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퇴사를 소개하라
엘리베이터 피치는 [자기소개]로 시작했습니다. 낯선 사람인 자신을 경계할 설득 대상자를 안심시키고, 나아가 나는 당신에게 도움을 줄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이미 우리를 ‘우리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설득할 것이므로 그것이 필요 없습니다.
대신에 우리는 [퇴사 소개]를 해야 합니다. 우리의 설득 대상자에게 퇴사는 너무나도 낯선 것이고, 그것을 무척 경계할 테니까요. 그러니 최대한 설득 대상자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과 감정을 담아 퇴사를 소개해야 합니다. 여기에 몇 가지 심리적 기술을 양념처럼 섞는 것도 좋습니다. 앞 서 퇴사 계획을 작성했던 디자이너 A의 예를 통해 살펴봅시다.
“회사에서 나한테 새로운 디자인은 한 건도 안 시키고 맨날 팀장이 그린 그림을 다듬는 것만 시켜. 너무 힘들고 보람도 없고 도저히 발전이 없어서 퇴사를 할까 해. 이대로 계속 이 회사를 다녔다간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는 물론이고 내 꿈인 일러스트레이터도 되지 못할 것 같아.
| 퇴사 이유를 공감받아라
우선, 퇴사 사유를 “회사에서 뒤치닥 거리만 시켜서” , “도저히 발전이 없어서”로 들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발전하고자 하는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을 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 왜 지금인지를 어필하라
“이대로 이 회사를 계속 다니면”이라는 전제를 이용해 퇴사의 시급성을 어필했습니다. 기초적이지만 유용한 기술을 사용했네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심리 자극 기술은 홈쇼핑의 ‘마감 임박’, ‘품절 임박’등을 비롯해서 수많은 광고들의 기법으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대단히 유용하다는 것이 증명된 기술이지요.
| 퇴사를 해야만 하는 절박함을 드러내라
디자이너 A는 퇴사 소개를 “커리어도 망하고, 일러스트레이터도 못 되고 말 거야.”로 마쳤습니다. 퇴사를 할 수밖에 없는 절박성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내가 원하는 궁극적 목표, 응원받고 싶은 것을 명시화 했습니다. 내가 응원받고 싶은 것을 명시화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것입니다. 내가 설득할 대상은 나를 사랑하고 응원하려는 사람들인 것을 기억하세요. 그들은 단지 어떤 것을 응원해야 할지 몰라 걱정부터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설득 대상자는 안정적인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당신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불행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방법으로 그들은 불신을 선택합니다. 그들은 당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이 가진 문제를 당신이 해결할 수 없을 거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며, 그들은 당신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보장된 미래를 걷어찬 당신에게는 불행한 미래만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불안해합니다.
이것이 그들이 가진 문제의식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먼저 그들의 문제의식을 공감해야 하고, 그들의 불신을 덜어주는 방법으로 안심을 시켜야 합니다.
당신은 아마 희망 찬 퇴사 계획을 먼저 설명하고 싶고,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의 밝은 미래를 이야기하고 싶어 안달이 났을 수도 있지만, 설득 대상자가 가진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는 한 그들에게 당신의 계획은 허황된 꿈으로 인식될 뿐임을 명심하세요. 반드시 그들의 문제에 공감해주고 안심을 시키고 나서 다음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당장 어떻게 살려고 하는지 걱정하는 것 알아. 퇴직금으로 몇 달 동안의 생활비는 충당할 수 있고 모아둔 저축도 있어. 생활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이제부터 다른 회사 알아볼 예정이고, 나도 경력이 있으니까 나에게 디자인을 맡길 회사들은 충분히 있을 텐데, 그중에 내 멘토가 될 능력자들이 있는 회사를 골라서 옮길 거야.”
| 걱정하는 것이 뭔지 알아
퇴사러가 듣는 가장 흔한 걱정이 돈 걱정, 생활비 걱정입니다. 다른 무엇보다 이 문제부터 공감하고 안심시키는 것이 대부분 가장 효율적입니다.
| 그 걱정 해결할 방법이 있어
당장 먹고살 수는 있다는 방법만 이야기해도 50%는 안심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그것으로 영원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으므로 재빨리 다음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 그리고 나 놀겠다는 것 아니야
그다음 걱정이 “뭐 할 건데?”입니다. 우리가 앞서 세웠던 퇴사 계획을 짤막하게 소개하는 것이 좋습니다. 더 구체적인 계획은 나중에 이야기할 순서가 있습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준비된 계획이 있다는 것을 자신 있고 논리적으로 이야기하여 설득 대상자를 심리적으로 안정을 시켜주기만 해도 됩니다.
