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동화] 소똥 냄새 (1편)

by 오로지오롯이


라마는 로뎀 학교에서 가장 어린 학생이다. 물론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개구쟁이 꼬마아이였다. 다만 다른 학생들과 다른 점은 학교 입학식 때 집에 있는 소 한 마리를 데려온 것이었다. 아이들은 라마에게 물었다. 학교에 소를 왜 데려온 거야? 소는 학교에 올 필요가 없어. 하지만 라마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소는 내 친구 라시크야. 학교에 다니면 라시크를 잘 볼 수 없잖아. 이 소는 나와 가장 친한 친구거든. 교장 선생님과 친한 힌두교 마을의 이장님이 특별히 부탁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라마가 학교에 적응을 할 동안만 소를 학교에 두기로 한 것이었다. 라마는 그 힌두교 마을 이장님의 귀여운 늦둥이 아들이었다.


라마의 친구 라시크는 수컷 소이지만 여자 이름이었다. 라마와 같은 날 태어난 라시크는 사실 라마가 여자로 태어났으면 얻었을 이름이었다. 그렇게 그 둘은 친구 아닌 친구처럼, 형제같이 함께 커왔다.


“야 라마. 저리 가. 너한테서 소똥 냄새 나!”


이슬람 마을에서 온 하산은 라마의 목덜미를 잡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어제 소고기를 먹었다며 자랑을 했다. 라마, 넌 소고기 맛이 어떤지 모르지? 너희 마을에서는 절대 먹어보지 못하잖아. 라마는 화가 났다. 그도 그럴 것이 라마는 소를 먹는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친한 친구를 먹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라마는 운동장에 거닐던 라시크가 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부리나케 밖으로 뛰어나갔다.


라시크는 힌두교 마을에서 신처럼 여겨졌다. 힌두교는 옛날부터 소를 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소는 힌두교 역사 속에서 사람들을 항상 도와줬고, 먹을 것을 제공했기 때문에 힌두교 사람들은 소를 절대 먹지 않고 때리지도 않았다. 다만 그것은 힌두교 마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었다. 옆 마을, 이슬람 마을에서는 소고기도 먹고, 소를 신이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 이슬람 학생들이 라시크를 괴롭힐까봐 라마는 한시라도 라시크와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수업 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항상 밖에서 서성이는 라시크를 바라봤다.


“라마, 여기는 고학년 반이야! 너 같이 소똥 냄새가 나는 놈은 저학년 반으로 가!”


하산은 고학년 반에서 창문으로 라시크를 쳐다보던 라마에게 소리쳤다. 라마는 라시크가 저학년 반 창문에서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고학년 반으로 올라온 것이었다. 오늘은 여기서 수업을 들을래요! 라마는 교실로 들어오는 까띠아르 선생님에게 떼를 쓰기 시작했다. 고학년 수업은 네가 듣기에 너무 어렵단다, 라마. 로뎀 학교의 까띠아르 선생님은 결국 그런 라마를 위해 하루에 한 시간씩 라시크와 놀게 하는 시간을 주었다. 까띠아르 선생님은 라마를 아직 학교 수업을 받을 준비가 안 된 어린 아이라고 생각했다. 선생님 덕분에 라마는 점차 라시크와 함께하는 학교 생활을 적응할 수 있었다. 허나 수업 시간을 빼고 라시크와 노는 시간도 부족했던 라마는 수업이 끝나도 집에 가지 않았다. 항상 밤 늦게까지 라시크와 놀다가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일쑤였다. 어느 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라마는 갑자기 생각에 빠져 혼자서 중얼거렸다.


“라시크는 우리 가족에게 우유도 주고, 똥도 주는데, 하산 형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 거지?”


라마는 힌두교 마을에 있는 집을 바라보았다. 집집마다 소의 똥을 펴서 말리고 있었다. 말린 똥을 태우며 라마는 오늘도 따뜻한 방 안에서 잘 수 있을 것이다. 라마의 똥그란 두 눈과 긴 눈썹, 앙증맞게 나온 뱃살. 그날따라 라마는 더욱 라시크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아빠, 하산 형이 나 보고 소똥 냄새가 난대요!”


집에 도착한 라마는 차를 마시던 아빠에게 소리쳤다. 라마는 순간 말해놓고도 평소 성질이 고약하신 아빠가 하산 형을 찾아갈까봐 무서웠다. 하지만 아빠는 별 다른 반응이 없었다. 어제 오늘 있었던 일도 아니고, 수십 년 간 이슬람 사람들은 우리를 깔보던 사람들이니 네가 참으면 그만이라며 오히려 라마를 다그쳤다. 라마의 아빠도 어릴 때부터 겪는 일이었던 모양이었다.


