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부모들은 두 가지 교육 방식 사이에서 망설인다. 아이의 자율성을 빼앗는 권위적인 부모가 되기는 싫고, 그렇다고 너무 자유롭게 키워서 아이가 제멋대로 굴게 될까 고민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망설임을 재빠르게 알아차리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이 틈으로 비집고 들어간다. 다시 말하면 아이는 어린아이로서 가질 수 있는 절대 권력을 휘두르며 좌절을 참지 못하고 만족과 쾌락을 계속해서 누리려고 한다.
-[프랑스 엄마처럼 똑똑하게 야단쳐라/지젤조르주와샤를브뤼모] 중에서 -
내 아이가 자유롭게 커가길 바라지만 너무 버릇없어지면 안 돼. 그러니 야단칠 것은 야단치면서 바르게 키워야지.’ 엄마 아빠의 따뜻한 보살핌 속, 창의적인 생각으로 원하는 꿈을 그려내고 실천하는 내 아이가 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자유로움', 그 한계를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부모에겐 너무나도 큰 넓고 낮은 울타리, 또 어떤 부모에겐 높고 좁은 단단한 콘크리트가 그 한계가 된다.
"우리 아이 기를 죽이는 건 용납할 수 없어!"(경계 없는 자유)
"밥 먹을 땐 맛있다고 말하지 마. 밥은 당연히 먹는 거지, 맛있어서 먹는 게 아니야!"(지나친 억압)
극단적인 예에 불과한 말이라 생각되겠지만 정말로 누군가의 '부모'가 한 말들이다. 그런데 이런 한계를 옛날
엄마들은 잘 알았고 요즘 엄마들은 잘 모르는 것일까? 옛날 어머니들은 모두 ‘헌신적’ 이었고, 요즘 엄마들은
모두‘무개념’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솔직히 나는 '아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특히나 미혼 시절엔). 마트나 백화점에 가서 시끄럽게 우는 아이를 다그치는 혹은 방관하는 부모들을 보면서 제 아이 하나 제대로 못 가르치나 싶어 짜증 났었고, 한글도 모르는 아이를 데려와 대사 하나하나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읽어주며 내 몰입을 방해하는 무개념 엄마가 미쳤나 싶었다(영어에 익숙해져야 한다며 더빙판 영화를 안 보는 엄마였다).
사방천지 분간 못 하고 위험하게 이리저리 뛰어다니게놔두는 것, 사람 많은 식당에서 이 테이블 저 테이블로 왔다 갔다 정신없게 하는 것,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위험하게 장난치며 내 진로를 방해하는 것 등등 ‘애들’은 나에게 있어 그저 마주치기 싫은 존재, 그뿐이었다.
자, 생각해보자.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개념 없는 엄마들은 주변에 늘 있었다. 아이 기 죽이지 말라며 바락바락 열올리는 엄마, 식당에서 페트병에 소변을 누이거나 기저귀를 가는 엄마가 그때도 분명 있었단 말이다.
하지만 10년 20년 전과 달라진 것은, 지금은 SNS 시대라는 것! 지금은 이른바 '민폐 짓'을 하는 엄마가 있다면 곧바로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질 수 있다. 인터넷 뉴스 기사를통해서도 순식간에 수백 수천 명의 사람에 게 손가락질을 받는다. ‘요즘 엄마들 하여간 쯧쯧’ 하면서 말이다. 물론 옛날에도 당시의 '요즘 엄마들'이 욕을 안 먹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수많은 '감시자 '들이 없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요즘 엄마'들은 한계를 더욱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물론 비단 이런 수많은 '감시자들' 때문만은 아니다). 내 아이를 올바른 방법으로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조건없는 자유로움과 지나친 규칙은 둘 다 위험할 뿐, 결코 득 될 것이 없다. 식당에선 얌전히 밥을 먹어야 하고, 사람 많은 곳에선 이리저리 뛰어다니지 말며, 극장에선 다른 사람에 방해되지 않게 서로 조심해야 하는 것이라고 가르쳐야 한다. 부모가 먼저 기본적인 사회 규칙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겠다. 책이나 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몸소 익히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적정한 한계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시대를 떠나 '요즘 엄마들 모두'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육아를 공부하지 않는 엄마가 문제다. 누구 하나 '육아'를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다고 해서 망망대해 돛단배 하나로 버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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