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플렉스 하우스 무이동[無異同] (건축가 조성욱)
아파트=집
아파트는 아파트먼트 하우스(Apartment House)의 약어로 불어인 아파르트멍(Appartmnet)에서부터 나온 용어다. 이러한 아파트가 국내에 처음 세워진 건 1930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3가에 세워진 4층짜리 유림아파트로 일본인이 거주했다고 한다. 이후 1957년 11월에 서울시 성북구 고려대 근처에 종암아파트가 지어졌고, 58년 서울시 중구 주교동의 중앙아파트가 그 뒤를 이었다. 주로 층이 낮고 규모로 지어지면서 이후 62년 지어진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의 마포아파트를 시작으로 단지 개념의 아파트가 건설되면서 우리나라의 아파트 시대가 열렸다.
‘집’이 스트레스를 주는 시대에 살다.
아파트가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주거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집이라는 공간이 스트레스를 주는 시대가 돼버렸다. 층간소음이 그중 가장 큰 문제. 이러한 부작용은 신경과민, 불면증까지 불러오기도 한다. 최근 작고한 ‘시대의 스승’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 교수는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의 갈등을 ‘마음의 층간소음 해소’로 완화하자는 주장을 폈다. 위층에서 아이들이 쿵쿵 뛰는 아이 때문에 시끄럽다면 올라가 아이스크림이라도 사다주며 이름도 물어보고 학년도 물어보라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 아는 아이’가 뛰는 것은 심리적으로 덜 시끄럽게 느껴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아파트에 살면서 좋은 이웃을 만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보다 내가 먼저 좋은 이웃이 되는 것이 ‘층간소음’ 등 갈등을 완화시키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한 자기 성찰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혼자보다는 함께,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집을 꿈꾸다.
집에 대한 자기 성찰의 방법으로 과감하게 ‘내 집짓기’를 결심한 건축가가 있다. 중도 제 머리는 못 깎는다는 말이 있듯 건축가 스스로 자기가 살 집을 짓고 사는 건축가는 몇 안될 것이다. 거기다 친한 친구의 가족과 공간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갈 집을 지었다. 아파트의 가장 큰 단점을 꼽으라면 공간 침해와 층간소음을 들 수 있다. 건축주이자 건축가는 자신의 가족 혼자보다는 친구의 가족과 함께 살집 여기에 층간소음 없이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집을 지었다.
“서민에도 여러 층, 여러 부류가 있을 텐데 우선 제가 서울에서 30평대 아파트 전세를 살 때, 그 전셋값에 조금 더 보탠 거죠.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집일지도 모르는 ,, 평수 늘리기 식으로 계속 팔고 살 생각은 없기 때문에 딱 하나 잘 지어놓고 너무 클필요도 없고, 적당한 크기에서 계속 살자 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보탠다라는 생각을 했었고요. 조금 더 보태지기 했지만.”
일단 집을 짓자고 마음을 먹었던 것 중에 가장 큰 것을 아파트 살면서 윗집의 소음, 또 저희 아이들이 커가면서 소리도 커지고 아랫집에서 조용히 해달라고 아~ 도저히 이거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단독주택을 지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게 가장 컸던 거고 그러면서 아이들의 공간, 지하에서부터 다락방까지 계속 고민하면서 후회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그만큼 후회 없게끔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계획하는 데로 오래 걸리고 지으면서도 하다가 조금 마음에 안들 경우도 고치기도 하고
최대한 후회할 거리들이 줄어들었죠.
무이동[無異同] ‘다르지도 같지도 않다’
'하나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르지도 않다 ‘는 불교의 불일 불이(不一不二)를 통해
‘따로 또 같이하는 집’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무이동은 듀플레스 하우스(Duplex House)다. 한 대지에 세워진 집 한 채. 한 집인 건 맞지만 두 가정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 면적은 소수점까지 똑같이 나눠서 공간을 설계했다. ‘무이동’이란 이름은 철학은 전공한 또 다른 건축주이자 친구인 김재윤 씨가 지은 것이다. 무이동은 무이 무동의 줄임말로 세상의 모든 일이 다르지도, 같지도 않다는 불교의 불일 부이를 통해 ‘따로 또 같이하는 집’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내 가족과 친구의 가족이 같이 집을 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래도록 함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것이다.
‘무이동’이라 이름 붙여진 공간에 들어서다.