“오늘 태울 말린 소똥이나 밖에서 가지고 오너라.”


라마는 밖으로 나가 말린 소똥을 몇 개 주워들었다. 냄새가 났지만, 오히려 라마는 그 냄새가 좋았다. 이 냄새가 왜 싫은 거지? 라마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맛있는 카레 냄새보다도 좋은 이 냄새를 왜 피하는 건지, 그 냄새가 싫으면서 소고기는 왜 먹는 건지 모든 것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아빠도 소고기를 먹어봤어요? 라마는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는 말했다. 당연히 먹어봤지! 라마는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아빠는 웃으면서 어떻게 신성한 소를 먹을 수 있냐며 라마의 볼을 가볍게 꼬집었다. 라마는 아빠를 피해 방으로 잽싸게 뛰어들어갔다. 아빠는 방 밖에서 외쳤다. 라마 많이 놀랐니? 많이 미안하구나. 라마는 울상을 지으며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라마는 이틀 동안은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 것이라며 다짐을 하였다. 그 무렵 소똥이 잘 타고 있는지 방은 점점 따뜻해지고 있었다. 라마는 학교에 있을 라시크를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여느 날처럼 라마는 라시크를 보기 위해 학교로 뛰어갔다. 아침은 다 먹고 가야한다는 엄마의 잔소리도 라마는 신경 쓰이지 않았다. 학교에 도착한 라마는 아침 조회를 하기 위해 서 있는 학생들을 쳐다봤다. 아직 조회 시간이 아니었다. 멀리서 까띠아르 선생님이 라마를 불렀다. 라마 얼른 줄을 서야지? 오늘 전학생이 온다고 하지 않았니. 라마는 선생님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하며 라시크가 있는 학교 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라마! 라마! 까띠아르 선생님은 단걸음에 뛰어와 라마를 들어 안았다. 라마는 발버둥을 치며 이리저리 몸을 흔들었다. 그때 전학생이 까띠아르 선생님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로뎀 학교에 다니게 된 파티마예요.”


라마는 발버둥을 멈추고 파티마를 쳐다보았다. 귀여운 꼬마구나! 안녕? 파티마는 라마에게 인사를 했다. 라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고개를 숙였다. 혹여나 파티마와 눈이 마주칠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댔고, 볼은 발그레해졌다. 라마는 선생님께 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선생님은 아침 조회를 먼저 해야 한다며 안 된다고 했다. 라마는 도망칠 생각이 없었다. 다만 파티마 앞에서 어린 아이처럼 보이긴 싫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라마를 아기처럼 품에 안고 파티마와 함께 조회를 하기 위해 운동장으로 향했다.


파티마는 교장 선생님 옆에서 인사를 하고 고학년 반 줄에 섰다. 라마는 까치발을 들며 파티마를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파티마는 라시크만큼 귀엽고 앙증맞은 눈망울과 빨간 볼 때문에 다른 어떤 여학생들보다 아름다웠다.


라마는 조회가 끝나자마자 저학년 반으로 뛰어 들어갔다. 라시크가 보고 싶긴 했지만, 나가다가 밖에 있는 파티마와 마주칠까 걱정이 되었다. 그때 까띠아르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왔다. 그리고 약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곧 우기란다. 우기가 뭔지 알지? 곧 비가 많이 오게 될 거야. 아이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라마는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


로뎀 학교는 대대적인 홍수 대비에 들어갔다. 우기에는 비가 많이 와서 일 년에 한 번씩은 큰 홍수가 학교의 일층을 덮어버리곤 했기 때문이었다. 비가 언제 많이 와서 홍수가 날지는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미리 대비를 해야 했다. 선생님과 학생들은 일층에 있는 교무실과 저학년 반의 물건을 고학년 반이 있는 이층으로 옮기는 일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파티마는 전학을 오자마자 물건을 옮기는 신세가 되었지만 불평불만 없이 웃으며 일을 했다. 라마는 조그마한 짐을 옮기며 고학년에서 정리를 하고 있는 파티마를 흘끔흘끔 쳐다보았다.


