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셀프인테리어에 도전해보지 뭐.

by 김다지



견적서를 뜯어보던 나는 화가 났다. 견적서를 뜯어보는 게 불가능하다니, 이건 내 기준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못 미더우면 뭐든 진행을 못 하는 나의 성미도 크게 한몫했다. 완벽주의자 성향에 가까운 데다, 다른 사람을 못 믿었던 나는... 후배들에게도 일을 잘 못 나눠주고, 꼭 내 손을 거쳐야만 일이 완성된다고 믿었던

무지하고 교만한 사람이었다.


믿을 수 없는 견적서로 일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며칠을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직접 내용을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내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공정별 사장님들을 세팅하고, 감수하는 '셀프 인테리어'를 해야겠다는 답에 도달한 것이다.

사실 셀프 인테리어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인터넷에 검색 몇 번만 해도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정보도 너무 손쉽게 찾을 수 있고, 지역 카페에서는 공정별 사장님들의 연락처가 공개되어 있었다. 게다가 셀프 인테리어를 하면 턴키업체에 맡기는 가격의 반으로, 똑같은 퀄리티의 공사를 할 수 있다고 알려지지 않았는가.

하지만, 몇몇 후기만 보더라도 만만치 않은 일들이라 여겨졌다.


조명 사장님이 대뜸 전화해 "조명을 벽에서 몇cm를 떼고 시공을 할까요?"라는 식이라고 하니….


하지만 내가 누군가? 인테리어 프로그램 하나 맡았다고 생각하고 들이 파보면 또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자신감이 치솟았다. 못할 것도 없었다.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시도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제가 셀프 인테리어를 하려고 하는데요. 잘 몰라서 그러는데 사장님이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최대한 도움이 필요한 공손한 태도를 장착한 후 도움을 요청했다. 사장님은 순식간에 공정별 사장님들과 공정의 순서, 공사 일정까지 다 짜주셨다. 나는 노트북을 펼쳐 그의 말을 고스란히 받아적어 가며 굽신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우리 집의 특수성과 화장실 생각이 번뜩 들었다. 화장실 공정을 맡으신 담당자분의 연락처를 확인 후, 그분에게 먼저 연락을 드렸다. "뭐라고요? 쇠 몰딩이라고요? 화장대가 붙어 있다고? 유리문? 아이고. 그런 건 난 못해요.” 첫 번째 담당자분에게 대차게 까인 난, 다른 분 연락처를 받았다.

"자~ 지금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자면 화장실이 그냥 화장실만 하는 게 아니라 목공이랑 가구랑 뭐 이런 공정들이 다 같이 들어가야 하잖아요? 이런 경우에는 인테리어 업체에 하세요.” 다시 원점이었다. 셀프 인테리어를 하고 싶어도, 결국 인테리어 업체에 맡기라니…. 화장실만 업체에 맡겨도 되나? 그 짧은 사이에 별의별 생각을 다했다.


아니다, 접었다. 깨끗하게 받아들였다. 어떻게든 하려면 했겠지만 꽤나 골치가 아플 것이고,

이건 절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확신이 들었다.


이제 어쩔 수 없다. 업체를 골라야 했다.

내 인테리어의 키(KEY)를 그들에게 넘겨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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