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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야 Feb 09. 2024

29+13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계산하면?

29+13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계산해보세요.

 

29+13


계산값을 구하는 게 아니에요. 여러가지 방법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스크롤을 잠시 멈추고 한번 생각해보세요.


혹시 당황하셨나요? 답만 구하면 되지, 왜 쓸데없이 여러가지 방법으로 계산하라는 거야. 우리는 학교에서 이런 걸 배운 적이 없어요. 그저 '산수'하는 방법만 배웠지요.


이 내용은 실제 초등학교 2학년 1학기 수학교과서 <덧셈과 뺄셈> 단원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유아기부터 학습지나 문제집으로 연산 진도를 착착 빼왔던 요즘 아이들도 이 문제를 어려워하긴 마찬가지에요. 정답을 구하는 건 쉽지만 '여러가지 방법으로 계산하기'는 애나 어른이나 다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매년 5월쯤 되면 맘카페에 이런 질문글이 꼭 올라와요. '수학익힘책 숙제인데 여러가지 방법으로 어떻게 계산하나요?' '이거 꼭 여러가지 방법으로 해야하는 건가요?' '우리 아이는 여러가지 계산 방법을 모르는데 어떡하죠?'등등. 아이와 부모, 다 당황케 하는 문제입니다.


질문에 대한 선배 학부모의 댓글로는 '그거 못 해도 괜찮아요' '애가 힘들어 하면 안 해도 돼요' '계산할 줄만 알면 돼요' '별로 중요한 문제 아니에요' 이런 내용의 글이 많이 달립니다. 굳이 알 필요 없는 걸까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자연수의 연산을 배우는 저학년 때 이런 접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넘버센스를 길러주는 아주 좋은 방법이니까요.


학창 시절에 이런 덧셈을 어떻게 배웠는지 기억나세요? 우리는 세로셈 한가지 방법으로 배웠죠. 이런 식으로요.

이렇게 세로로 써서 일의 자리부터 더하고 올림이 있으면 표시하면서 계산했습니다. 이거 말고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있다면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걸까요?


29+13

교과서에는 예시로, 29+10을 먼저 하고 거기에 3을 더하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1) 29+13=29+10+3=39+3=42


선생님은 또 질문하십니다.

이것 말고 또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아이의 교과서를 보니 이렇게 풀었습니다.

(2) 29+13=20+10+9+3=30+12=42

저희 아이는 십의 자리는 십의 자리끼리, 일의 자리는 일의 자리끼리 더했어요.


이외에도 방법은 다양합니다.


(3) 29+13=30+13-1=43-1=42

29를 30이라고 치고 계산한 다음, 마지막에 1을 빼주면 됩니다.


(4) 29+13=29+1+12=30+12=42

앞의 수 29를 30으로 만들면 계산이 편하겠죠. 그래서 뒤의 수 13을 1과 12로 갈라서 29에 1을 더해주는 방법입니다.


이런 걸 '가로셈'이라고 하는데요. 세로셈은 받아올림과 받아내림을 일일이 쓰면서 계산하지만, 가로셈은 머릿속으로 요리조리 수를 쪼개고 붙이면서 계산하니까 더 유연하고 빠르죠. 넘버센스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99+59의 답을 구하라고 할 때, 세로셈으로 하려고 하면 복잡해집니다. 받아올림이 두번이나 있으니 실수하기도 쉽죠. 하지만 99를 100으로 어림하고, 59를 60으로 어림할 수만 있다면,


99+59=100+60-2=160-2=158


어떤가요? 일일이 손으로 쓰지 않아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답을 구할 수 있어요.


세로셈을 정확히 이해하고 신속하게 푸는 건 너무나 당연하지요. 특히 세자리수 이상의 큰수의 덧셈, 뺄셈을 할 때는 세로셈으로 차분히 계산하는 것이 실수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알고리즘에 의한 한가지 방법으로 풀기보다 나만의 방법을 찾아 다양하게 풀어보는 경험이 중요해요.


그렇다고 하나의 식을 매번 여러가지 방법으로 풀 필요는 없어요. 여러가지 방법으로 계산하다보면 각자 자신에게 편한 방법을 찾게 되는데, 그 방법을 메인으로 삼으면 됩니다.


57+19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계산해보세요.

자 잠시 스크롤을 멈추고 생각해보세요. 어떤 방법으로 푸셨는지요.

<수학, 개념 씹어먹고 공부해봤니?>

57+19를 푸는 방법도 이렇게 다양합니다. 이 방법을 다 암기하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쉽고 빠른 나만의 방법대로 풀면 됩니다. 단, 내가 갖고 있는 무기가 하나라면 어떤 전투에서건 그 무기 하나로만 싸워야 하지만, 소유한 무기가 여러 개라면 매 상황마다 최적의 무기를 내맘대로 골라 쓸 수 있어요.


앞의 수를 가를지, 뒤의 수를 가를지, 앞의 수를 어림할지, 뒤의 수를 어림할지 내가 시의적절하게 선택할 수 있단 거죠.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여러가지 방법으로 해결하는 습관은 문제를 다각도로 바라보는 사고를 하게 합니다. 결국 우리 아이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길러야 할 능력이잖아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이 방법이 안 된다면 저 방법을 찾는 힘. 수학에서 이런 인생 덕목을 배울 수 있습니다.


문제 하나 더 풀어볼까요. 이번엔 곱셈 문제입니다.

18×5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계산해보세요.


18×5

이 문제 어떻게 푸시겠어요? 우리가 어릴 적 배운대로 이 곱셈도 세로셈이 편하신가요? 세로셈도 하나의 방법이지요.

전 이렇게 풀었습니다.


18×5=10×5+8×5=50+40=90


18×5는 18을 다섯번 더했다는 뜻이고, 18은 10과 8로 쪼갤 수 있으니, 10을 다섯번 더하고(10×5) 8을 다섯번 더한 값(8×5)을 서로 더해주면 되겠구나. 이렇게 하면 머릿속에서 뚝딱 풀립니다.


그런데 방법은 이뿐만이 아니에요. 18×5에도 다양한 풀이법이 있습니다. 한번 보실래요?

<언락>

위 그림은 18×5를 계산하는 방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놀랍지 않나요. 정말 기발합니다.


이렇게 수학은 하나의 정답으로 가기 위한 길이 단 하나가 아니에요. 그러기 위해서 우리의 사고는 유연해야 합니다.


아이와 이렇게 저렇게 같이 풀어보세요. '넌 어떻게 풀었어?' '엄마는 이렇게 풀어봤어' 주거니 받거니하면서 자고있던 수감각을 깨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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