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가끔 한 번씩 구직 사이트를 둘러본다. 혹시나 내게 맞는(?) 회사나 가고 싶은 회사가 올라오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들어가 보지만 역시나 그런 회사는 별로 없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간혹 관심을 가지고 있던 회사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공고가 올라오기도 하는데, 구인 조건이 나와 맞지 않는 거다. 좀 더 다양하게 경력 관리를 해 놓았더라면 선택의 폭이 조금이라도 넓어졌을까 싶은 마음이 살짝 들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그보다는 나의 길고 긴 경력과 나이가 걸린다.
보통 구인 공고들을 보면 응시 자격에 ‘나이, 성별 무관’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그와 동시에 ‘〇〇 경력 3년 이상’이라는 조건이 함께 달려 있다.(보통 3년, 5년 이상이 가장 많은 듯) 3년 이상이라는 말만 있지 몇 년 이하라는 말은 없으니 나도 당연히 응시 자격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3년 이상’이라는 조건이 자꾸만 마음에 밟힌다. 3년 이상이라는 말은 3년 그 언저리나 조금 높은 연차의 사람을 뽑겠다는 숨은 의도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급한 경력의 곱빼기도 아니고 그보다도 훨~씬 많은 연차의 내가 지원해도 되는 걸까? 물론 입사 지원서 내는 거야 내 자유니까 얼마든지 넣을 순 있지만.
직장에 다닐 때 나도 간혹 팀원을 뽑기 위해 모집 분야, 지원 조건 등의 리스트를 작성했던 적이 있다. 경력이 아예 없는 신입은 일을 가르치며 일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에, 오자마자 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고, 회사나 팀의 업무 스타일에 맞게 일 시키기(?) 가장 좋은 연차는 보통 3년~7년 차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때도 아마 ‘〇〇 경력 △년 이상’의 응시 조건 뒤엔 ‘나이, 성별 무관’이란 문구가 달려 있었을 것이다.
인사팀에서 전달해 온 이력서를 검토하다 보면 의외로 화려한 경력과 높은 연차의 지원자들이 많아 놀랐던 기억이 난다. 연차가 높으니 당연히 나이도 많았고.
‘경력이 이렇게 높은 분이 여기 왜 지원을 했지? 실업 급여 신청용으로 낸 건가?’
실업 급여 신청을 하려면 구직 활동 내용을 제출해야 하니, 그래서 대충 아무 회사나 골라 지원서를 낸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 그런데 지금 내가 입사 지원서를 넣어야 하는 입장이 되어 보니, 그게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정말로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일하기 위해 ‘구직’을 했던 것일 수도.
가정이지만 만약 그때 그 지원자들이 마음에 들었었다면, 과연 나는 그들을 적극 추천했을까? 아마도 나보다 경력 많고 나이 많은 지원자를 팀원으로 뽑기는 꽤나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또한 경력에 맞는 급여 수준을 맞추는 것도 힘들었을 테고. 회사란 늘 최고의 효율성을 따지는 곳이니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과연 지금의 나를 필요로 하는 회사가 있을지, 또 ‘나이 무관’이라고 해서 지원 자격이 된다고 무작정 문을 두드리는 것이 맞는 것인지 마음이 좀 복잡해졌다.
“있던 사람도 이제 그만 들어가세요 할 판에 우리 같이 경력 넘치는 사람을 뽑는 데가 어디 많이 있겠어?”라고 했던 친구의 말이 마음에 콕 박힌다.
그래서들 창업을 생각하고, 이전의 경력과는 상관없는 제2의 직업을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남들은 퇴사를 고민할 때부터 이미 해 왔을 수도 있는 고민을 이제야 시작한 늦깎이 퇴사러.
‘미리 고민해 봐야 늙기만 하지 뭐.’
준비하지 않고 지내온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이제부터 진지하게 고민하자며 ‘쿨하게’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