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활주로에
비행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버스도 있고 트럭도 있고
소방차도 있고 기름차도 있고
계단을 지고 다니는 자동차도 있다
짐꾼도 있고 신호수도 있다
공항 비행기 안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을 미리 만나고 있는
나의 마음이 먼저 이륙하고 있다
손을 흔드는 사람이 멀어지고 있다
손을 흔들고 서 있는 두 사람이 있다
살짝 발을 들고 하늘로 뛰어오른다
어제 송별식 했던 용두암 쪽에서
잠시 대기한다 다른 비행기 하나 착륙하고
드디어 이륙하고 있다 하늘이 된다
가끔 비행기를 타야만 한다
가끔 구름이 되어 봐야 한다
저 아래로 떠가는 비행기가
얼마나 작은지 보아야만 한다
바다를 날아가는 배가
얼마나 느리게 기는 돛단배인지
구름은 또 얼마나 질서 있게
흐르고 있는지 잘 보아야만 한다
구름 속 가슴은 또 얼마나
하얗게 따뜻한 지 느껴야만 한다
위도 아래도 왼쪽도 오른쪽도
모두가 구름뿐인 구름의 나라
구름의 나라의 구름으로 산다
아, 구름 아래로 내려오니 비가 내린다
구름 아래 세상에 비가 내려도
구름 위 세상은 맑고 따뜻하다
두 칸 전철이라니!
두 칸도 기차는 기차다
참 귀여운 전철이다
제주공항에도
저런 귀여운 경전철
있으면 참으로 좋겠다
제주공항
김해공항, 사상, 동백역, 해운대,
비가 오는
부산이 참 좋다
해운대가 참으로 좋다
우리들은 열심히 잘 살았다
산으로 갔던 사람도 있었다
강으로 갔던 사람도 있었다
바다로 갔던 사람 사막으로
갔던 사람 하늘로 갔던 사람
모두 다시 모였다 종점에서
우리들은 모여 인사를 한다
모두, 사느라 고생 많았다고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한다
따뜻한 손으로 악수를 한다
그리고 손을 흔들며 돌아간다
유리창 눈물을 닦듯이 흔든다
허공이 반짝반짝 맑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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