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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달 Dec 24. 2023

안 돼, 난 출근해야 한다고

#강제 출근 금지


잠이 들었던 새벽에 갑작스러운 오한이 찾아왔다.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온몸이 뜨거워지더니 손이 떨려왔다. 감기라도 걸린 걸까? 누워있던 몸을 세워 앉은 뒤 체온계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봤다. 보이지 않는 체온계를 찾는 것도 버거웠다. 가까스로 체온을 쟀는데 체온계의 숫자는 40도를 가리켰다. 코로나 바이러스일 수 있어서 바로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했고 두 줄이 나왔다. 혹시 검사를 잘못했나 싶어서 새 키트로 다시 한번 검사를 했다. 두 번째 결과도 마찬가지로 두 줄이 나왔다.


F 매니저가 지난달에 퇴사했다. 현재 매장에 있는 관리자는 나와 점장님 둘 뿐. 만약 둘 중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된다면 남은 한 사람이 모든 근무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 쉬지 못하고 매일같이 출근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면 나는 지금 코로나에 걸리면 안 된다. 내 눈에 보이는 진단 키트의 두 줄이 잘못된 결과이기를 바라야 한다.


일어서기도 힘들었다. 아픈 게 이런 건가,라는 생각을 하며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뒤 병원에 갔다. 아픈 사람이 이리도 많았나 싶을 정도로 아침부터 사람이 북적였다. 코로나 검사를 진행한 뒤 결과를 기다렸다. 10분 정도 기다리니 진료실 앞에서 내 이름이 불렸다. 결과가 나왔나 보다.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양성'이라고 한다. 그 순간 코로나에 걸린 내 몸을 걱정하기보다 매장 걱정부터 나기 시작했다. 내가 코로나에 확진이 되면 점장님 혼자서 모든 근무를 맡아야 한다. 벌써부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병원을 나와 점장님께 전화를 드려 상황을 설명한 뒤 양성 판정을 받은 진단서를 보내줬다.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한숨 소리가 들렸고 착잡한 마음을 뒤로한 채 나에게 집에서 푹 쉬고 오라고 하셨다. 




2022년 11월 27일부터 12월 3일 일주일 동안 격리가 되었다. 출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나 때문에 더 고생해야 하는 매장 상황에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어디서 걸리고 온 걸까? 일과 집뿐이었던 내 삶에 코로나가 비집고 들어올만한 공간은 없었는데 말이다. 이미 확진이 되었고 누구를 탓해봤자 소용없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나와 같이 근무했던 사람들에게 카톡을 보냈고 한 사람에게 답장이 왔다.


『매니저님, 저도 코로나 양성 나왔어요.』


같이 일했던 아르바이트생 중 한 명이 확진이 되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이 친구가 먼저 걸렸는데 증상이 없어서 의심 없이 출근을 했다가 내가 걸리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밖에 나가 놀지도 못했는데 코로나에 걸리니 억울한 마음이 치밀어 올랐다.

*코로나(COVID19) 전파 경로*
'정체 모를 누군가' → '아르바이트생' → '나'


이틀 밤을 잠들지 힘들 정도로 증상이 심했다. 병원에서 처방받았던 약을 복용하고 타이레놀까지 먹어야 간신히 잠에 들 수 있었다. 정말 이러다 죽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팠다. 열악한 매장 상황 때문에 마음도 편치 않은데 몸까지 아프니 더 힘들었다.




#엎친 데 덮친다는 말은 이런 건가 봐


며칠 동안 약을 복용하고 쉬니까 많이 좋아졌다. 40도까지 올랐던 고열은 37도까지 내려갔고 몸살 기운도 전보다 나아졌다. 이제야 아픔에 방해받지 않고 편히 쉴 수 있을 거 같았는데 마침 점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몸은 괜찮냐는 안부 인사라도 하려는 걸까?


"여보세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점장님의 목소리는 차분한 듯 떨려왔다. 무슨 일인지 묻자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운전하고 가던 중 뒤에 오던 차량과 교통사고가 났다고 한다. 차는 운전하기 힘들 정도로 손상이 됐고 자신도 많이 다쳐서 병원에 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아르바이트 근무 스케줄을 조정해 달라고 했다. 가만 보자, 그렇다면 지금 매니저와 점장 없이 아르바이트생으로만 매장을 운영해야 한다는 말인가?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살면서 안 좋은 일들이 이렇게 겹치는 경우는 본 적이 없으니까. 코로나에 걸린 시점에 교통사고라니.



나는 코로나에 점장님은 교통사고를 당했으니 아무도 출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출근할 수 있는 사람은 코로나와 교통사고가 나지 않은 아르바이트생들 뿐. 매장에 관리자가 없더라도 영업은 해야 한다.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조치하기 힘든 배달부터 중단했고 매장 손님만 받으라고 전달했다. 그리고 일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생들을 최대한 끌어모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다. 굳이 문제가 있었다면 배달 영업 중지로 인한 매출 반토막 정도랄까. 점장님은 교통사고로 인해 허리를 크게 다쳐 입원이 길어졌다. 상대 보험사와도 사고에 대한 합의가 아직 되지 않은 상태라고 하니 당분간은 점장님에 도움받기는 힘들어졌다. 격리가 끝난 나 혼자 매장 관리를 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앞이 캄캄하다. 새로운 매니저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매니저 지원자가 없으니 채용을 할 수 있나. 일단 버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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