파티마는 간간이 라마의 눈짓을 느꼈다. 파티마는 살금살금 라마 옆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라마의 허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찌르며 말했다. 이름이 라마라고 했니? 참 귀엽구나. 라마는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는 들고 있던 조그만 액자를 책상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물었다. 누나는 어디 살아? 파티마는 미소를 지으며 라마를 바라보았다. 나는 저기 왼쪽에 있는 마을에 살아! 파티마는 이슬람 마을 쪽을 가리켰다. 라마는 순간 놀라 발걸음을 뒤로 뺐다. 그러곤 저 멀리 운동장의 라시크를 쳐다봤다.


“파티마! 이 소똥 냄새 나는 아이와 놀지 마. 내가 학교를 소개해줄게.”


하산이 파티마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라마는 하산 형과 파티마 누나가 힘을 합치면 라시크를 먹어치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학년 반 두 명의 힘은 라마가 막아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파티마는 하산의 손을 뿌리치고 라마가 쳐다보는 라시크 쪽으로 몸을 돌렸다. 라시크는 내 친구야, 건들지 마! 라마는 파티마에게 소리쳤다.


“나도 소를 굉장히 좋아해 소는 농사를 지을 때나 밭을 갈 때도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줘. 라시크라고 했니? 이름이 참 예쁘구나.”


파티마는 라마의 귀에 속삭였다. 라마, 네 친구 좀 소개해줄래? 라마는 곧 터져나올 것 같은 울음을 참고 하산 형을 바라보았다. 어떻게든 이곳을 피해야 할 것 같았다. 내 친구를 괴롭히지 않는다면 소개해줄게. 라마는 라시크에게만 들리도록 조용히 말했다. 물론이지! 우린 다 친구잖아. 네 친구가 궁금해! 파티마는 몸을 숙여 라마의 큰 눈을 바라보았다. 라마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멀리서 하산이 소리칠 것 같았지만 다행히 하산은 교실에 들어가고 없었다. 파티마는 라마의 뒤를 따라 라시크가 있는 학교 밭으로 향했다.


라마는 파티마에게 평소에 자신이 라시크와 하던 놀이를 보여주었다. 라시크의 발자국을 밟아 따라가는 것이었다. 라시크의 발자국 위로만 걸어야 했다. 균형을 잃고 다른 발자국을 만들면 실패하는 놀이였다. 파티마는 라마에게 자기도 같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라마와 파티마는 둘이서 몸을 갸우뚱거리며 라시크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그러다 라마가 앞을 못 보고 라시크의 엉덩이에 뽀뽀를 하자 파티마는 소리 내어 크게 웃었다. 라마는 파티마가 웃는 모습에 덩달아 까르르댔다.


며칠 후 라마는 주말을 맞아 조용한 학교에서 라시크와의 둘 만의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부모님이 시킨 일들을 아침 일찍 다 끝내버리고 하루 종일 라시크를 보기 위해 학교로 뛰어갔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뛰어서 계속 넘어지며 학교로 향했지만 라마는 행복했다. 라시크와 마을 강가로 가서 산책도 하고 그곳에서 학교에서 만든 연도 날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학교에 다다를 무렵 라마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주말인데도 사람들이 학교 정문에 모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학교에 나가는 날이 아닌데? 라마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사람들 무리로 다가갔다. 그때 큰 소리가 났다.


“이놈의 소를 다 먹어 치워버리든가 해야지!”


놀란 라마가 무리들 안으로 끼어들어갔다. 그 무리 안에는 라시크가 고개를 푹 숙이고 움직임 없이 서 있었다. 힘도 없어보였고, 다리가 저리는지 뒷발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라마는 라시크의 다리를 어루만져 주었다. 라시크가 아픈 게 분명했다.


무리는 라시크를 가운데에 두고 두 편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이슬람 마을 사람들과 힌두교 마을 사람이었다. 그리고 가운데서 까띠아르 선생님이 두 무리의 싸움을 말리고 있었다.


로뎀 학교의 오른쪽은 힌두교 마을이고, 왼쪽은 이슬람교 마을이었다. 종교가 다른 마을 사이에 학교가 있다 보니 그곳은 두 마을의 소통 창구가 되었다. 두 마을 사람들은 종교가 다르고 문화도 달라서 서로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그래서 학교 이름을 로뎀이라고 지었다. 평화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평화라는 말이 무색하게 두 마을은 또 다시 다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소가 우리 집 옆길을 다 파헤쳐버렸다고! 안 그래도 홍수 대비 때문에 정신없어 죽겠는데!”


