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없습니다. 육아 철학 따윈.
나 는 외 동 아 이 를 키 운 다 .
여기저기서 자식 생각 안 하는 이기적인 엄마니 뭐니 쓴소리를 할 테지만, 절대로 둘째를 낳을 생각이 없다. 아니 체력적 한계와 경제적 여건 그리고 딸을 키우는 부모의 불안한 마음이 합해져 둘째를 낳을 수가 없다. 그런데 주변인들의 비난을 품은 걱정이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한다. 엄마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카페에 외동 엄마들의 게시판이 있는데 거기 보면 주변에서 다들 아주 난리다. 왜 그럴까? 정말 둘째가 필요해서? 아니면 나도 둘째 힘들게 키웠으니 너도 힘들여봐야 한다고? 단지 첫째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 그건 오히려 첫째아이에게 짐을 주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 내가 둘째를 낳지 않아서 둘을 키우는 건 어떤지 자세히 알진 못하지만, 적어도 둘을 키우고 있는 엄마들의 얼굴을 보면 얼마나 힘든지 짐작은 간다(물론 둘이라서 다행이라고, 둘이라서 더 행복하다고 말하는 엄마들이 훨씬 많다). 하나도 키우기 힘든데 둘을 동시에 본다는 거, 그것도 누구의 도움 없이 오로지 혼자서 키운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아이를 하나만 키워야겠다고 다짐 한 것은, 아이를 낳는 고통의 순간, 그때부터다. 너무 힘들게 아이를 낳다 보니 ‘아..., 이걸 어떻게 두 번, 세 번 겪지?’ 싶었다. 그 와중에 독박육아를 하다 보니 ‘아..., 이 과정을 어떻게 또 겪지?’ 싶었다. 난산에다가 예민한 아이로 인해 잠을 심하게 못 잤고 산후풍으로 온몸이 너무 아팠기 때문에 도저히 둘을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아이에게 드는 비용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들었다. 내 의도와 상관없이 모유가 나오지 않아 분유 수유를 했고 한 통에 몇만 원씩 하는 비싼 분유가 아닌 대부분의 엄마가 먹이는 대중적인 분유를 사 먹였는데도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보통 3개 묶음씩 파는 분유를 아이는 한 달이 되기 전에 다 먹었다. 기저귓값도 생각보다 많이 든다. 나의 예민한 딸은 우리나라 대표 기저귀 그걸 쓰면 발진이 생겼다. 그래서 좋다는 기저귀를 이리저리 알아보고 사봤는데 가장 잘 맞는 기저귀가 있었다. 평균치보다 조금 더 비싼 제품. 결론적으로 한 달에 분윳값과 기저귓값만 쳐도 20만 원 넘게 들었다(2010년 기준). 그리고 예방접종. 보건소에서 맞춰주는 건 다 보건소에서 맞추고 그 외에 선택접종은 병원에서 빠짐없이 접종했는데 그 비용도 엄청나다. 요즘은 그나마 접종비용이 저렴하기도 해서 예전보다 접종비는줄어든 것 같다. 선택접종이라는 것이 안 맞추면 찝찝하다. ‘혹시라도 접종 안 해서 아이가 아프게 되면 어쩌나..., 그때가서 병원비 더 내지 말고 지금 접종시키자.’ 예방접종비만 생후 6개월까지 매달 평균적으로 30만 원씩은 들었다. 아이 보험. 태아 때부터 들어놨는데 손해1, 생명1 총 2개의 보험비는 7만 원대. 매달 들어가는 돈이다. 그 외에 아무리 안 산다고 해도 옷이나 각종 육아용품들(필수적인 것들)은 사야 한다. 물려받거나, 선물 받을 곳이 없었던 나는 이것저것 티는 안 나는 돈이 소소하게 많이 들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도 여전히 돈은 많이 든다. 나라에서 지원해준다 해도 따로 어린이집에 드는 돈은 1학기에 약60만 원 정도(2012년 기준). 교재비와 준비물비, 야외 학습비, 우유비, 차량운행비 등등 다 포함해서 말이다. 유치원은 한달에 고정적으로 내는 돈이 이보다 더 많다. 평균적으로 월15~23만 원 정도 매달 내고 거기에 방과 후 특별활동비나 체험 학습비 등등이 더 든다.(2015년 사립유치원 기준, 공립유치원 그건 어디 있는 건가요? 들어갈 수나 있나요?) 통상적으로 아이가 클수록 교육비는 훨씬 더 늘어나게 된다. 그러니, 경제적인 문제가 크다. 아이를 하나 더 키우는 것은.
앞서도 얘기했지만 우리나라는 딸을 키우기 너무 무서운 곳이다(딸 아들 할 것 없이 갈수록 사건사고가 많이 생겨서 마음이 아프다). 지금껏 아이를 키워오면서 주변에 성범죄자가 산다는 알림장이 날아온 적이 2번 있는데 그 알림장을 보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쾌하고 짜증 났다. 왜냐하면, 집행유예로 풀려났기 때문이다. 아이를 성추행하고 성범죄를 저질러도 결국은 그 범죄자가 늘 살던 동네에 그대로 산다는 이야기다. [오늘도 비출산을 다짐합니다-송가연 지음]이란 책에서, 13세 미만 대상 성폭행범 평균 형량 5년 2개월, 성폭행 불기소 처분 비율 49.4퍼센트, 13세 미만 성범죄 1심 집행유예비율 77.5%, 성폭력 재범 비율 45%라고 하니 글로만 봐도 불쾌감이 솟구치지 않는가. 너무나 관대한 우리나라 법 때문에 나는 이제 그냥 동네 아저씨가 우리 딸을 오래도록 아니 그냥 슬쩍 쳐다만 봐도 덜컥 겁이 난다. 그런데 이 상태에서 딸이 또 태어난다면? 나는 두 딸을 온전히 돌볼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 그릇이 작아 한 명을 제대로 키우기는 것도 벅차다. 그러니 둘을 낳겠다는것 자체가 나에겐 욕심이다.
