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출간 도서 ‘수학이 건네는 위로’를 읽고
지독히 문과형인 나는 중고등학교 때 수학이 정말 싫었다. 정말 놓을 수만 있다면 놓고 싶었다. 하지만 대학에 가기 위해 수학 공식을 머리에 우걱우걱 집어넣었다. 그리곤 대학에 합격하면서 수학책을 제일 먼저 휴지통에 버려 버렸다.
이 책이 좋은 점은 수학을 우리 삶과 연결시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함수라던가 벡터라든가 위상 수학이라든가 좌표 평면이라든가. 그리고는 우리의 삶과 연결시킨다.
가장 좋았던 건 소수에 관한 얘기였다. 소수는 1과 자기 자신만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유일한 숫자들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수를 이용해 암호를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소수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귀한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소수처럼 사람들 하나하나도 그렇게 오직 하나뿐이며 특별히 뭔가를 증명하지 않아도 존재 그 자체로 특별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이 책은 수학과 사람이 사는 법에 대한 상관관계를 정말 귀에 쏙쏙 들어오게 만든다.
실제로 요즘 중학교 2학년만 넘으면 수학 시간에 교실에서 자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일명 수학을 포기하는 사람들 ‘수포자들.’ 그런 친구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고등학교 선생님이기도 한 저자는 이들의 눈과 취향에 맞춰 논리를 전개한다.
예를 들면 ‘표본의 편향.’ SNS에서는 나는 찌질하고 불행한데 친구는 항상 잘 살고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소셜 네트워크 그래프로 확률을 계산해 보면 나는 기댓값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표본에 항상 잘 나가는 친구가 포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SNS를 보고 불행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SNS에 나오는 친구의 삶은 행복한 순간만을 찍은 것이기에. 수학을 무서워하는 10대가 보기에 쉽고 근원적으로 설명하여 머리에 쏙쏙 들어와 수학에 흥미를 돋을 수 있다.
그리고 사회로 나와 갖은 경쟁과 차별에 시달리는 20대에게는 따뜻한 위로의 말들을 건넨다.
위상 수학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자연수에서는 1+1 = 2이다. 하지만 찰흙 덩어리 하나에 또 다른 찰흙 덩어리를 합치면 2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하나이다. 1차원의 세계에서는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2가 되지만 삼차원의 세계에서는 하나에 하나를 더해도 여전히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1+1은 정답이 1이 될 수도 있고 2가 될 수가 있다. 기준이 달라지면 답이 달라진다. 저자는 지금 갖은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청년들에게 정답만 찾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답을 찾아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두운 20대를 지나온 내게도 깊은 공감이 가는 말이다.
수학이 어려운 그래서 친해지고 싶은 10대 청소년, 경쟁과 차별에 지쳐 위로가 필요한 20대 젊은이, 수학의 법칙을 쉽고 근원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30, 40대, 자신의 아이가 수학에 쉽고 따뜻하게 접근하길 원하는 부모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작가가 이 글을 브런치에 게재했을 때 구독자 수가 순식간에 증가하며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책에는 작가의 깊은 통찰과 따뜻한 마음이 드러나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수학 원리에 대한 이해와 함께 긴 여운이 남는다.
* 이 서평은 브런치 작가이자 저자 배재윤 선생님의 책 제공으로 작성하였습니다. brunch.co.kr/@stigma7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