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가지 마! 가지 마아~~~!"
엄마는, 아빠 곁에서 온갖 짜증을 내며 자신을 부르는 아이에게 되돌아가 스마트 폰을 쥐여줬다.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스마트 폰 속 작은 화면에 무섭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엄마, 밖으로~ 밖으로오."
답답한 병원 대기실 밖으로 나가자는 아이, 소아청소년과 병원 대기실에는 이미 아이를 위한 방송이 틀어져 있다. 하지만 TV 따위는 진즉에 재미를 잃었다는 듯 엄마가 쥐여준 스마트 폰 속 작은 화면에 빠져버린 2살 꼬마 아이.
"얼른 밥 먹어야지~"
놀이터가 없는 식당에 앉아 지루함에 몸을 배배 꼬고 있는 아이에게, 스마트 폰은 어느샌가 특효약이 돼버렸다. 안다.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엄마들은 스마트 폰이 결코 아이에게 좋은 영향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식당에서 떠들고 돌아다니게 하느니, 마트에서 시끄럽게 울고 있게 하느니, 귀찮게 밖으로 나가느니, 스마트 폰을 쥐여준다. ‘잠깐이니까.’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그 잠깐이 너무나 잦진 않았는지. 잠깐, 잠깐, 잠깐이 아이의 일상이 되진 않았는지.
자, 그럼 스마트 폰이 없었던 시절로 돌아가 보자.
그땐 엄마들이 어떻게 했을까?
1. 윽박지르면서 아이를 다잡는다.
2. 어떻게든 아이가 지루해하지 않도록 소소한 경험을 하게 해준다.
3. 아이가 다 그렇지. 그러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
화를 내거나, 아이의 마음을 읽고 대처하거나, 방관했을 것이다. 스마트 폰을 쥐여주는 것이 화를 내거나 방관하는 것보다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매번 하나하나 아이의 눈에 맞춰 세심하게 마음을 읽어줄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러려고 노력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몇 살이 되었든 엄마는 아이가 이 불편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먼저 설명하고 알려줘야 한다. 병원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옹알이 아기에게도 말이다. 병원 밖에 나갈 수 없는 이유를 아이는 모른다. 물론 알려줘도 정확히 못 알아듣겠지만, 그래도 알려줘야 한다. 병원 안에는 어떤 재미있는 것들이 있는지 아이와 손잡고 대기실을 천천히 둘러보는 것, 종이와 펜을 줘 보는 것, 우리는 몇 번째 차례일지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해보면서, 최대한 지루한 시간을 버텨보는 경험을 해야 한다. 물론 아이에겐 종이와 펜을 주고 자신은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는 행위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지 않은가. 다들 스마트 폰을 보면서 키운다, 봐봤자 몇 분 보지도 않는다, 우리 아이는 중독이 아니라고 애써 위로할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이 다 알지 못하는 우리 아이의 생활 방식이 있는 거니까...라 여기며 말이다. 하지만 '내가 너무 자주 보여주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사용 시간을 조금씩 줄여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어쩔 수 없다. ‘난 내 아이를 위해 스마트 폰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여기서 잠깐! 라떼는?
나는 그랬다. 남편과 식당에 갔을 때 단 한번도 아이(영유아기)와 셋이 나란히 앉아 밥을 먹은 적이 없다.
내가 밥 먹을 땐 남편이 아이를, 남편이 밥 먹을 땐 내가 아이를 봤다. 아이를 안아주고, 업어주고, 밖으로 바람도 쐬러 가고, 물컵에 물을 같이 따라보고, 휴지 한 장을 찢어도 보면서. 약간의 단점이 있다면, 남편이 나보고 먼저 먹으라며 아이를 챙길 땐 아이가 보채기 전에 허겁지겁 먹느라 체했고, 편히 먹으라며 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가 있을 땐 그게 또 마음에 걸려 허겁지겁 먹느라 체했다. (체하고 싶지 않아 어느 때부턴가 배달을 이용했는데, 그래서 내 살이 더욱. 하...)
우리 가족만의 새로운 생활방식을 한번 찾아보자. 스마트폰을 대신할 수 있는 뭔가 색다른 즐거움을연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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