하산의 아버지였다. 그가 말하자 옆에 있던 이슬람 마을 사람들도 하나 둘씩 소리치기 시작했다. 우리 집 앞마당도 다 파버렸어! 우리 집 뒷마당도! 며칠 사이에 라시크가 이슬람 마을의 집 주변을 다 파헤쳐버렸다는 것이었다. 라마는 믿을 수 없었다. 라시크는 라마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 소가 우리 마을 흙을 다 먹어치울 생각인가! 우리도 이 소를 먹어치워야겠어!”


하산의 아버지가 외친 그 소리에 힌두교 마을 사람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소를 먹어치우다니! 용서할 수 없어! 두 마을 사람들은 몸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라마는 라시크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 싸움을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이슬람 사람들이 라시크의 몸과 다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라마는 자신이 맞는 것처럼 괴로웠다. 까띠아르 선생님은 가운데서 겨우 중재를 하기 시작했다.


내 친구를 괴롭히지 마! 흥분에 찬 나머지 라마의 함성이 하늘을 찔렀다. 그 바람에 까띠아르 선생님은 자신이 하던 말을 끊고, 라마에게 어른들의 대화에 방해가 되니 라마는 집에 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때 이슬람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하산의 모습이 보였다. 하산 형의 머리통에서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입 모양을 보니 ‘소똥 냄새가 나니까 꺼져!’라고 욕을 하는 것 같았다. 라마는 죄를 지은 것처럼 조용히 고개를 숙여 눈물을 흘렸다.


다음 날 라마는 라시크를 집에 다시 데려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학교로 가서 목장에 있는 라시크의 허리를 몇 번 쓰다듬고 집으로 가자고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라시크는 학교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았다. 몸이 아파서인지 나가면 또 사람들이 때릴 거 같아서인지는 몰라도 라시크는 학교 정문을 등지고 아예 자리에 앉아버렸다. 이 바보야 널 때리면 너도 때려버려! 너는 그 사람들보다 몸집도 더 크고 힘도 더 세잖아! 라마는 울상을 지으며 어쩔 수 없이 일단 수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수업에 들어간 라마는 또 한 번 놀랐다. 고학년인 힌두교 형 누나들이 저학년 반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학년 반은 일층에 있어서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 물건들을 이층의 고학년 반으로 다 옮겼기 때문에 앉아 있을 의자도 몇 개 없었다. 힌두교 학생들은 자리에 서서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그때 하산이 이 층에서 소리쳤다.


“힌두교 놈들은 홍수가 나면 거기 일층에서 다 잠겨버려! 이 소똥 같은 놈들아!”


라마는 움찔하며 뒤를 돌아보다가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라마 형과 눈이 마주쳤다. 라마는 하산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려고 노력했다. 자신이 하산에게 대항하기에는 몸이 너무 작았기 때문이었다. 하산의 옆에는 파티마도 있었다. 파티마는 라마를 빤히 쳐다보다가 하산의 뒤로 물러섰다. 라마는 파티마를 뚫어지게 째려보았다. 까띠아르 선생님이 하산을 혼내고 저학년 반에 있던 힌두교 학생들을 이층으로 올려 보낼 때에도 라마는 저학년 반에 수그리고 앉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쉬는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밖으로 뛰어나가 놀았다. 하산은 이슬람 아이들을 데리고 라시크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학교 벽돌 담벼락으로 라시크를 데려갔다. 담벼락에 올라선 이슬람 아이들은 라시크의 등에 타기도 하고 뿔에 줄을 달아 라시크가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러고는 공을 차서 라시크 맞히기 놀이를 했다. 힌두교 아이들은 화가 났지만, 라시크가 이슬람 마을에서 계속 사고를 치고 있었던 것을 알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이 놀이에 함께하는 힌두교 아이들도 있었다. 하산은 힌두교 아이들에게 말했다.


“우린 소와 놀아주는 거야! 너희가 그렇게 좋아하는 소와 놀아준다고. 같이 놀 사람은 이리 붙어!”


힌두교의 한 아이가 라마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뒤늦게 알게 된 라마는 담벼락에서 라시크 몸으로 뛰어내리는 아이들을 향해 욕을 했다. 그러자 이슬람 아이들은 까띠아르 선생님에게 라마가 욕을 했다고 고자질을 했다. 선생님이 담벼락에 도착하여 라마에게 꿀밤을 때렸다. 라마는 라시크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 고개를 숙이고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하산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다시 학교로 들어갔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keyword
이전 08화[소설] 극공의 하늘 (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