아이가 좋아서 난 꼭 둘 셋을 낳을 것이라는 엄마 말고, 하나만 키우고 싶은데 혹시 나중에 아이가 하나라 외로울까봐 걱정되어 둘째를 낳을지, 하나만 키울지를 고민있는엄마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1. 내가 엄마로서 이 아이의 올바른 인성과 바른 성장에 책임질 수 있는가?(이건 매우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각종 육아서를 읽고 아이의 성장에 맞는 음식을 해먹이고, 아이에게 화내지 않고 타이르고 수다쟁이처럼 매일 말을 많이 하고 책도 매일 읽어주고 자주 야외로 놀러가 자극도 해주고 등등 그냥 아이를 낳고 눈으로 보기만 한다고 해서 아이가 성장발달이 잘 되는 건 아니니까)
2. 둘 셋 그 이상을 키우면서도 돈 때문에 매일 괴로워하지 않을 만큼의 경제적 여건이 받쳐주는가.
3. 엄마의 체력이 아이 둘 이상 감당가능한가?(둘째 낳고 일주일에 한 번 씩 링거 투혼 하는 엄마들 제법 있다)를 잘생각해보고 결정하길 바란다.
그렇다고 해서 필자 스스로 아이의 올바른 인성과 바른성장을 책임지기 위해 완벽히 생활하는가? 아니요. 하지만 그러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육아니까. 이런 말도 있다. 첫째만 낳으면 둘째를 낳지 않은 것에 후회 하지만 둘째를 낳으면 ‘아, 낳지 말껄.’ 하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그건 당연한 얘기 아닌가? 어떻게 엄마가 되어서 ‘내가 얘를 낳은걸 후회한다!’ 라고 대놓고 말하고 다닐 수 있겠는가. 그런 마음이 들더라도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할 뿐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를 본 적이 있는가? 우리 아이가 아주 좋아하는 영화다. 물론 내가 예전부터 무척 좋아했던 만화라 보여줬지만. 어쨌든 결혼 전에 볼 때는 그저 귀여운 꼬마들과 숲의 정령 귀요미 토토로에 관한 영화였는데 결혼하고 아이와 보다 보니 영화 속 엄마를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됐다. ‘왜 저 엄마는 아이가 둘이나 있는데 병원에 입원해 있을까. 어디가 아파서 저렇게 입원 중에 감기만 걸려도 외출조차 금지된 걸까? 딸아이 둘을 아빠에게만 맡겨두고 병원에 있는 자신이 얼마나 괴로울까.’ 아프고 싶어서 저렇게 있겠느냐마는, 아이들을 온전히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 된 자신이 너무 싫을 것이다.
엄마의 체력이란 , 엄마 혼자 이것저것 집안일은 물론 아이를 깔끔하게 챙기고, 삼시 세끼 영양 식단으로 식탁을 차려내는 것을 매일매일 끊임없이, 아이가 클 몇 년 아니면 몇십 년 동안 건강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나는 나를 잘 알기에 평생 외동아이, 한 명만 키울 것이다. 친정엄마는 마흔이 넘은 나에게 아직도 이런 말을 한다.
“아이 하나만 있으면 불안하잖아. 외롭기도 할 것이고.”
“아니, 엄마. 하나는 불안하다는 말이 난 이해가 안 가는데. 하나든 둘이든 불안한 건 마찬가지지. 그리고 외롭기야 하겠지. 근데 나도 오빠가 있지만, 오빠가 있다고 해서 외롭지 않진 않던데.”
"그래도 아들을 낳아야 하는데. 김 서방이 장손이잖아."
"어쩔 수 없어. 나는 둘을 키울 능력이 없다니까."
아이가 둘 이상이면 엄마들은 아이가 크면 알아서 논다고 좋아하지만 정작 둘이 놀게 내버려두고 자신은 빠져버려서 엄마와의 정서적 공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 물론, 나중에 늙어서 엄마 아빠 모두 돌아가신다거나, 혹은 부부가 동시에 사고가 나버려서 아이가 혼자 남게 되는 경우, 그때가 걱정되긴 한다. 그때가 걱정 되어서 내가 아이를 하나 더 낳기에는 너무나 많은 부담이 있다. 위에 열거해놓은 것들 말이다. 결론적으로, 아이를 둘을 키우든 셋을 키우든 하나를 키우든 그 모든 것은 엄마 아빠의 결정이고 그 결정을 내렸다면 책임을 지고 잘 키워내야 한다는 것이다. ‘아저씨'란 영화의 끝에 문방구 할아버지가 이런 말을 한다.
“싸지른다고 해서 다 부모가 되는 건 아니야.”
부모라는 이름이 붙은 이상 그 책임을 다 해야 한다.아이가 잘 성장하여 독립할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1159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