단독주택 단지가 나란히 들어선 서판교의 어느 골목을 지나 도착한 무이동.
쌍둥이 같은 흰 상자 모양의 집이 자리 잡고 있었다. 촬영팀을 맞이하러 나온
조성욱 건축가와 딸 수민이, 아들 서율이. 그리고 무이동 지킴이 ‘루이’까지.
무이동의 첫인상은 ‘밝았다.’ 무엇보다 촬영 내내 집 내외부를 자유롭게 뛰어다는 수민이와 서율이의 모습은 요즘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가족을 생각하는 ‘아빠’의 마음이 담긴 설계
여러 개의 창문으로 뚫려있고, 나뭇결이 살아 있는 재료로 포인트 띠를 두른 흰색 외벽 앞에 서니, 두 개의 현관문이 보였다.
E동은 김재윤 가족의 집. W동은 조성욱 가족의 집이다.
현관문이 열렸다. 흰색 벽으로 꾸며진 내부로 인해 공간이 훨씬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이러한 흰 벽은 아이들의 그림과 사진 등 가족의 삶을 담아내는 캠퍼스로 꾸며져 있다. 지하는 조성욱 건축가의 작업실과 서재로 사용되고 있다. 목재 책상과 책장이 엔틱 한 분위기와 차분함을 전달한다. 부엌과 거실이 함께 공존하는 1층은 건축가의 센스가 가장 독 보이는 공간이다. 부엌과의 공간 분리와 활용의 재창조를 위해 미닫이 문을 설치했다. 또한 거실과 주방의 높이차이를 두어 거실 마루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뒹굴며 뛰어놀게 하고 싶은 아빠의 배려가 담긴 공간이다.
2층은 부부방과 아이들 방으로 채워져 있다. 무채색의 부부방에는 은은한 조명과 창문으로 드리워지는 햇살이 적절한 조화를 있어 차분함을 더한다. 반면 아이들 방은 반전으로 이뤄진다. 딸 수민이와 아들 서율이의 방. 2층 통로에서 벽면에 사다리를 오르면 다락방이 나오고 바로 아이들 방의 2층 침대로 연결을 시켰다. 방과 방, 방과 복도의 연결. 아이들이 집이라는 공간 속에서 스스로 놀이를 찾고 창의적인 생각을 키우게 하고 싶은 아빠의 바람이 담긴 공간이다.
지하부터 2층을 지나 옥상까지 이어진 계단은 그 쓰임과 의미가 남다르다. 무이동의 계단은 복합적인 기능을 한다. 1~2층의 연결 계단은 아이들이 언제다 한편에 꽂힌 책을 편하게 볼 수 있는 독서의 공간이 된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두 가족의 다락방이다. 스크린을 설치해 영화를 보거나 빨래를 널 수 있는 공동공간이다. 무이동이 기존 땅콩주택과 차별화된 점은 집 사이에 계단과 통로를 두어 벽간 소음을 최소화했다는 것. 위층의 발자국 소리부터 배관을 타고 들리는 소리까지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바로 소음이었기에 최대한 소음이 들리지 않도록 설계부터 각별히 신경 썼다고 한다,
옥상에 올르면 두 가족을 위한 넓은 야외 공간이 펼쳐진다. 여름에는 함께 주말에는 옥상에서 친구 가족은 물론 이웃들까지 초대해 바비큐 파티를 열기도 한다. 평일에는 퇴근 후 두 남자가 맥주 한잔하며 담소를 나누는 곳이기도 하다.
집 이란?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삶을 충전, 보완하는 공간
조성욱 건축가는 무이동을 통해 삶의 지혜와 철학을 배운다고 말한다. “친구와 함께 살게 되면서 이웃을 배려하는 법을 배운 것은 물론 둘의 우정도 점점 깊어지는 것을 껴요. 또 마당에는 늘 동네 아이들이 가득하다 보니 아이들 역시 친구, 나아가 이웃과 함께 사는 법을 자연스레 배워요. 이곳에 살면서 변화된 저희 가족의 모습을 통해 사람이 집을 만들지만 집 역시 사람을 변하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파트와 함께 천편일률적으로 변해버린 우리 시대의 집. 무이동은 사는 사람들의 삶을 고려한 맞춤 옥 같은 공간이다. 그래서 무이동은 진정한 의미의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