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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Apr 14. 2024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순례 001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서른 살까지 사는 것이 꿈이었다 왼쪽 가슴이 아팠다 남몰래 가슴을 안고 쓰러지는 들풀이었다 내려다보는 별들의 눈빛도 함께 붉어졌다 어머니는 보름달을 이고 징검다리 건너오셨고, 아버지는 평생 구들장만 짊어지셨다 달맞이꽃을 따라 가출을 하였다 선천성 심장병은 나를 시인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나의 비밀은 첫 시집이 나오고서야 들통이 났다 사랑하면 죽는다는 비후성 심근증, 심장병과 25년 만에 첫 이별을 하였다 그러나 더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바다는 나를 이어도까지 실어다 주었다 30년 넘게 섬에서 이어도가 되어 홀로 깊이 살았다 나는 이제 겨우 돌아왔다 섬에서 꿈꾼 것들을 풀어놓는다 꿈속의 삶을 이 지상으로 옮겨놓는다 나에게는 꿈도 삶이고 삶도 꿈이다 <꿈삶글>은 하나다 윤동주 시인을 다시 만나 함께 길을 찾는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 윤동주 시인과 함께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보았던 윤동주 시인은

죽어서 드디어 별이 되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했던

윤동주 시인은 죽어서도

바로 눕지 못하는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죽어서도 땅만 보고

엎어져 있는 사람들을 부른다

윤동주 시인과 함께 나도

이제는 그 아득한 길을 걸어간다

예수 그리스도와 석가모니 부처님과

서불선생과 설문대할망과 마고할미와

죽은 사람들과 함께 살다가

윤동주 시인과 나는 함께

이어도를 떠나 순례길에 나선다

설문대할망의 고향으로 간다

마고할미의 고향으로 간다

윤동주 시인의 고향으로 간다

생명의 숲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길을 떠난다 한라산으로 간다 

지리산으로 간다 백두산으로 간다

다시 처음부터 세상을 읽으며

멀고도 긴 순례를 떠난다

30년 넘은 유배생활을 마치고

내 삶의 마지막 순례를 떠난다

제주도에서 온 영혼들이 함께 따라나선다

정방폭포에서 온 영혼들이 먼저 따라나선다     




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_ (1941. 11. 20. 윤동주 25세)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이 문장을 외국어로 번역할  때, 모든 살아있는 것을 사랑해야지, 이렇게 번역하기도 한다고 한다. 죽어가는 것은 아직 살아있는 것, 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살아있는 것, 죽은 것, 죽을 것, 죽어가는 것, 죽어가고 있는 것....,


내가 윤동주 시인과 함께 순례를 시작하는 것은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바로 이 문장 때문이다. 이 문장은 잘 알다시피 윤동주 시인의 대표작 <서시>에 들어있는 문장이다. 나와 윤동주 시인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사랑한다.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한다. 모든 죽어있는 것들도 사랑한다. 특히, 억울하게 죽은 것들을 더욱 사랑한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먼저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부터 찾아간다.



윤동주 시인에 관한 자료들은 대부분 『(사진판) 윤동주 자필 시고 전집』에 실려있다. 윤동주 시인이 남긴 자필원고 대부분이 사진자료와 해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따라서 윤동주 시인의 숨결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은 반드시 이 책을 소장할 수 있기를 추천한다. 『(사진판) 윤동주 자필 시고 전집』에는 영원한 민족의 청년시인 윤동주의 시와 산문 전집. 윤동주 시인이 남긴 모든 자료가 육필원고 사진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사진판 윤동주 자필 시고>, <사진판 자필 메모, 소장서 자필 서명>, <시고 본문 및 주>로 나눠 총 219편의 시와 메모, 산문 등이 수록되어 있다.


윤동주 시인은 생전에 자신이 직접 쓴 3권의 자필 시집을 남겼다. 『나의 습작기의 시 아닌 시』, 『창(窓)』,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이렇게 3권 중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지막에 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잘 알고 있다. 초기에 쓴 『나의 습작기의 시 아닌 시』와 『창(窓)』은 원고지 노트에 쓴 작품들이고 연희전문학교 졸업 기념으로 만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400자 원고지에 쓴 다음, 반으로 접어서 책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보통 사진 자료에는 접었던 부분을 다시 펴서 촬영한 이미지들이 많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겨서, 온 겨레가 절망과 슬픔으로 가득했을 때(1941년 11월 20일)에 쓴 시. 그때 윤동주 시인의 나이는 25세. 그러니까 이 시가 태어난 지가 벌써 80여 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오늘날까지 이 시를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윤동주 시인은, 1945년 2월 16일 오전 3시 36분,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9세 꽃다운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시인이 쓴 시는 영원히 가슴에 남아, 오늘도 편리함과 탐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우리들의 양심을 흔들어놓는다. 지구 온난화에서 지구 가열화로, 기후 변화에서 기후 위기로, 이젠 기후 비상사태란 말까지 들리는 이 시대에 우리들이 꼭 회복해야 할 마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우리들의 하나뿐인 소중한 지구까지 죽어가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윤동주 시인이 직접 쓴 육필 원고에는 시집 제목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아래 童舟(동주)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東柱(동주)가 아니라 童舟(동주)라고 썼다. 윤동주의 본명은 윤동주(尹東柱)이지만 작품을 발표할 때는 주로 필명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童舟, 童柱, 東柱..., 이 중에서 윤동주 시인이 살아있을 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시집으로 발행했다면, 어쩌면 童舟라는 이름으로 발행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육사 시인도 다양하게 '육사'라는 이름을 변주하여 사용했는데, 윤동주 시인 역시 자신의 이름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참고로 윤동주의 아호는 해환(海煥)이었다. 



