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를 일 년 이상 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들 '새로운 것'에 집착하다 보니 한 곳에서 머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나도 새로운 환경을 좋아한다. 새로운 일, 새로운 사람, 새로운 만남을 좋아하고 오래되거나 반복된 일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항상 내 머릿속에는 새로운 일에 대한 갈망이 있어서 퇴사를 염려해 두고 일하게 된다. 이렇게 보니까 나도 아르바이트생들과 다를 게 없는 사람인 것 같다.
생각을 해봤다. 일단 '의지가 좋아서'나 '재밌고 좋아서'라는 따분한 이유는 아니다. '책임감이 있어서'라기에는 나는 그리 올곧은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무슨 이유로 인해 나는 한 곳에서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을까? 아마도 그건 '사람과의 소통'일 것이다.
적어도 일 년 이상 오래 일했던 아르바이트생들의 특징을 보면 대화 나누는 걸 좋아했다. 사람에 대한 경계가 크지 않아서 사람을 마주하는 걸 좋아하고 소통을 하며 재밌게 일하는 모습이 있었다. 생각해 보니 나도 그랬다. 3년 넘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3년 간에 패스트푸드 매니저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재미를 느꼈다. 일에 대한 성취욕은 크지 않았지만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정을 쌓아가는 시간들이 좋았다.
그렇다고 사람을 좋아하는 모두가 한 곳에서 오래 근무하는 것은 아니다. 퇴사 사유는 다양하지 않나.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어서 그만둘 수 있고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서 퇴사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돈을 목적으로 일하는 경우는 없었다. 지금까지의 일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쌓고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기회였다. 돈도 중요했지만 돈을 목적으로 두지 않았던 이유는 조금만 힘들어도 큰 불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정도로 힘들게 일했는데 이것밖에 안 줘?'
이러한 생각이 드는 시점부터 모든 게 하기 싫어지고 재미가 없어진다. 나도 내 성격을 잘 알기에 돈을 목적으로 하면 저 생각이 들 거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돈보다는 사람 만나는 걸 중점으로 두는 편이다. 그렇게 하면 일하는 순간이 재밌어진다. 오늘은 누구랑 일하게 될까, 무슨 대화를 해볼까, 등등 설레는 상황이 많아지고 작은 일들에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이곳은 감정이 널브러져 있는 공간이다. 혼자서는 느껴보지 못할 감정을 경험할 수 있게 해 준다.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 있고 분노를 느껴볼 수 있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경험할 수 있고 작은 즐거움과 소소한 행복을 느껴볼 수도 있다. 이토록 많은 감정을 경험하다 보면 작은 행복에도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겠지만 반대로 매사가 부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다행히 지금 보이는 나의 모습은 전자에 더 가깝다.
앞으로 나는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어디서 일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금처럼 패스트푸드 매니저로 일을 하면 편하겠지만 그럴 생각은 없다. 이곳이 나의 꿈과 목표라기보다는 꿈을 향한 발판으로 생각하며 일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곳을 벗어날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기서 꾸준히 일을 했던 이유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 앞으로의 성공을 위한 첫걸음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왕 일하는 거 재밌게 일하면 좋지 않은가? 음식점에 대한 업무를 배워보고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면서 나만의 성장 포인트를 만들어보면 무슨 일을 하든 재미가 없을 수 없다. 그렇게 오늘도 재밌게 아르바이트생들과 울고 웃으며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