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31 댓글 5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29+13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계산하면?

by 김나야 Feb 09. 2024
29+13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계산해보세요.

 

29+13


계산값을 구하는 게 아니에요. 여러가지 방법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스크롤을 잠시 멈추고 한번 생각해보세요.


혹시 당황하셨나요? 답만 구하면 되지, 왜 쓸데없이 여러가지 방법으로 계산하라는 거야. 우리는 학교에서 이런 걸 배운 적이 없어요. 그저 '산수'하는 방법만 배웠지요.


이 내용은 실제 초등학교 2학년 1학기 수학교과서 <덧셈과 뺄셈> 단원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유아기부터 학습지나 문제집으로 연산 진도를 착착 빼왔던 요즘 아이들도 이 문제를 어려워하긴 마찬가지에요. 정답을 구하는 건 쉽지만 '여러가지 방법으로 계산하기'는 애나 어른이나 다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매년 5월쯤 되면 맘카페에 이런 질문글이 꼭 올라와요. '수학익힘책 숙제인데 여러가지 방법으로 어떻게 계산하나요?' '이거 꼭 여러가지 방법으로 해야하는 건가요?' '우리 아이는 여러가지 계산 방법을 모르는데 어떡하죠?'등등. 아이와 부모, 다 당황케 하는 문제입니다.


질문에 대한 선배 학부모의 댓글로는 '그거 못 해도 괜찮아요' '애가 힘들어 하면 안 해도 돼요' '계산할 줄만 알면 돼요' '별로 중요한 문제 아니에요' 이런 내용의 글이 많이 달립니다. 굳이 알 필요 없는 걸까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자연수의 연산을 배우는 저학년 때 이런 접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넘버센스를 길러주는 아주 좋은 방법이니까요.


학창 시절에 이런 덧셈을 어떻게 배웠는지 기억나세요? 우리는 세로셈 한가지 방법으로 배웠죠. 이런 식으로요.

브런치 글 이미지 2

이렇게 세로로 써서 일의 자리부터 더하고 올림이 있으면 표시하면서 계산했습니다. 이거 말고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있다면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걸까요?


29+13

교과서에는 예시로, 29+10을 먼저 하고 거기에 3을 더하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1) 29+13=29+10+3=39+3=42

브런치 글 이미지 3


선생님은 또 질문하십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이것 말고 또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아이의 교과서를 보니 이렇게 풀었습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5

(2) 29+13=20+10+9+3=30+12=42

저희 아이는 십의 자리는 십의 자리끼리, 일의 자리는 일의 자리끼리 더했어요.


이외에도 방법은 다양합니다.


(3) 29+13=30+13-1=43-1=42

29를 30이라고 치고 계산한 다음, 마지막에 1을 빼주면 됩니다.


(4) 29+13=29+1+12=30+12=42

앞의 수 29를 30으로 만들면 계산이 편하겠죠. 그래서 뒤의 수 13을 1과 12로 갈라서 29에 1을 더해주는 방법입니다.


이런 걸 '가로셈'이라고 하는데요. 세로셈은 받아올림과 받아내림을 일일이 쓰면서 계산하지만, 가로셈은 머릿속으로 요리조리 수를 쪼개고 붙이면서 계산하니까 더 유연하고 빠르죠. 넘버센스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99+59의 답을 구하라고 할 때, 세로셈으로 하려고 하면 복잡해집니다. 받아올림이 두번이나 있으니 실수하기도 쉽죠. 하지만 99를 100으로 어림하고, 59를 60으로 어림할 수만 있다면,


99+59=100+60-2=160-2=158


어떤가요? 일일이 손으로 쓰지 않아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답을 구할 수 있어요.


세로셈을 정확히 이해하고 신속하게 푸는 건 너무나 당연하지요. 특히 세자리수 이상의 큰수의 덧셈, 뺄셈을 할 때는 세로셈으로 차분히 계산하는 것이 실수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알고리즘에 의한 한가지 방법으로 풀기보다 나만의 방법을 찾아 다양하게 풀어보는 경험이 중요해요.


그렇다고 하나의 식을 매번 여러가지 방법으로 풀 필요는 없어요. 여러가지 방법으로 계산하다보면 각자 자신에게 편한 방법을 찾게 되는데, 그 방법을 메인으로 삼으면 됩니다.


57+19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계산해보세요.

자 잠시 스크롤을 멈추고 생각해보세요. 어떤 방법으로 푸셨는지요.

<수학, 개념 씹어먹고 공부해봤니?><수학, 개념 씹어먹고 공부해봤니?>

57+19를 푸는 방법도 이렇게 다양합니다. 이 방법을 다 암기하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쉽고 빠른 나만의 방법대로 풀면 됩니다. 단, 내가 갖고 있는 무기가 하나라면 어떤 전투에서건 그 무기 하나로만 싸워야 하지만, 소유한 무기가 여러 개라면 매 상황마다 최적의 무기를 내맘대로 골라 쓸 수 있어요.


앞의 수를 가를지, 뒤의 수를 가를지, 앞의 수를 어림할지, 뒤의 수를 어림할지 내가 시의적절하게 선택할 수 있단 거죠.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여러가지 방법으로 해결하는 습관은 문제를 다각도로 바라보는 사고를 하게 합니다. 결국 우리 아이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길러야 할 능력이잖아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이 방법이 안 된다면 저 방법을 찾는 힘. 수학에서 이런 인생 덕목을 배울 수 있습니다.


문제 하나 더 풀어볼까요. 이번엔 곱셈 문제입니다.

18×5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계산해보세요.


18×5

이 문제 어떻게 푸시겠어요? 우리가 어릴 적 배운대로 이 곱셈도 세로셈이 편하신가요? 세로셈도 하나의 방법이지요.

브런치 글 이미지 7

전 이렇게 풀었습니다.


18×5=10×5+8×5=50+40=90


18×5는 18을 다섯번 더했다는 뜻이고, 18은 10과 8로 쪼갤 수 있으니, 10을 다섯번 더하고(10×5) 8을 다섯번 더한 값(8×5)을 서로 더해주면 되겠구나. 이렇게 하면 머릿속에서 뚝딱 풀립니다.


그런데 방법은 이뿐만이 아니에요. 18×5에도 다양한 풀이법이 있습니다. 한번 보실래요?

<언락><언락>

위 그림은 18×5를 계산하는 방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놀랍지 않나요. 정말 기발합니다.


이렇게 수학은 하나의 정답으로 가기 위한 길이 단 하나가 아니에요. 그러기 위해서 우리의 사고는 유연해야 합니다.


아이와 이렇게 저렇게 같이 풀어보세요. '넌 어떻게 풀었어?' '엄마는 이렇게 풀어봤어' 주거니 받거니하면서 자고있던 수감각을 깨워보세요.



이전 01화 빵 3개를 4명이 똑같이 나눠 먹으려면?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