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예그림의 단어사전

by 예그림

오늘은 왜 이리 글감이 안 떠오르는지. 평소에는 글은 잘 안 풀릴지언정 어떤 단어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라도 드는데, 오늘은 단어조차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전에 썼던 글들을 다시 정리해서 올릴까 하는 유혹에 빠졌지만, 뭐라도 써야겠다는 마음에 일단 억지로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러면서 오늘은 기분에 따라 '억지'라는 단어로 짧게만 글을 써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억지 [명사]

잘 안 될 일을 무리하게 기어이 해내려는 고집.



정의부터 '잘 안 될 일'로 시작한다는 것이 좀 마음 아프기도 하면서, 억지로 하는 것도 하는 것은 하는 것인데 잘 안 될 일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건 너무한 것 아닌가 하는 억하심정이 올라옵니다.


제 글쓰기도 그렇지만, 수능이 80일 남은 지금 고3 친구들도. 공부가 너무 즐겁고 하루하루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기쁨에 하고 있는 친구가 얼마나 될까요? 다들 어느 정도는 '억지'로 하고 있지 않을까요..

목표를 위한 희생이나 노력이라는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다면 그래도 조금 나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삶에서 많은 부분을 '억지로' 하고 있을 텐데. 잘 안 될 일이라고 시작해 버린 사전적 정의가 아쉽습니다.


게다가 '억지'에 대한 단어 해설의 다음 단어는 '무리하게'입니다. 딱 봐도 좋지 않은 단어. 사전을 찾아보면 더 상처받기도 합니다.



무리하다 [동사]

도리나 이치에 맞지 않거나 정도에서 지나치게 벗어나다.

무리하다 [형용사]

도리나 이치에 어긋나 있거나 정도가 지나치게 심하다.



아니, 사람이 살다 보면 가끔 무리할 수도 있는 건데, 도리나 이치까지 나오니까. 왠지 더 억울합니다. 좀 하기 싫은 마음이지만 '억지로라도' 글을 써보겠다고 하는데, 그게 이렇게까지 잘못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괜한 심술이겠죠?




저는 그래서 '억지'의 단어 풀이는 앞부분 보다 뒷부분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기어이', '해내려는' '고집'으로.



기어이 [부사]

1.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2. 결국에 가서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해내겠다는 고집. 그리고 결국에 가서는 해내려는 고집.


쉬운 것,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보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사람을 우리는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잘 되지 않을 일이고 도리나 이치에 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것에 저항하며 '기어이' 해낸다는 것. 그냥 하는 것보다 '억지'로 하는 게 오히려 더 멋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억지로 뚝딱 글을 쓰고 나니, 오늘 글이 꽤나 마음에 듭니다.

그냥 쓴 게 아니라 억지로 써서 더 좋은 글이 나온 것 같습니다.

매일 억지로만 살면 삶이 힘들겠지만, 가끔은 억지도 괜찮지 않을까요?



ps. 마음에 걸려 덧붙이자면 오늘 쓴 글에서 제가 자주 사용한 맥락은 '억지[명사]'보다는 '억지로 [부사]'에 가깝습니다. '억지로'의 뜻은 '이치나 조건에 맞지 않게 강제로'입니다. 쓰다가 문맥이 딱 들어맞지는 않지만, 오늘 주제가 '억지'니까 그냥 쓴 대로 '억지'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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