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방인 Oct 02. 2020

월요병? 출근병?

진심인지 우스갯소리인지 도무지 판단하기 어려운 “월요병”의 치료법에 대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장시간 쉬었기 때문에 월요병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시간 쉬지 않으면 된다는 황당한 내용이 바로 그것이었다. 간단했다. 일요일에 출근하면 된다고 한다. 헛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는 해결책이자 맞는 얘기인지 틀린 얘기인지 잠시 헷갈리기도 할 법한만한 해결책이기도 했다.


주 5일 등교, 주 5일 근무가 새삼스럽다고 느껴진다면 이미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과거 토요일에 등교를 했었었고, 토요일에도 출근을 했었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제 5일 일을 하고 주말 이틀을 쉬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졌다. 토요일에 회사를 왔다느니 업무를 봤다느니 하는 얘기를 하는 순간 이미 라떼는 말이야를 남발하는 꼰대가 돼버리고 말 것이다. 5일 근무로 인해 쉬는 시간이 더 늘어났고 여가시간도 더 늘어났다. 분명히 좋은 일이고 분명히 신나는 일인데 그에 따르는 부작용이 조금 더 커져버린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일 것이다. 하루를 쉬었을 때보다 이틀을 쉬고 나서 출근하기가 더 싫고 더 힘들어진다는 점 말이다.


속칭 “월요병”이라고 불리는 장기간 휴식 후 업무에 복귀하는 일은 어지간해서는 익숙해지기가 어렵다. 즐거웠던 순간, 신났던 순간들을 뒤로 하고 전쟁터와 같은 만원 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가자니 지난 휴식기간의 순간들이 너무나도 아쉽게 느껴지고 너무나도 소중하게 느껴지기만 한다. 겨우겨우 회사 의자에 몸을 기대었으나 머릿속은 멍하고 이곳이 어디인지,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잠시 정신을 차릴 시간이 필요하고, 조금의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그러나 회사일이라는 게 그렇게 호락호락할 리가 없다. 월요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쏟아지는 업무와 밀려드는 전화는 잠시 잠깐의 여유도 허락하지를 않는다. 주말 동안 세상에는 무슨 일이 그리 많이 생겼었는지 신기함도 느껴지고, 주말 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데드라인이 다가오는 일들은 사무실에 앉아 피씨를 키는 동안 번개처럼 머리를 강타하고는 한다. 그래서 출근 후 산적해있는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곱씹어가며 억지로라도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가지는 일은 농땡이가 아니라 잠시 쉬고 있던 몸과 마음을 일깨워줌으로써 열심히 일을 하기 위한 일일 수가 있다.


일주일을 단위로 이루어지는 월요병과 더불어 퇴근 후의 삶을 즐긴 후 다음 날 출근할 때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퇴근 후 때로는 취미생활을 즐기기도 하고, 때로는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며, 또 어떨 때는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 밤이 지나가고 아침에 출근을 하자니 피곤하기도 하고, 즐거웠던 어제의 일들이 생각나 회사에 도착하더라도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러나 역시 회사는 만만한 곳이 아닌가 보다. 출근하고 상사에게 인사를 하자마자 지시가 내려지는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미처 의자에 앉기도 전에, 미처 가방을 자리에 놓기도 전에, 미처 피씨 전원을 켜기도 전에 어제 그 일에 대해서 보고하라고 상사가 지시가 내려질 때면 월요병의, 출근병의 증상은 더욱 악화되고야 만다. 잠시 잠깐만 정신을 집중하고 업무를 할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은 머릿속에서만 맴돌기만 할 뿐이다.


물론 칼출근-출근 시간을 1분 1초도 어기지 않고 정확히 9시에 맞추어 출근하는 경우-을 하자마자 커피를 마시러 자리를 이석한다거나, 담배를 피우러 자리를 비우는 일은 때때로 눈총을 받을 수 있기도 하다. 널널하던 화장실이 9시가 되자마자 붐비는 일도 있다. 잠시 잠깐이라도 워밍업을 위해, 집중하고 몰두하는 오늘 하루를 위해 조금은 여유 있게 출근하고, 오늘 하루를 준비하는 일이 필요할 것 같다. 운동을 할 때도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땀이 조금씩 나기 시작해야 앞으로 할 운동이 더욱더 효과가 있고 나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건강한 오늘의 삶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오늘 하루를 위해 조금의 여유가 필요하고, 또 그러한 여유를 인정해주는 일이 필요할 것 같다.

이전 12화 저, 퇴근했거든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