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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ul 05. 2024

새벽이 올 때까지

― 밤비가 창밖에 속살거려



새벽이 올 때까지



임금피크제도 첫 근무 날 교육을 받으려고

본사가 있는 부산 해운대로 왔다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의 세상과

구름 아래 세상을 보았다


임금피크제도 안내, 정부 지원제도,

셰르파 프로그램 안내 등을 배웠다


창업을 잘하는 방법과 정부 지원금을

잘 받아내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윤동주 시인을 만나고 있다

광안대교와 이기대와 오륙도를 보았다


지금은 한화리조트 1004호의 새벽 네 시

식탁에 앉아 소년, 위로, 팔복, 병원……


노트북에 독수리 타법으로 입력을 하다가

고개를 돌려보니 창밖의 나도 나를 본다


유리창은 밤이 되면 거울로 변한다 거울 속의

나를 만나려고 다가가니 10층 허공에 떠 있다


유리창 밖에는 빗방울이 가득하고 광안대교의

불빛은 반짝이고 낮에 보이던 섬들은 안 보인다


새벽과 아침 사이



지금은 다섯 시 이십 분

새벽일까 아침일까


「별 헤는 밤」을 입력하다가

고개를 돌려보니


보이지 않던 섬과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창밖의 나는 파도 위에 앉아서

식탁 위에 앉아있는 나를 본다


나의 아랫도리는 바다가 지웠고

얼굴은 섬을 지우려는 구름이 지운다


지워지는 창밖의 내가 안타까워 가서 보니 

비는 굵어지고 파도는 테트라포드를 때린다


아침 여섯 시



아침 여섯 시

유리창 밖에서 나를 바라보던 

또 다른 내가 사라졌다


어디로 떠나간 것일까

바다로 떠나간 것일까

하늘로 떠나간 것일까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니

광안대교 가로등 불빛은 꺼졌고

바닷가를 달려가는 사람이 있다


윤동주 시인이 제목을 붙이지 않은 시를

「서시」라고 써야 할지

「무제」라고 써야 할지 잠시 고민하고 있다



* 홍장학 선생님이 쓰신 『정본 윤동주 전집』에는 무제라고 쓰셨다.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마린시티에서 해운대로 걸어서 간다

동백섬 들어가는 다리 아래를 본다

물고기들도 해운대 쪽으로 헤엄친다

우뚝 솟은 빌딩들이 바다를 본다

나는 해수욕장보다 동백섬이 더 좋다

해파랑길과 갈맷길이 참으로 좋다

반대쪽의 달맞이 길도 좋아 보인다

황옥공주는 오늘도 고향을 생각한다

오륙도가 보이고 대마도까지 보일 듯

무궁국 은혜왕도 고향보다는 못하다

미포항 방향과 동백섬 방향의 등표

수중방파제 끝을 알려주는 두 사람

동백섬에는 최치원 선생님도 계신다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나는 생각한다

챗GPT 시대에도 나는 시를 생각한다

윤동주 시인과 함께 미래 시를 생각한다

당신에게 가는 나의 발걸음은 좀 느려도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가니 만날 수 있다





https://youtu.be/Nj5zAqGEa9M?si=z01U6bpa4j_3qEBa


https://youtu.be/HkvD90P_KnU?si=YWc2XX2kKO2ezPyG

https://youtu.be/cCJa3ILNZe0?si=F89LAAmqL9FlOdjL

https://youtu.be/72lhIyMfkTQ?si=y8y5FIZyO3UhlnoT

https://youtu.be/pIsQlq_u7aI?si=KwszN1j0f2CfB8LK

https://youtu.be/SuM0FrQqBug?si=ppPqHMKqnRVB_a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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