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후풍으로 몸이 아팠고, 우울증으로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아픈 엄마가 아이에게 얼마나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지 잘 안다. 그런데 얼마 전 또 도졌다. 만성 인후염. 인후염이 심해지면 목은 물론 코에도 문제가 생기고 머리도 띵하다. 인후염이 만성적으로 오는 이유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무너진 면역체계 때문이라고. 언젠가부터 나의 인후염이 만성이 되어버렸다.
작년 초에는 정말 심각하게 아픈 적이 있었다. 인후염에, 편두통에, 고열, 감기몸살 등이 한꺼번에 몰려온. 그런데 그날 내 아이도 감기가 심하게 걸린 것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아픈 몸을 이끌고 아이와 함께 병원에 갔다. 나 혼자 아팠다면 그냥 약 먹고 버텼겠지만, 아이가 아프니 주섬주섬 챙겨 갈 수밖에. 대기시간 2시간(종합병원이 아니다!). 그렇게 한참 기다려 진료를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은 아이와 나 둘 모두에게 링거를 놓아주었다. 나는 링거를 꽂은 채, 링거 꽂아 칭얼대는 아이를 봐야 했다.
엄마가 아프면 그저 다 귀찮다. 옆에서 조잘거리는 아이의 목소리도 듣기 버겁고 아이가 엎지르는 물에도 평소와 달리 크게 울컥, 화가 난다. 난 좀 그냥 쉬고 싶은 마음뿐인데 그게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잠시 아이를 혼자 놀게 한 뒤 자리에 누워 있다 보면 그게 또 그렇게 미안해진다.
'오늘 TV 너무 많이 보는 것 같은데... 어쩌지?'
그러다 저녁 시간이 되면 겨우겨우 일어나 휘청거리는 몸을 추스르고는 주방에 가서 저녁거리를 만든다. 물론 대충 한 끼 때울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며칠 째 아픈 상태라 대충 두 세끼를 이미 때워 버렸다. 그러니 오늘은 뭐라도 제대로 만들어 줘야 한다. 예전의 나는 체력의 여왕이었고(진심) 아파 봤자 1~2년에 한 번 정도 앓아누웠던 적이 있을 뿐 이렇게 자주, 심하게 아프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나는 산후풍 + 우울증 + 3년간의 극심한 수면 부족 그로 인한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체력이 바닥이 난 것이다. 한 달에 한 번도 안 아팠으면 잘 지나갔다 싶을 정도랄까.
엄마는 건강해야 한다. 건강해지기 위해서 운동도 하고 비타민도 먹고 밥도 잘 챙겨 먹어야 한다. 나처럼 몸 상태가 엉망이 되기 전에 미리미리 말이다. 엄마가 건강해야만 내 아이도 건강히 잘 키울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잠깐, 남편은 대체 뭘 하는 건가. 아내가 아픈데 밥은 좀 하지...싶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상하게 주로 나는, 남편이 출장이나 당직일 때 아프다. 그래서 내 몸 하나 추스르기도 힘든데 온종일 아이를 봐야 하던 날이 수없이 많았다. 우리 아이는 희한하게 약국에서 파는 약으론 낫질 않아 꼭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처방전 받은 약을 먹여야 뭐든 나았다. 왜 그럴까? 약국 약은 몸에 안 맞나 보다. 예전에 해열제가 안들어 좌약을 했더니 금방 열이 떨어졌는데 의사 선생님은 먹는 해열제만 듣는 아기도 있고 좌약만 듣는 아기도 있다했다. 참, 쉽지 않다 쉽지 않아. 육아란 참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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