읽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제 아이는 글책이든 만화책이든 상관없이 흥미를 느끼면 깊이 몰입하는, 지적 호기심과 집중력이 뛰어난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다음 이야기] 구구단을 외자. 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