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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ul 03. 2024

잠시 구름이 되어



공항에 비행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항 활주로에

비행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버스도 있고 트럭도 있고

소방차도 있고 기름차도 있고

계단을 지고 다니는 자동차도 있다

짐꾼도 있고 신호수도 있다

공항 비행기 안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을 미리 만나고 있는

나의 마음이 먼저 이륙하고 있다

손을 흔드는 사람이 멀어지고 있다

손을 흔들고 서 있는 두 사람이 있다

살짝 발을 들고 하늘로 뛰어오른다

어제 송별식 했던 용두암 쪽에서

잠시 대기한다 다른 비행기 하나 착륙하고

드디어 이륙하고 있다 하늘이 된다


잠시 구름이 되어


가끔 비행기를 타야만 한다

가끔 구름이 되어 봐야 한다

저 아래로 떠가는 비행기가

얼마나 작은지 보아야만 한다

바다를 날아가는 배가

얼마나 느리게 기는 돛단배인지

구름은 또 얼마나 질서 있게

흐르고 있는지 잘 보아야만 한다

구름 속 가슴은 또 얼마나

하얗게 따뜻한 지 느껴야만 한다

위도 아래도 왼쪽도 오른쪽도

모두가 구름뿐인 구름의 나라

구름의 나라의 구름으로 산다

아, 구름 아래로 내려오니 비가 내린다

구름 아래 세상에 비가 내려도

구름 위 세상은 맑고 따뜻하다


공항 경전철



두 칸 전철이라니!

두 칸도 기차는 기차다

참 귀여운 전철이다


제주공항에도

저런 귀여운 경전철

있으면 참으로 좋겠다


제주공항

김해공항, 사상, 동백역, 해운대,


비가 오는

부산이 참 좋다

해운대가 참으로 좋다


종점에서 다시 만난다



우리들은 열심히 잘 살았다

산으로 갔던 사람도 있었다

강으로 갔던 사람도 있었다


바다로 갔던 사람 사막으로

갔던 사람 하늘로 갔던 사람

모두 다시 모였다 종점에서

우리들은 모여 인사를 한다


모두, 사느라 고생 많았다고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한다

따뜻한 손으로 악수를 한다


그리고 손을 흔들며 돌아간다

유리창 눈물을 닦듯이 흔든다

허공이 반짝반짝 맑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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