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의 더 딥(The Dip)

매일이 정체기 같은 요가 도전기

by 일찌

헬스를 얼마나 자주, 오래 해야 하는지는 많은 이론이 난무하지만 대체적으론 찢어진 근육이 회복할 시간을 두고 운동을 하는 게 좋다는 게 중론이다. 요즘 배우는 기타도 마찬가지인가 싶은 게, 매일 칠 때보다 손에 감각이 무뎌지기 전에만 다시 쳐주니 훨씬 연주가 부드러워지는 느낌이다. 헬스는 손바닥에, 기타는 손톱 아래에 굳은살이 박이니 그만큼 몸에 티 나게 각인이 되는 건가 싶다.


그런데 우리의 요가만큼은 '숙성'의 힘이 잘 발휘되지 않는 듯하다. 요가는 매일 해도 매일 새롭고 잘 안된다. 오랜만에 하면 더 안된다. 시작은 언제나처럼 뻣뻣하기 때문에 워밍업을 충분히 해야 한다. 헬스야 뭐, 스트레칭을 해주는 게 좋긴 하지만 바쁠 때면 후다닥 달려가서 원래 치던 무게를 치는 게 불가능하지 않은데 요가는 갑자기 고난도 자세를 선보이기엔 무리가 있다.


나는 오랫동안 이 용어를 찾아왔다. 무언가를 호기롭게 시작한 이후 새로운 것을 배우며 즐거움을 느끼다가, 어느 순간 성장과 배움이 정체되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며 초반에 익힌 기본기마저 잃어버려 갈팡질팡 하는 상태. 계속해나가는 게 좋을지, 내 길이 아닌가 보다 하며 포기하는 게 나을지조차 그저 선택의 문제가 되어버리는 순간.

바로, 세스 고딘이 말한 '더 딥'!!!


하...

유쾌 상쾌 통쾌.

잃어버린 언어를 찾은 기분.


마케팅 구루인 세스 고딘이 여기까지 침투하다니. 어쨌거나, 그는 <더 딥>이라는 책을 통해서 시작과 성공 사이에 겪는 침체의 시기를 어떻게 이겨낼지 조언을 건넨다. 딥에 빠져있는 길고 지루한 과정이 오히려 지름길이라고 말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요구한다. 넓게 보면, 그리고 나의 경우를 돌아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다시 요가의 딥으로 돌아와 본다.

요가 아사나의 딥은 조금 결이 다르다. 요기가 원하는 최고의 아사나는 사마디(삼매)의 경지에 드는 것이지 완벽한 아사나 자세를 구현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세스 고딘 말마따나 그 피하고 싶은 딥 속이 사마디로 가는 지름길인 셈이다. 그러니 이 그래프는 완전한 데스밸리를 형성했다가 로켓처럼 쏘아 올라가지 않고, 오히려 심장박동처럼 위아래로 널뛰다가 어느 순간 0에 수렴하는 것이 더 어울릴 듯싶다.


글을 쓰다 보니 나도 정신수양(?)을 위해 요가를 한다고 주장하고 다녀도, 막상 요가원에 가면 몸으로 하는 아사나를 잘하려고 아등바등했구나 싶다.



오늘의 배움 : 요기는 '더 딥' 속에서 끝없이 수련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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