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내게 소설을 묻는다면] 감상
나는 소설을 쓰면서 한 번도 소설이 무엇이라 생각한 적이 없다. 소설의 정의가 무엇이라 누군가 물어본다면 나는 너의 이야기 혹은 나의 이야기라고 대답을 한다. 한 마디로 소설을 규정을 짓는다는 자체에 굉장한 불쾌함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의 맥락은 나의 의견과 맞닿은 부분이 많다. 소설이라는 것은 가상이지만, 진실된 인물들의 여정이다. 즉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인생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사건들이 모여 큰 사건을 이루고, 큰 사건이 하나의 주제를 이루지만, 그 전의 모든 과정이 인생의 여정이고 소설의 부속물들이다. 이것들을 어떻게 한 마디로 규정한단 말인가. 당신의 인생을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있는가. 나의 인생을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있는가.
작가들은 소설을 통해 어떤 인생을 정돈된 언어로 이야기해 주는 사람들이다. 이 책은 소설을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없다는 증거임과 동시에 여러 사람들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온 소설의 감동을 증명하는 자리이다. 소설을 읽고자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자신의 삶을 확인하고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의 인생의 위치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나는 저자들의 마음도 이와 다를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 생각들을 확인하는 자리를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만족할 수 있다.
이곳에 많은 저자들은 각기 다른 여정들을 경험하고, 그들에게서 얻은 감동을 고백한다. 소설은 우리의 삶을 재현하지만, 결국 우리의 삶은 소설의 삶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현실은 점점 소설적인 사실이 되어가고, 소설은 점점 현실적인 사건이 되어간다. 이 시점에서 이 책은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것과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이 지닌 가치를 묻는다면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가치라고 대답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소설을 제시하였고,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자신의 소설을 떠올린다. 그것은 자신의 유토피아가 될 수도 있고, 자신이 정말 겪고 싶지 않은 디스토피아가 될 수도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과 소설의 삶을 비교 대조하며 자신의 삶의 방향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방향을 여러 갈래로 표현하고 있어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적용할 수 있다.
장성수 교수의 말마따나 우리가 소설을 보며 울고 웃는 것은 우리의 지나온 삶의 풍경이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 아닌가. 소설은 항상 그렇게 남을 것이다. 우리의 삶을 비켜간 소설, 우리의 삶을 관통한 소설, 그 사이에 독자들은 안도하거나 위로 받을 것이다. 소설이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 항상 존재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이 책을 통해 확인 받을 수 있다.
이 책의 서평 또한 자신의 삶에서 재구성될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삶을 보는 일은 자신의 삶에서 완성된다. 우리는 늘 타자가 되고, 사회 속에 얽힌 나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회 속의 타자를 내세우는 일은 소설이 끊임없이 담당하게 될 것이다. 결국 소설 속의 인물이 나와 일치가 되는 순간, 그렇게 스스로 만들어가는 순간을 떠올리며 소설은 영원히 향유될 것이다. 이 소설의 작자들이 자신이 뽑은 소설에 그러했듯이.
이 책을 어떻게든 규정을 해보자면 문학을 외우는 현 세대에게 들려주는 문학의 진실과 진심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문학은, 소설은 자신의 삶을 확인하는 자리이지, 자신의 삶을 암기하는 자리가 아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소설의 진심과 진실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이 소설의 수많은 작가들뿐만 아니라,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소설들의 작가들도 큰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