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와일라잇 Nov 20. 2022

너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될 때까지

큰 아이의 사춘기 맞이 육아일기 1


 엄마에게 살갑지 않은 큰 딸. 살갑지 않을 수밖에 없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 항상 나에게 인정을 해주는 작은 어른이어야만 했던 큰 딸에게는 늘 미안함이 앞선다.

 그저 주는 법이 없이, 언제나 많은 것들을 주면서도 ‘어때? 괜찮지? 좋지? 수연이 좋아?’ 이런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어야 했던 큰 딸은 참 시크하다.


그런 큰 딸이 좋아하는 것은 케이팝이다. 원체 피아노, 플루트, 음악이란 걸 좋아하기도 하는 아이다.

그런 그녀가 어제의 외출로 코인 노래방을 처음 영접하고는 그 매력에 푹 빠진 것이다.

 오늘은 엄마랑 동생이랑 가고 싶다고 하면서 노래를 부르기에 비 오는 오후, 아이에게 좋은 일 하나 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막상 갈 채비를 하자 조심스럽게 건네는 말.


“엄마, 정연이랑 우리 둘만 가도 돼? 왠지 엄마 앞에서 노래 부르는 거 민망하단 말이야!”


뜻밖에 나를 배제한 그녀의 표현이 무한히(!) 서운했지만 그것이 너의 기쁨이라면..이라는 마음으로 아이를 코인 노래방에 데려다주었다.

처음 와보는 3학년 둘째가 안심이 안되어서, 40분 후에 엄마가 돌아온다는 조건을 달고 3000원을 넣어주었다. 금세 신이 나서 웃는 아이의 얼굴이 새삼스럽다.  내 배에서 나온 그녀이지만 정말 알 수 없는 그녀.


글 쓰려고 블루투스 키보드를 꺼내는 순간, 그녀에게 문자가 왔다.


“엄마, 대박이예요!”


무슨 일이지?


“아이유 ‘좋은 날’, 100점 나왔어요!’


아이의 신난 감정이 묻어난 문자에 함께 기뻐해 준다. 아직은 적응이 잘 되지 않지만 , 곧 적응하겠지? 그녀의 기쁨이 곧 나의 기쁨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저 함께 기뻐하려 한다.


‘노래방에서 100점 맞은 그 기쁨, 알지알지 ^^ 엄마도 소녀시절엔 노래방 마니아였단다. 엄마한테 이렇게 생각해볼 시간 줘서 참 고맙다!’

나를 늘 새롭게 보게 해 주고 성장하게 해주는 ‘아이’라는 보물을 맡겨준 그분에게도 감사. 돌아보면 그 모든 것이 감사가 맞다.


그렇게 비 오는 오후, 홀로 커피 마시며 글 쓸 여유가 생겨간다. 이 시간을 오롯이 내 길을 잘 만들어가는데 쓰기, 언젠가 내 지도를 슬며시 훔쳐볼 너를 기대하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