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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elle Lyu Oct 29. 2022

또 하루 일상을 열며

병영 강의

아무런 흔적이 없다

누구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없음이

묘하게 마음을 가라앉게 한다

괜찮다와 기대감은 늘 상반되고 모순적 마음을 드러낸다


무사히 태풍이 지나간 듯한다

매일 성경을 잡았고 두 페이지를 읽고 있다

머릿속은 숱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그림

오늘의 수업

병원

산삼

병영 강의안

교통편

큰 아이 아들

소중한 딸 작은 아이

세상의 하나인 사위

효손 우주


이 모든 것은 그저 단편에 지나지 않는다

늘 내가 이리 많은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이었음을 다시 각인한다


메모장에 스케줄을 나란히 적고

하나씩 이행할 때마다 체크를 하며 지운다

근래 스케줄을 적지도 않고

그저 머리에다만 기억했다

그리곤 한 순간 멍하니 

무슨 일을 

어떤 일을 

해야 할 일을

할 게 무엇인지 하며 아득해지기도 했다


어제 학교 마치고 잠시 영순이네 들렀다

나의 시간에 맞춰 수십년지기 영순이는 점심을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벨을 누르자 문을 열고 얼굴을 보이며 '왜 이리 늦었어'했다

끝나고 질문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답하며 씩 웃었다

밥을 먹고 차와 다과를 하며 그간의 이야기로 

마음이 오고 갔다

주차장까지 따라 나온 영순이 견과류가 든 선물과

김치 못하는 나를 위해 담근 호박 장아찌를 건넨다

사이드 밀러를 통해 수십년지기 영순이가 서 있는 모습을 끝까지 보며

우회전을 했다


한 해가 이리 빠르다

추석 지나면 곧 차가운 날들이 올 것이다


아침 수업 갈 준비를 한다

큰 아이도 출근 준비로 거실을 왔다 갔다 하는 기척이 느껴진다


하루 시작

오늘도 좋은 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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