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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이 운다

by 밀도 Dec 03. 2024

강산아, 누나 자타가 공인하는 다큐 인간이잖아.

다큐녀와 예능남이 같이 사는 것이 양쪽 다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 유주는 티 없이 밝고 맑은 아빠 라인.

어제 생일을 맞아 늦게까지 열과 성을 다 해 놀고 들어온 녀석이 오늘 교회를 못 가겠다는 거야.

거기서부터 이 다큐 어미 혈압이….

타당한 이유도 없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어디까지 강제하고 강요해야 이 소녀에게 ‘책임감’이라는 미덕을 심어줄 수 있을까.

인상 찌푸리지 않으면서 가치의 무게를 감각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 어디 없는 거니?

무턱대고 진지한 거 사실 장점일 수만은 없지만, 인생이 다 예능처럼 유쾌하고 가볍게 흘러갈 수는 없는 법이잖아.

어미는 자꾸 걱정이 되는 거야.

유주의 언동이 거품처럼 가벼워서 친구들 사이가 뿌리 깊지 않으면 어쩌나.

떠들고 노는 거야 거의 전문가 수준이시지만, 너무 빠르고 급해서 의도치 않게 오해를 사면 어쩌나.

나는 유주가 어디에 가든 환영받고 또 환영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는데….

 생일도 맞으셨겠다.

유주 겨울옷을 장만하러 세 식구 외출을 했어요.

아빠는 더 넓은 쇼핑센터를 보여주고 싶었는지 집에서 먼 아웃렛으로 차를 몰았어.

분명 소녀 본인 옷을 사러 나선 걸음인데, 이 녀석 흥도 성도 없는 거야.

아주 어르고 달래며 상전 모시고 다녔네.

결국 귀가할 때가 되어서야 소녀 텐션 살고, 

”아버지, 옷 사 주셔서 감사합니다”를 외치더구나.

 쇼핑, 누나도 열광하는 종목이건만, 내 옷 아닌 따님 옷 고르시는 데 졸졸 따라다니려니 아따 지루해 지루해.

딸 살피랴 옷 봐주랴 정신없는 남편 팔에 혹덩이처럼 달려 다니기도 쉽지 않더란 말이시.

옷 고르는 데 내 의견이 반영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어머니 카드는 탈탈 털린 터.

아버님 카드도 좀 쓰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소녀 생일잔치에 월동 준비에 엄빠 카드가 바쁘다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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