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이쯤에서 궁금해집니다. A0용지는 가로 841mm, 세로 1189mm인데요. 가로 세로 1m로 정했으면 편할 것을 왜 이리 복잡한 길이로 정한걸까요.
만약 가로 세로 길이가 같은 정사각형 종이로 했다면 어땠을까요.
절반으로 자를 때마다 종이 모양이 달라집니다. 일정하지가 않지요. 원하는 규격이 있다면 그것에 맞추기 위해 종이를 다시 잘라내야만 합니다. 일의 절차도 많아질 뿐더러 자투리가 생기니 아까운 종이가 계속 낭비됩니다.
계속해서 반으로 잘라도 같은 비율을 유지하는 종이를 만들 수 없을까
사람들은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1919년 독일 물리,화학자이자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오스트발트 박사의 제안이채택되어현재 전세계가 사용하는 종이규격이 만들어졌습니다.
A0용지의 가로세로 비율은 1:약1.414(√2 )인데요. 이걸 계속해서 반으로 자르고 다시 또 반으로 잘라도 가로세로 비율은 변하지 않습니다.
직접 실험해보겠습니다.
먼저 A4를 반으로 잘라서 A5를 만들었어요. A5를 반으로 자르니 A6가 되었구요. A6의 절반은 A7, A7를 또 반으로 자르면 A8이 됩니다.
A4 위에 A5,A6,A7,A8을 차례대로 모서리를 맞춰 올려볼게요.
대각선이 기가 막히게 일치합니다. 대각선이 일치한다는 건 도형의 '닮음'을 의미하는데요. 인쇄용지의 특성상, 이렇게 닮음이어야 확대하거나 축소할 때 남거나 모자라는 부분 없이 딱 맞아 떨어질 수 있어요.
이 '1:약1.414' '1:√2'의 비를 '금강비'라고 합니다. √2 는 한 변이 1인 정사각형의 대각선 길이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금강비가 균형미와 안정감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예술작품이나 건축물에서 금강비를 자주 목격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석굴암,첨성대,무량수전에서도 금강비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황금비(1:약 1.618)가 오래도록 사랑받아왔다면 동양에서는 금강비(1:약1.414)를 최고로 여겨왔습니다. 금강은 다이아몬드를 뜻하는 말로 황금보다 더 아름다운 비율이라는 의미입니다.
금강비로 만들어진 사물들은 축소하거나 확대해도 비율이 똑같이 유지됩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사용하기에 편리하고 합리적이죠. 우리가 A4용지에 그려진 그림을 2배 확대해서 A3에 출력하거나 ½로 축소해서 A5에 출력해도 왜곡없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도 바로 이때문인데요. 이런 특징을 지닌 비율은 금강비가 유일합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던 A4용지도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수학적으로 철저히 계산해 만들었다니 신기하지요?수학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