선물을 받았다. 야간근무 마치고 돌아오니, 윤동주 시인이 기다리고 있다. 아들이 모셔온 시인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나의 잠은 없을 듯, 윤동주 시인과 깊은 대화를 시작한다. 우리들의 아름답고 의미 있는 따뜻한 봄은 올 수 있을까? 이제 막 다시 겨울이 시작되었는데, 우리들의 봄은 언제쯤 올 수 있을까. 『(사진판) 윤동주 자필 시고 전집』이 책상에서 봄으로 피어나 있다. 이 책은 집필 순서로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나는 대강 훑어보고 거꾸로 읽기 시작한다. 나는 이미 다른 정본 전집에서 순서대로 작품을 읽은 뒤라서, 이번에는 거꾸로 읽는다.


앞표지에 <봄>이 노랗게 피어있다. 윤동주 시인의 남은 작품 중에서 가장 나중에 쓰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1942년 6월에 쓴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니 그 이후의 작품이 어딘가에 숨어 있을 확률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들은 다른 작품들을 찾지 못했다. 1945년 2월 16일 오전 3시 36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했으니 아마도 어딘가에서 우리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혈관 속에도 윤동주의 피가 흐르고 있을까? 겨울이 이제 막 시작 되었으나 우리들에게는 또한 동지가 멀지 않았다. 동지가 멀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들 밤의 길이도 조금만 더 길어지면 정점을 찍고 다시 짧아질 것을 믿는다. 밤이 다시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면 우리들의 봄은 이미 마음속으로부터도 시작되었다는 말이다. 자, 이제 우리들의 봄이 멀지 않았다. 봄이 오기 전에 나는 먼저 참회록을 써야만 한다. 우리들은 함께 참회록을 쓰고 봄을 노래해야만 하다.



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_ (1941. 11. 20. 윤동주 25세)




윤동주의 시(詩)들 중 초탈의 숭고한 모습이 가장 성숙하게 표현된 시다. 괴로운 현실 속에서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인의 모습이 느껴지며 계속적인 자기 초월을 통하여 성숙한 자아를 만들어가려는 의지가 돋보인다. 이 시의 문체와 어휘는 쉽고 간결하게 쓰였지만 그것을 통해 전달되는 시인의 의지는 그 어떤 시들보다 늠연하고 숭고하게 느껴진다. 


또한 본 시는 원래 제목이 없는 시다. 윤동주(尹東柱, 1917~1945)는 연희전문학교를 졸업기념으로 출판하려고 했던 자필 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작품을 제일 처음에 실었기 때문에, 후대의 편집자에 의해서 '책의 첫머리에 서문 대신 쓴 시'라는 뜻으로 '서시(序詩)'라는 제목이 붙은 것이다. 당시의 문학 및 창작 관행과 더불어 제목을 철저히 달았던 윤동주의 작품 집필 스타일을 고려해 볼 때, 본 시를 제목 없이 시집의 서두에 배치한 것은 시인의 의도로 추정된다. 이를 고려해 볼 때 '서시'라는 제목이 붙은 것은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본문에 수록된 시들보다 대중들에게 '서시'가 더 많이 구가된다는 사실을 과연 윤동주가 예상할 수 있었을지를 생각해 본다면 흥미로운 일이다. 아울러 '서시'는 가장 처음을 뜻하는 제목과는 달리, 자필 시집의 작품들을 시간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장 나중에 쓰인 작품이라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본 시가 수록된 시집은 안타깝게도 윤동주의 유고 시집이 되었다. 한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육필 원고를 윤동주가 다녔던 연희전문학교의 후신(後身)인 연세대학교의 공식 블로그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윤동주가 애용하는 피동형 어미 '스치운다'가 돋보인다.

'잎새에 있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는 도치된 표현이다.


