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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과 함께 66

―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by 강산 Mar 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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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과 함께 66

―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참 생각처럼 되지 않는 것이 세상이다

봄꽃이 만발해야 할 시절에 산불이

우리들의 마음을 불태우고 있다

저 무서운 산불도 처음에는 작은 불씨,

바람을 타고 도깨비불들이 날아다닌다

아, 작은 불씨를 잡지 못하면

우리들의 삶을 통째로 태워버리고 말 것이다

저 검은 눈동자를 보아라

산도 무서워서 눈을 찔끔 감아버린다

나도 무서워서 눈을 깊이 감아버린다


너의 산으로 무섭게 번지는 나의 불길,

우리 모두를 태워버릴 것 같은 내 불꽃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산불로 번지고 있다




조정래 작가와 함께 8

― 태백산맥 1-1. 일출 없는 새벽

    

  8

  정하섭은 산란한 마음의 고삐를 틀어쥐고는 임무수행 계획부터 정리했다. 일단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은신처를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그 다음 일은 신중을 기해야 했다. "어디까지나 선을 따라 행동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현재는 위급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소. 조직의 선은 구룡까지만 연결되고 그 다음은 끊겼소. 벌교에서의 활동은 정 동무가 임시대처하시오." 위원장의 말이었다. 소화를 집으로 잠입시키는 일이었는데, 지금 곧 실행할 것인가 아니면 날이 밝은 다음에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 몇 번 생각을 굴린 끝에 날이 밝은 시간을 이용하기로 했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어둠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할 것 같지만, 이미 집 근처에는 잠복이 행해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그렇다면 외따로 사는 무당이 어둠을 타고 나타난다는 것이 심상찮게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낮에는 무당이 여염집에 드나드는 것은 예사로운 일일 수 있었다.

  그 다음 문제가 소화에 대한 신뢰였다. 그녀를 어디까지 믿어야 좋을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조직형성에 있어서 제일 긴요한 것이 사람이었고, 제일 두려운 것도 사람이었다. 사람처럼 확실한 것이 없었고, 사람처럼 불확실한 것도 없었다. 소화는 이미 경찰의 끄나풀이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외딴 독립 가옥, 그리고 무당, 그녀가 갖춘 조건은 경찰의 이용가치가 충분했다. 그녀는 마음만 먹으면 밤과 산을 무대로 삼는 자신들의 정보를 누구보다 빨리 탐지해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소화를 이용하고자 했다면 경찰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만약 그녀가 경찰의 끄나풀이라면 자신은 불구덩이에 뛰어든 토끼였다. 그녀가 경찰과 전혀 관계가 없다 하더라도 좌익에 대한 감정이 어떠냐가 문제였다. 한쪽에 대한 감정이 나쁘면 다른 쪽에 호감을 표시하게 마련이었다. 그녀가 좌익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그 한마디로 그녀를 다 믿을 수는 없었다. 경찰의 끄나풀일수록 그런 말은 번드르르하게 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그녀를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했다. 그녀를 세뇌시킬 수만 있다면 앞으로도 두고두고 이용할 수도 있을 일이었다.

  "임무수행 중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이 두 가지가 있소. 술과 여자요. 그건 둘 다 독이요. 술은 감정을 해이하게 만드는 독이고, 여자는 의지를 약화시키는 독이요. 철저히 경계하라. 단, 냉철한 당원의 이성으로 판단했을 때 사업에 절대이익을 줄 수 있는 여자까지 포함시키는 건 아니오. 그 판단기준은 당원의 이성에 맡기겠소."

  서울에서 세뇌교육을 받을 때 임철수라는 중간간부가 전혀 감정이 섞이지 않은 낮고도 일정한 음향의 목소리로 한 말이었다. 

  정하섭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소화의 눈길이 바로 앞에 열려 있었다. 그는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가슴 한복판이 푸드득 경련하는 것을 느꼈다.

  저 여자는 당의 사업에 절대이익을 줄 수 있는 여자인가. 아니다, 그런 목적 이전에 저 여자는 너무 먼 옛날부터 나를 괴롭혀왔었다. 저 여자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내 넋을 빼앗아갔는지도 모른다. 저 여자를 아무런 목적 없이 갖도록 하자. 만약 거부한다면 그 뜻을 따르는 것이다. 긴장과 초조에 쫓기며 먼 길을 걸어온 피로를 떠밀어내며 솟구치는 저 여자를 갖고 싶은 마음은 무엇인가. 해답처럼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버마전선에서 꼬박 나흘을 자지고 먹지도 못하면서 싸웠네. 모두 지쳐 쓰러져 있는데 소대장이 한다는 소리가, 지금 밥을 먹겠느냐 여자를 갖겠느냐, 하고 묻는 것이야. 그런데 다 여자를 갖겠다고 했네. 그게 상식으로 이해가 안되는 인간의 묘한 점이네. 인간이란 그렇게 복잡미묘한 것인데 어찌......" 김범우 선생의 말이었다.

  그는 천천히 팔을 뻗쳐 그녀의 앞에다 손바닥을 폈다. 그녀는 그의 손바닥에 황금빛의 비파가 두 개 나란히 놓인 것을 보았다. 그녀는 그 비파를 잡으려고 손을 뻗쳤다. 그 손을 그가 꼭 감싸잡았다. 그리고 그들은 일어섰다. 그녀가 문고리를 벗기고 그를 마루로 이끌었다. 그녀는 소리없이 마루를 걸어 옆방으로 갔다. 그리고 방문을 열었다.



 참 이상한 꿈



참 이상한 꿈을 꾸었다

무엇인가 목에 걸려서

숨을 쉴 수 없었다

아무리 기침을 해도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

귀에서 검은 벙커씨유

굳은 것이 끌려 나왔다

목이 좀 뚫린 것 같았다

숨이 좀 쉬어지면서

속에서 거꾸로 끌려 나왔다

기도가 나오고

식도가 나오고

창자들이 끌려 나오고

뼈들이 막 끌려 나왔다

고등어 한 마리가

통째로 나오더니

항문으로 똥도 마구 쌌다

이러다가 나 죽는 것 아닐까

꿈속에서 걱정을 하다가

내가 쏟아 놓은 것들을

두 양동이에 쓸어 담아

병원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겨우

꿈 밖으로 달려서 나왔다

잠 밖의 변기에 앉아서

참으로 이상한 꿈을

휴대폰 메모장에 기록한다



나이별 이칭



15세 지학(志學) 학문에 뜻을 두는 나이

16세 과년(瓜年) 혼기에 이른 여자의 나이

20세 남-약관(弱冠)  갓을 쓰는 나이 여-방년(芳年) 꽃다운 나이

30세 이립(而立)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 나이

40세 불혹(不惑)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

50세 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

60세 이순(耳順) 육순(六旬) 귀가 순해져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나이

61세 환갑(還甲) 태어난 간지의 해가 다시 돌아온다

62세 진갑(進甲) 다시 60 갑자가 펼쳐진다

70세 고희(古稀) 종심(從心) 칠순(七旬) 뜻대로 행해도 어긋나지 않는다

71세 망팔(望八)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

80세 산수(傘壽) 팔순(八旬) 나이 80세를 이르는 말

81세 망구(望九) 90세를 바라본다는 뜻으로 81세를 뜻함

90세 졸수(卒壽) 구순(九旬) 나이 90세를 이르는 말

91세 망백(望百) 백세(百歲)를 바라본다는 뜻으로 91세의 별칭

100세 상수(上壽) 병 없이 하늘이 내려준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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