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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운 Nov 03. 2022

오랫동안 자세를 바꾸지 않는 개에게

2022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나의 늙은 개가

오랫동안 자세를 바꾸지 않고   

  

엽서나 풍경처럼 누워 있을 때 

그를 묶고 당기는 끈이 그림자처럼 가여워졌다     


너의 산책에는 전설이 있다

나는 네가 언제나 어리고 부드럽고 뼈가 잘 휘어지기를 바랐다     


사랑하면 먹이고 싶어지는 것들

나는 너로 인해 젖은 내 손을 사랑의 감각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는데     


꿈속에서 

나의 사랑을 오랫동안 관람한 네가 뒷다리로만 일어나서 터벅터벅 걸어갔다 늙은 여자처럼 걸어가는 그 뒷모습     


슬퍼 보였다  

   

그렇게 걸을 수도 있었구나   

  

너의 이마가 어떤 모양이었는지

나는 너의 뒷모습을 보며 비로소      


“이렇게 작은 개가 이렇게까지 늙을 수 있다니.”

사람들이 네 주변에서 감탄했다     


너를 안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검은 옷을 입고

개가 죽은 날도 장례식을 치렀다고 할 수 있는지 골몰했다     


너를 묻은 땅 위에 무릎을 대면 

우리의 산책과 전설이 시작되는 꿈 

    

너는 

오랫동안   

  

어리고

부드럽고

뼈가 잘 휘어졌다     


나의 늙은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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