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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운 Feb 14. 2024

현실을 꼬집어 게임처럼 예술을

미스치프 (MSCF) 전시회를 다녀오다.

혼자 여행도 가지만 전시회도 잘 가는데 그림(?) 전시회 ‘미스치프 (MSCF)’ 전에 다녀왔어요. 미스치프는 현대 예술가 그룹인데 기발한 아이디어로 게임처럼 현실을 비판했습니다. 많은 작품이 있었지만 제 머리를 때린 몇 작품이 있었습니다.      


첫 작품은 ‘C&D 그랑프리.’


사진 속 서랍에는 서브웨이, 디즈니, 마이크로 소프트, 테슬러, 코카 콜라와 같은 유명 브랜드 로고가 붙은 티셔츠가 있습니다. 미스치프는 브랜드들의 허가도 받지 않고 티셔츠를 제작한 후 판매하였습니다. 당연히 해당 회사들이 가만있을 리가 없죠. 이 회사들은 특히 자신의 브랜드를 집착적으로 방어하니까요.  

   

미스치프는 오히려 그 점을 노리고 작품을 공개하며 대중에게 ‘누가 먼저 저작권 위반 고소할까?’하고 내기를 걸었습니다. 상품으로는 저 위에 있는 노란 미스치프 모자를 걸구요. 


많은 참여자들이 이런 회사, 저런 회사를 배팅했지만 가장 먼저 고소한 회사는 ‘서브 웨이’ 였답니다. 그래서 가장 위 서랍을 열면 ‘서브 웨이’ 로고 티셔츠에만 로고가 없어요. 다른 티셔츠들은 로고가 다 있는대요.  서브 웨이에 배팅한 참여자들은 모자를 상으로 받았습니다. 

   

이게 미스치프의 예술 방식입니다. 즉 미국 유명 회사들이 저작권 독점을 주장하며 대중을 상대로 마구 소송을 남발하는 걸 비판하는 거죠. 거대 브랜드 회사들은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고 대중은 돈이 없으니 소송은 항상 거대 회사들의 승리로 귀결됩니다. 미스치프는 그걸 꼬집고 있어요. 게임의 방식으로.     


미키 마우스 저작권도 그런 예입니다. 

디스니 독점 브랜드인 미키 마우스는 미국 저작권법 상 2024년 저작권이 만료됩니다. 그렇게 되면 누구나 미키 마우스를 이용해서 상품을 만들거나 광고나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죠. 디즈니에 돈을 내지 않고도. 

    

그래서 미스치프는 2024년 미키 마우스를 이용한 작품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대중들에게 팝니다. 위조 방지 라벨이 붙은 토큰으로 팔았습니다. 


독점 저작권이 만료되면 토큰 구매자는 미스치프로부터 미키 마우스 작품을 살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구매자들은 미국 저작권법이 어떻게 될지 매우 궁금하게 됩니다. 그리고 독점 저작권이 없어지길 바라겠죠.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예요. 독점적 저작권의 폐해를 꼬집는 것입니다. 사실 디즈니가 미국 의회에 저작권법 개정을 요구하며 독점 저작권 기한을 95년 늘려달라고 해서 현실화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고 하네요. 

    

미스치프는 현재 소비주의를 비판하며 유머러스한 작품들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여기 전시된 책들은 오래된 고전으로 ‘오만과 편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보물섬’ ‘우주 전쟁’입니다. 그런데 미스치프는 소설을 각색해서 내용에 상품 광고를 넣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토끼는 앨리스를 찾아 뛰어가다가 시간이 궁금해서 팔 소매를 걷어 보는데 애플 워치가 딱 나오는 식이지요. 


보물섬에서는 무슨 보물이 나왔을까요? 루이 뷔통 명품백? 테슬러 전기 자동차? 코카 콜라 박스? 저는 다 읽어 보고 싶습니다. 미스치프 그룹의 재치가 정말 뛰어납니다.     


미스치프 그룹은 종교도 상품화와 연결시키는데요 나이키 운동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왼쪽 나이키 운동화 밑창에는 가톨릭 교회에서 인정한 성수가 들어 있습니다. 운동화를 신으면 마치 예수가 물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낀대요. 나이키가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오른쪽 나이키 운동화 밑창에는 피 한 방울이 들어간 물이 들어가 있습니다. 신발 옆면에는 악마를 상징하는 누가복음 10장 18절과 숫자 ‘666’이 새겨져 있어 ‘악마의 신발’이라고 부른답니다. 도슨트 말로는 나이키가 이 신발을 싫어하는데 성수 운동화 때문에 고소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미스치프 그룹은 소위 ‘유명한 것’도 비웃는데요 현대 미술계의 거장 데미안 허스트의 비싼 작품을 사서 분절하여 판매합니다. 


위 작품은 데미안 허스트의 ‘스폿 페인팅 시리즈’ 중 하나인데 미스치프 그룹이 사서 점들을 하나하나 잘라내어 한 점씩 판매합니다. 


전시회에 가면 미스치프 그룹 예술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잘라내는 동영상을 볼 수 있어요. 덕분에 가격이 많이 싸졌다고 합니다. 마트에 가면 큰 바나나 분절하여 파는 것과 같더라고요.     


미스치프 그룹은 평화주의를 지향하기도 합니다. 


중세 기사들이 쓸 법한 이 칼들은 사실 미스치프 그룹이 미국 전역에 광고하여 총을 거두어 녹여 만든 후 돌려준 거랍니다. 미국은 총기 소유가 합법이므로 일반인들도 총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요. 사실 저 칼은 모양만 이쁘지 칼날이 날카롭지 않아 뭘 베어내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미스치프 방식이 참 귀여웠어요.     


이외에도 소금알 크기 만한 루이뷔통 미니백, 성수가 들어간 알코올 음료수. 환각제 LSD 음료수 판매대, 브랜드만 크게 보이고 신을 수 없는 운동화, 관람자가 만드는 비디오, BTS 군대 게임기 등등 유머러스하고도 비판적인 많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미스치프 (MSCF)는 개인이 아니라 뉴욕 브루클린에 기반을 둔 예술가 집단입니다. 2주에 한 번씩 협업한 작품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전시회를 하는 대림 미술관에 제가 간 날에는 힙한 옷차림의 20대가 정말 많았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재치 있는 방식으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데 관심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시회는 3월 31일까지 한다고 합니다.      


* 이 글은 대림 미술관 그리고 미스치프 그룹으로부터 아무런 제공도 받지 않았습니다. 

* 현재 연재하고 있는 '중년 여성의 품위있는 알바 생활' 연재 주기를 토/일 2회에서 일요일 1회로 바꿉니다. 항상 재밌게 읽어 주시는 구독자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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