우리가 하는 설득을 방문판매라고 비유한다면, 사실 여기까지는 문을 여는 단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문을 두들기고 안심시켜서 귀와 마음을 열게 만든 것이지요. 이제부터 우리는 퇴사 계획이라는 물건을 팔 것입니다. 여러 가지 설득의 기술이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두 가지를 명심하세요.
첫째, 너무 길고 장황하면 안 됩니다.
상대는 그 모든 걸 듣고 이해할 여유가 없습니다. 퇴사를 하겠다는 당신의 선언에 이미 혼란스러운 상황이니까요. 그들을 숫자나 용어를 듣지 않을 것입니다. 1억, 10억이니 해봐야 뜬구름 잡는 소리 같겠지요. 짧고 핵심적으로 계획을 설명해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들이 상상할 수 있게만 하세요.
둘째, 확신과 희망에 찬 태도를 보여주세요.
정신이 없는 상태인 설득 대상자들은 명확한 사실보다는 분위기를 감지합니다. 아무리 좋은 계획과 밝은 미래가 약속되어 있어도 당신이 주저하거나 불안해한다면 그들은 그것을 당신의 태도에 빗대여 생각할 것입니다. 내가 계획들을 얼마나 이루고 싶어 하며, 그렇게 할 자신이 있는지를 보여주세요. 그들이 무엇을 응원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 두 가지 태도를 가지고 설득을 시작해봅시다. 정리한 퇴사 계획서를 보여주면서 설명하면 더욱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 구체적 목표 설명하기
우선, 퇴사 계획서에서 정리했던 구체적인 목표를 설명하세요. 위의 예를 계속 들어보면,
“나는 디자인 작업을 하고 싶고, 그 일을 통해서 보람을 얻고 싶어. 그래야 내 최종 꿈인 일러스트레이터가 될 수 있을 거야.”
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실행계획 설명하기
그다음은 실행계획 4단계에서 작성했던 세부목표를 맨 위부터 순서대로 설명합니다. [세부목표-장애물-플랜A]정도만 설명해도 충분해요.
“일단, 새로운 회사들에게 디자인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내가 클린업 경력만 있어서 좀 힘들 수 있거든. 그래서 당분간 포트폴리오 보강하는데 모든 노력을 다 할 거야.”
“또, 나에게 디자인을 맡기고 디자이너 대우도 좋은 회사를 찾아봐야 하는데, 채용사이트를 찾아서 정리하는 일도 매일매일 할 생각이야.”
이렇게 하나하나 실행계획을 설명하는 것은 당신이 즉흥적이거나 충동적이지 않다는 이미지를 설득 상대에게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그들이 당신이 설명한 계획을 모두 이해하거나 수치를 기억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것은 비즈니스 피칭이 아니에요. 우리의 설득 대상자들은 숫자 하나가 틀렸는지를 크게 상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주고 싶은 것은 “계획이 준비되어 있고,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희망에 찬 나”라는 이미지입니다. 그 이미지가 그들을 안심시킬 것이며, 또한 나 자신을 안심시키게 될 것입니다.
3단계까지 성공했다면 설득의 9부 능선은 넘었습니다. 여기까지 수긍하고 들어주었다면 당신의 가족이나 지인은 이미 당신의 편입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고, 그들이 앞으로 어떤 것을 응원해야 할지를 알았으며, 계획에 대한 확신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진 당신의 모습을 보고 불안감을 잠재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들에게는 몇 가지 의문점들이 남았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퇴사 계획서를 정리해 온 당신에게 그들의 남은 의문점들은 쉽게 답해 줄 수 있는 것들일 것입니다. 만약 대답할 수 없어도 괜찮습니다. 지금까지 해 왔던 자신감으로 “나를 믿어라. 그 지적을 수용해서 계획을 보완하겠다.”라고 하면 됩니다.
함께 웃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세요. 어떤 장애물들이 있겠지만 그것들을 해결하면 찾아 올 밝은 미래를 상상하면서요. 우리가 퇴사를 통해 희망을 발견하고자 하는 것처럼 그들에게도 희망이 필요합니다. 내가 계획한 밝은 미래로 그들을 초대하세요. 그들은 그날부터 당신을 가장 가까운 응원단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