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 Nov 11. 2023

두 번째 신입사원 연수 이야기

다행히 그때처럼 두 번의 실수는 하지 않아 다행이다.

"인생에서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는 잘 없어"

축구선수 안정환이 축구 관련 프로그램에서 선수에게 조언을 하면서 한 말이었다. 인생에서 비슷한 조건의, 두 번의 기회가 있는 경우는 잘 없다. 그렇지만 나는 신입사원 연수를 두 번할 기회를 얻었다.


입사한 지 몇 개월 후에 신입사원 연수를 가게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몇 년 간의 경력을 가지고서 다시 신입으로 입사한 중고신입이라 처음에는 어떻게든 신입사원 연수를 안 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 직장에서 꽤나 길고 힘든 신입사원 연수 기간을 보냈고, 이미 실무 경력을 나름 가지게 된 나로서는 신입사원 연수를 간다는 것 자체가 왠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애사심을 고취시키는 것은 둘째 치고, 갓 회사에 입사하는 신입 분들과 같은 교육을 받고, 같은 취급을 받다니..! 이건 머랄까 마치 예비군을 두 번 가는 느낌이랄까?...! 당시 과제를 수행하며 틀어졌던 인연도 떠오르다 보니, 과거에 다소 괴로웠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연수를 받게 되었다.

나의 경우는 4박 5일 합숙을 통해서 연수를 받았다. 처음 만난 분들과의 어색한 인사를 하며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 신입사원 연수를 받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참 어색하고, 긴장되었는데 지금은 그런 감정은 조금 덜한 상태로 이 어색함도 조만간 네트워킹을 보내며 약간은 깨지겠구나 싶었다. 네트워킹 시간을 가지면서 어색함이 조금씩 풀려갔다. 어쩌면 이때까지, 이전 직장에서의 인연을 떠 올리며, 조금 더 선을 그을려고 했던 것 같다. 머랄까, 두 번째 직장에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내게는 처음 직장에서 만난 분들과의 의리를 배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팀 프로젝트를 진행할 겁니다"

연수를 오기 싫었던 가장 큰 이유는, 팀 과제를 완수하고 발표를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그리고 문득 떠올랐다. 처음 직장 연수에서 팀 프로젝트를 하면서 사이가 틀어졌던 나의 아주 아주 부끄러운 경험이 있었다. 첫 직장에서는 치기 어린 열정이 높았고, 내가 가장 똑똑하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당시 팀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한 조원과의 의견이 틀어졌고, 나는 일방적으로 그의 의견을 무시하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많이 어리석고 오만했다.


그러한 기억이 떠올라서였을까, 이번 연수에서의 팀 프로젝트에서는 그때와는 달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목표는 팀 프로젝트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협력해서 하는 것"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많이 들어주고, 상대의 의견을 수용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은 저마다의 분야에서 뛰어났다.

몇 년간의 직장 생활에서 느꼈던 점은 타인은 나보다 못하지 않으며, 저마다의 분야에서 뛰어났고, 나는 특출 나게 우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다른 조에서는 예전의 내 모습이 비치는 분들이 계셨다. 모든 일에 열정적이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척하나 실제로는 자신의 생각을 한 치도 굽힐 의향이 없었던 그 모습...

'저 친구도 몇 년간 회사 생활을 하며, 많이 깎이며 생각이 많이 바뀌는 날이 오겠구나...'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팀 조원분들의 능력과 책임감을 믿었고, 나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기로 했다.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몇 번의 위기를 잘 넘겼다.

그런 오만한 나의 이전 모습을 떠올리며 임했음에도, 몇 번의 위기가 있었고 다행히 그런 유혹과 위기를 현명한 조원들 덕분에 잘 넘겼다. 나이나 경력은 나보다 짧음에도 어쩐지 조원분들에게 배울 점들이 참 많았다. 각자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이 있었을 것임에도 배려하고, 맡은 부분에 대해 성실히 임하는 모습이, 한 걸음 떨어져서 볼 때에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이 이상적으로 잘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다툼이나 욕심 없이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했고, 원활히 연수를 마쳤다. 

새직장에서의 동기분들과 잘 어울리며 아쉬운 헤어짐을 하게 되었다. 예전의 인연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으나, 이제는 새로운 인연들과의 만남에 나 자신의 마음이 한결 더 가벼워졌다. 인생에서 두 번의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고 한다. 성공의 기회이던, 관계의 기회이던... 그 어떤 것이 되었던 과거를 반추하며 두 번의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불평불만으로 시작했던 신입사원연수는 나 자신을 돌아보며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다. 다소 진부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살아가면서 하는 크고 작은 실수에 대해서 나 자신을 다시금 되짚으며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살고자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실수를 돌이켜 보고, 반복하지 않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알게 되었다.


이번에는 실수 하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