* 원문 표기 

'우러러' -> '우르러'

'나한테' -> '나안테'

'걸어가야겠다.' -> '거러가야겠다.'   


https://brunch.co.kr/@yeardo/2184 <정본 윤동주 전집>

윤동주 시인의 자료들 (brunch.co.kr)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 윤동주 시인과 함께, 너에게 나를 보낸다



앞표지

배진성 프로필

서른 살까지 사는 것이 꿈이었다 왼쪽 가슴이 아팠다 남몰래 가슴을 안고 쓰러지는 들풀이었다 내려다보는 별들의 눈빛도 함께 붉어졌다 어머니는 보름달을 이고 징검다리 건너오셨고, 아버지는 평생 구들장만 짊어지셨다 달맞이꽃을 따라 가출을 하였다 선천성 심장병은 나를 시인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나의 비밀은 첫 시집이 나오고서야 들통이 났다 사랑하면 죽는다는 비후성 심근증, 심장병과 25년 만에 첫 이별을 하였다 그러나 더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바다는 나를 이어도까지 실어다 주었다 30년 넘게 섬에서 이어도가 되어 홀로 깊이 살았다 나는 이제 겨우 돌아왔다 섬에서 꿈꾼 것들을 풀어놓는다 꿈속의 삶을 이 지상으로 옮겨놓는다 나에게는 꿈도 삶이고 삶도 꿈이다 <꿈삶글>은 하나다 윤동주 시인을 다시 만나 함께 길을 찾는다





서시(序詩)



고향집 바로 앞에

연어의 종착역 표지석이 있다

나는 연어가 되어

참으로 먼 길을 거슬러 돌아왔다

나도 이제 너를 만나

붉은 알을 낳아야만 한다  



오른쪽에 보이는 구멍가게 건물 아래채와 본채 고향집 
고향집 옥상에서 찍은  빨래 하시는 나의 어머니
고향집 바로 앞에서 찍은 아버지 말년의 모습과 어머니 


시집과 갈치의 가격


윤동주 시인의 시집과 전집과 관련 책들을 읽다 보니 『사진판 윤동주 자필 시고 전집』을 사야만 했다 제주도 도서관에는 한 권도 없다 3년이 더 지났으니 희망도서로 신청할 수도 없다


1999년에 발행한 시집이 

5만 원이면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고

오후에 산책을 나간다


윤동주 시인은 습작노트 2권과 자선 시고집 1권을 남겼다 윤동주는 송몽규가 신춘문예에 당선된 무렵부터 날짜를 명기해 가며 습작품을 보관했다


『나의 습작기의 시 아닌 시』

『창(窓)』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월대천 징검다리에서 왜가리 한 마리

여울물을 바라보며 추위에 떨고 있다

왜가리의 식생활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징검다리 건너지 않고 외도포구로 간다

외도교 아래를 지나 대원암 쪽으로 간다


눈이 내리는 바다에는 바람까지 거세다

바다에 누워계신 관세음보살을 씻는 파도가

해안까지 멀리 날아와서 나를 적신다

안경과 입술에도 소금 맛이 스며든다


파도가 날아오르는 연대포구에서

청해수산 홍보영상을 촬영 중이다

통통한 갈치가 싱싱하게 빛나고 있다

파도처럼 바다로 뛰어들 것 같은 갈치가

한 마리에 5만 원씩이라고 한다

아, 갈치도 참으로 비싸구나,

속으로 생각하며 돌아서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한 생명이 겨우 5만 원 이라니!

한 시인의 삶이 겨우 5만 원 이라니!




<서시>
『나의 습작기의 시 아닌 시』, 『창(窓)』,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나의 습작기의 시 아닌 시』표지 앞과 뒤
『창(窓)』표지 앞과 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앞표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표지를 오른쪽으로 넘기면 이렇게 제목 없는 <서시>가 나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앞표지를 펼친 모습, 안쪽은 깨끗한 모습
<서시> 원고지를 펼치면 이런 형태가 됨, 원고지 양쪽 구멍은 철끈으로 묶은 자리
<서시> 부분만 확대, 책은 이렇게 접혀 철끈으로 묶어 만들었음, 400자 원고지 한 장을 접어서 앞과 뒷장이 됨
<서시>
『윤동주 자필 시고 전집(사진판)』원본 사진과 설명 인쇄 부분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618214


『나의 습작기의 시 아닌 시』표지 앞과 뒤



일요일 우리 집 너무 가까워


일요일은 우리 집이 너무 가까워

일요일은 아침에 일어나지 않네

일요일은 사이에 요가 깔려있어

등짝에서 요가 떨어지질 않네

일요일은 일어나기 너무 힘들어

꿈만 자꾸만 뒤집으며 꾸고 있네

일요일은 일요일이 너무 좋아서

일요일은 일요일만 너무 사랑해

일요일은 일요일의 일이 있는데

일요일은 일요일의 해만 뜨고요

일요일은 일요일의  일은 안 하네

이러다가 일요일은 꼼짝 못 하고

이러다가 일요일의 귀신 되겠네

하늘에도 땅에서도 꽃은 피는데

사철나무 머리에도 뿌리 돋아나

겨울 허리 싹둑 잘라 땅에 묻는다

어기어차 어강도리 아으 다롱디리



윤동주 프로필 1917.12.30 ~ 194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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