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없습니다. 육아 철학 따윈.
독 박 육 아
엄마(주 양육자, 편의상 엄마라고 쓰겠다) 혼자서 아이를 돌본다는 뜻인데, 신생아부터 글쎄 몇 살까지의 아이로 기준을 잡아야 할지 잘은 모르겠다만 적어도 초등학교 저학년까지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독박 육아는, 버겁다. 엄마 혼자(친정, 시댁 등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아야 진정한독박이지)
- 청소(주방, 거실, 방, 화장실, 베란다, 현관)
- 빨래(빨래하기 - 말리기 - 착착 개서 정리하기)
- 삼시 세끼 밥 챙겨주기와 설거지
- 틈틈이 간식 챙기기
- 쓰레기 버리기(음식물, 재활용, 일반)
- 놀아주기(산책시키기)
- 씻기기
- 마트 장보기
- 재우기
그러다 다음날이면 또 깨우기, 씻기기, 먹이기를 반복하면서 청소, 빨래 등의 집안일. 이게 뭐가 힘드냐! 고 하지 말자. 그렇다면 당신의 부모님도 전혀 힘들이지 않고 당신을 키워낸 것일 터, 부모님을 생각하며 먹먹해질 필요도 없을 테니 말이다. 신생아는 신생아대로, 영유아는 영유아대로 그리고 초등학생, 사춘기 아이 시기 때때로 육아가 힘든 건 매한가지다. 위에 나열한 것들은 육아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날마다 해야 하는 일일 뿐이고, 그 와중에 각종 공과금 납부(은행 업무), 요리책 탐독(요리는 타고나나? 다 배워야 하는 것들투성이다), 경조사(결혼식이든 제사든) 챙기기, 계절에 맞는 이불 꺼내기 같은 사소한 살림도 포함한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여기서 또 추가되는 것이다. 병원 다니면서 아이 간호하기! 아이가 아프다면 병 원 을 가 야 하 고 ( 심 하 면 입 원 , 그 렇 다 면 엄 마 는 더 버거워진다. 몸도 마음도) 먹는 것도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먹는 것을 신경 쓰려면 장을 봐서 제대로 된 보양식으로 해줘야 할 텐데 독박 육아에선 그마저도 쉽지 않다.
우리 아이의 아플 때 증상은 주로 열이 오르는 것인데 39.3도는 놀랍지도 않다. 39.9도까지 오르락내리락하는 일도 다반사. 그럴 때마다 나는 해열제 먹이고 열을 체크하면서 미지근한 수건으로 밤새도록 아이의 몸을 닦아낸다. 잠 한숨 못 잔 채로. 날이 밝아오면 주섬주섬 준비해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는데 워낙 사람이 몰리는 병원이라 아침 7시 45분이면 진료 접수 신청을 받는다. 나는 7시 35분에 병원에 도착해 문 열기를 기다렸다가 1번으로 접수를 한다. 그만큼 부지런히 움직여야 아픈 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진료받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난스럽다고 하지 말자. 8시에 접수하면 순식간에 대기번호 15번으로 밀려난다!)그렇게 진료를 받고 나서 집으로 오면 또다시 시작이다. 먹 이 기 ( 약 먹 이 기 추 가 ) , 좀 나 아 진 아이와 놀아주기, 씻기기, 재우기의 무한 반복. 아빠가 도와준다고 해도 별것 없겠지만 어떤 점에선 없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여전히 독박 육아 중인데, 1년에 1/3을 출장과 당직으로 집을 비우는 남편 때문. 그래서인지 이젠 독박 육아가 익숙하다. 여기서 잠깐! 나도 아파 죽겠는데 혼자 이 모든 것을 해야 한다면! 이것이 독박 육아의 꽃이며 핵이다. 나도 아픈데 아픈 아이를 간호하며, 아이를 위해 죽을 끓여내야 하는 현실(‘잘됐네. 한번 끓여서 너도 먹고 아이도 먹고.’라뇨) 어쨌든 독박 육아 중이신 모든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잘 먹고 잘 뛰어놀고 있는 아이에게 감사합시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커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거니까요. (엄마가 그. 나. 마 편한 것이 사실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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