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갈수록 Z 매니저의 이상한 행동은 계속됐다. 튀김기 청소를 하다가 Z 매니저의 부주의로 불이 크게 날 뻔했음에도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물론 패스트푸드점에서 손님에게 올리브영이라고 인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외에도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은 행동을 많이 했는데 어느 날은 아르바이트생 J양이 울면서 나에게 왔던 적도 있었다.
"매니저님, 저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Z 매니저님이 너무 불편해요."
"왜요? 무슨 일 있었어요?"
"지난번에 같이 마감하는데·····"
울먹이며 이야기하는 J양은 주방 마감을 하다가 벌어진 일에 대해서 입을 떼기 시작했다. Z 매니저가 주방을 지나가다가 본인 휴대폰을 꺼내면서 J양에게 적적하니 노래 들으면서 일하라고 음악을 틀어주고 갔다고 한다. Z 매니저가 틀어준 음악은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한 멜로디였고 이상하게 노래는 두 곡만 계속 반복 재생이 되었다고 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Z 매니저의 플레이리스트를 듣고 있던 J양은 순간 반복 재생되는 노래가 어떤 노래인지 생각났다고 했다.
"반복 재생됐던 노래를 보니까 제가 카톡 프로필 뮤직으로 설정했던 노래였어요. 두 곡만 설정했었는데 그걸 Z 매니저님이 본인 휴대폰으로 틀어주고 간 거였어요."
당시 J양과 Z 매니저는 알게 된 지는 몇 주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이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 서로 얼굴만 알던 사이었는데 몇 번 보지 못한 자신에게 카톡 프로필 뮤직으로 올린 플레이리스트를 틀어주니 소름이 끼칠 수밖에. 이후에도 자신이 말해주지 않았는데 자신의 대학과 전공 그리고 집 위치까지 알고 있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덩달아 나도 소름이 돋았다.
곧장 나는 점장님께 얘기했다. 딸을 키우고 있던 점장님은 J양의 이야기를 듣더니 자신의 딸이 이런 짓을 당했으면 화가 났을 거라며 J양을 달래준 뒤 아르바이트생의 개인 정보가 담긴 서류들을 Z 매니저가 열람할 수 없게 사물함에 넣은 뒤 잠갔다. 사물함 열쇠의 위치는 나와 점장님만 아는 곳에 두고 Z 매니저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고를 주었다.
일을 하지 않는 직원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보통은 좋게 타이르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시킨 일을 바로 하려고 하지만 Z 매니저는 달랐다. 시켰던 일을 왜 안 하는지 물어보면 그제야 하겠다고 말한 뒤 미루고 미루다 결국 안 한다. 정말로 안 한다. 내가 만만하게 보여서 말을 안 듣는 줄 알았는데 점장님이 시켜도 안 한다. 무슨 배짱이길래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거지?
지금 아르바이트생 사이에서도 이미지가 좋지 않은데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행동하는 건지 모르겠다. 세상에 아무리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이해가 필요한 사람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이 사람까지 이해를 해줘야 하는 걸까? Z 매니저를 생각할수록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일적인 부분으로 스트레스받는 것도 짜증 나고 단호하게 말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도 짜증이 난다. 이제부터라도 내가 바뀌어야 한다. 싫으면 싫다고, 역겨우면 역겹다고 감정을 토해내야겠다.
Z 매니저가 그만두지 않으면 내가 관두겠다고 말할 정도로 미웠다. 나와 맞는 사람으로 세상을 채울 수 없다는 건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썩은 감정을 주는 사람과 일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내가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을까. 그건 바로 Z 매니저를 제 발로 나가게끔 만드는 것.
지금까지 모아놓았던 감정을 업무 태도를 빌미로 Z 매니저에게 모조리 쏟아냈다. 하나부터 열까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놓친 부분은 따로 카톡을 통해 얘기했다. 남들이 보기엔 나쁜 사람, 고약한 직장 상사로 보일 수 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싫어하는 사람과 잘 지내보는 것도,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것도 이제는 지쳤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Z 매니저에게만큼은 나쁜 사람으로 남고 싶다.
내 작전은 통했다. Z 매니저가 근무한 지 6개월이 되던 주말 오후, 그는 출근하지 않았고 연락도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단톡방을 확인해 보니 채팅방을 나갔다는 알림이 떠있고 Z 매니저에게 번호까지 차단당한 상태가 되었다. 속이 후련했다. 더 이상 감정 썩을 일이 없으니 편하게 일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