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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달 Jan 14. 2024

아르바이트생이 단톡방에 이런 식으로 대답한다고?

#채용하지 않는 사람 특징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면 힘들 텐데 그래도 괜찮으세요?"


면접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항상 물어본다. 괜찮아요, 라든가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딨겠어요,라며 너스레를 떨다가 막상 채용하면 일주일 만에 그만두는 사람이 있고 휴식 시간에 도망가는 사람도 있다. 일하기 전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일을 시작하지만 생각보다 힘든 사회의 맛에 의지가 꺾이는 사람이 많다. 특히 어릴수록 말이다.


금방 관두는 지원자들 덕분에 면접에서 사람을 판별하는 나름의 눈썰미가 생겼다. 예를 들면 표정을 보면 일에 대한 진심이 있는지 혹은 대화를 하다 보면 인성이 갖춰져 있는지 느낄 수 있다. 나의 눈썰미는 무조건 좋은 사람을 고를 수 없지만 우리 매장에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거를 수 있을 정도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채용을 안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중 아래 두 가지 특징이 있다면 절대로 안 뽑는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과도한 열정을 표현하는 사람. 무슨 일이든 시켜만 주면 열심히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에너지가 넘쳐서 어떤 일이든 잘 해낼 수 있다고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의 불꽃은 금방 식기 마련이다. 패스트푸드점은 한 가지 일만 하는 것이 아닌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멀티 업무형 업종이다. 생각보다 어렵고 복잡한 업무에 부딪히게 되면 열정이든 의지든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중에는 분명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일하는 사람이야 있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본 사람들 중에는 안타깝게도 없었다.


두 번째는 기본적인 자기 관리가 안 된 사람이다. 청결에 신경을 써야 하는 업종인 만큼 본인도 깔끔해야 한다. 그래서 외적으로 봤을 때 깔끔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채용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잘 씻지 않고 세탁도 자주 하지 않는 어느 아르바이트생 때문에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다. 많은 사람이 함께 일하는 곳인 만큼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하기에 기본적인 관리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나만의 기준을 세워 면접을 보면 몇 마디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 상대를 파악하기 힘들다. 사람은 불규칙한 존재이기에 잘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사람이 도리어 잘할 수 있고 반대로 경력이 많은 사람을 채용했더니 금방 관두는 경우도 있다. 같이 일해보지 않는 이상 모르기 때문에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일정 기준만 충족이 된다면 대부분 채용하는 편이다.


#면접볼 때는 괜찮았는데?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를 올리고 지원자를 기다렸다. 공고 하나를 올리면 적게는 1~2명, 많으면 6명 이상이 지원을 하는데 그중에는 아르바이트를 처음 해보려는 사람도 있고 경력이 많은 사람도 있다. 우리가 채용한 사람들 대부분은 경력이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최대한 경력자 위주로 뽑으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경력은 다른 곳에서 일한 경력이 아닌 패스트푸드 업종에서 일한 사람을 말한다. L사, M사, B사 등등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지원한다면 채용이 확실시된다고 보면 된다.


M사에서 시급제 매니저로 근무 중인 사람이 지원한 적 있다. M사 근무 이력도 길고 시급제 매니저로 일할 정도면 책임감과 실력이 보장된다고 볼 수 있어서 면접을 보고 주말에만 근무하는 조건으로 채용을 하게 됐다. 나와 다른 시간대에 근무를 해서 직접 만나보진 않았지만 다른 관리자 말에 의하면 경력자답게 적응도 잘하고 실력도 준수했다고 한다. 하지만 2주쯤 지났을 무렵 단톡방 사건이 벌어지게 되었다.




직장에 다니든 동호회 가입을 하든 어디를 가든지 그 안에는 단톡방이 존재한다. 단톡방은 새로운 소식이 있거나 중요한 공지사항을 한 사람씩 연락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주고 소속감을 준다. 단점이라면 단톡방에 올라오는 글을 제대로 읽지 않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이다. 채팅방 숫자를 지우고 싶은 마음에 채팅방을 들어왔다가 바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우리 매장은 단톡방은 아르바이트생들을 포함해서 20명 정도가 있다. 인원이 많아서 공지를 게시하고 확인차 대답만 들어도 최소 20개가 넘는 채팅이 쌓이게 되는 경우가 드물어서 중요한 공지사항이 아니라면 따로 대답을 요구하진 않는다.


여느 날처럼 점장님이 중요한 전달사항을 단톡방에 고지했다. 근무할 때 알고 있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생들은 확인차 대답을 해야만 했다. 저마다 '네' 또는 '넵'으로 짧고 간결하게 대답을 했고 10명쯤 답장을 했을 때부터 대부분 숙지했다 생각하고 단톡방에 신경 쓰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르바이트생들의 답장 간격이 점점 길어졌는데 저녁쯤 다시 한번 단톡방을 확인을 하게 됐다. 누군가 답장을 했는지 단톡방에 'ㅇㅋ'라는 내용이 보였고 '점장님이 대답했나?'싶어서 톡방에 들어가서 확인을 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ㅇㅋ'라는 답장은 점장님이 보낸 카톡이 아니었다.


'ㅇㅋ'라고 대답하는 아르바이트생?


맞다. 저렇게 대답한 사람은 바로 M사에서 시급제 매니저로 일한다던 바로 그 사람이다. 나와 비슷한 또래였음에도 불구하고 저 카톡만 보면 점장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인 줄 알겠다. 점장님이 말하길 면접 봤을 당시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 사람이 모든 아르바이트생과 관리자가 있는 단톡방에 혼자만 'ㅇㅋ'라고 하는 것도 이상한데 영어사전으로 뜻을 캡처해서 보내는 행동까지 보였다.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대답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순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지만 나는 저 카톡을 볼 때마다 웃음이 난다. 저 사람 덕분에 세상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앞으로 면접 볼 때 사람을 좀 더 유심히 관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근데 꽁꽁 숨어있는 미치광이를 어떻게 선별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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