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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가운 열정 Mar 31. 2022

[#연재소설] 가장 보통의 학교_52

모노드라마 02

"처음은 중2 때였어요."

"......"

"화가 났어요. 매일 술에 쩔어 있는 엄마한테."

"......속상했겠다."

"어지간해선 충격을 안 먹으니까."

"충격 주지 않고는 말이 잘 안 되는 분위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어른들 일에 참견 말라고. 내 얘긴 듣질 않아요. 아예."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

후두둑, 하고 싶었던 말이 목구멍에서 메여 어물쩡 두리번거리다 눈에서 툭 터져 나온다. 아무 말 없이, 눈물이 말한다. 하염없는 말이 쏟아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소진이는 외동딸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겨울, 눈을 맞으며 멀어져 간 아빠의 뒷모습이 아빠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다. 그래서였을까? 소진이는 아빠가 떠나기 전에 사주고 간 책가방이 싫었다. 책가방이랑 세트로 나온 예쁜 실내화 가방도 싫었다. 그걸 메고 학교에 가는 것도 싫었다. 그 가방을 더 이상 쓰지 않게 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등에 아빠의 뒷모습이 무겁게 매달려 있는 것 같아 싫었다. 등에 매달린 게 무거워 자꾸 어깨가 축 처지는 것 같아서 싫었다. 어깨에 힘을 주기 위해 좋은 가방이 필요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아빠의 가방 따위는 생각도 안 날 만큼 좋은 가방을 사달라고 엄마를 졸랐다. 그리고 가방 속은 어깨에 힘을 더 줄 수 있는 온갖 화장품들로 채웠다. 나날이 소진이는 더 예뻐졌다. 그럴수록 뭔지 모르게 더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아빠의 뒷모습이 아니라 이제는 엄마의 소주병이 등짝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소진이는 점차 가방을 벗어버렸다. 학교에 가방도 없이 다니기 시작했다. 점점 몸도 무겁게 느껴졌다. 아무것도 없이 그냥 훨훨 자유로워지고 싶어졌다. 몸도 벗고 싶다. 이런 거추장스럽고 무거운 껍데기를 다 벗어버리고 가볍게 가볍게 영혼만이 날아오르고 싶다. 묵직한 가방을 내려놓으려고, 등짝을 통째로 던져버리고 싶어서, 소진이는 손목을 그었다.




소진이의 어머니는 무척 아름답고 우아했다.

잘 가꾸어져 날렵한 손톱이 물어뜯어 문들어진 소진이의 손톱과 하나도 닮지 않았다. 손톱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느낌이나 생김새도 소진이와 닮지 않았다. 소진이는 정작 본인은 잘 기억나지 않는 아빠의 얼굴을 더 닮은 모양이다. 

"갈수록 더 아빠를 닮아가는 것 같아요."

"원래 첫 딸이 아빠를 많이 닮는대요. 저도 우리 아버지를 많이 닮았어요."

"가끔, 마음이 막 답답할 때가 있어요. 저랑 너무 달라요, 생각하는 거나 말하는 거나. 제 딸이지만 저랑 통하는 구석이 하나도 없는 것 같고."

"딸이 커가면서 엄마 마음 더 알아주고 그래야 하는 건데. 아직 어려서 그렇죠."

"일하느라 바빠서 잘 못 챙겨줬어요. 어려서부터 늘 집에 혼자 두고 다녀서 익숙하겠거니 했는데, 자꾸 엇나가고 자해나 하고. 저도 참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병원에서는 지속적인 관찰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던데요. 혹시 아이랑 대화는 해보셨어요?"

"입만 열면 원망뿐이에요. 나도 혼자 벌어먹고 사느라 힘든데, 애가 자꾸 엄마 탓을 하니까. 서로 입을 닫고 살았죠."




소진이 어머니는 생활력이 강한 편이다.

나는 한 사회인으로서 그런 분을 존경한다. 자기가 가진 능력과 상관없이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치열하게 하루하루 자기 자신과 싸워나가고 사회와 부딪히며 굳은살을 만들어가는 생활인들을 보면 심지어 경건한 마음이 들곤 했다. 소진이 어머니의 두서없는 푸념은 소진이의 출생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면서 생계의 두려움이 무엇인지 배웠다. 남편은 돈을 도통 벌어오지 않았다. 처음 미용실에서 만났던 남편은 훈훈하고 싹싹한 사람이었다. 둘은 곧 동거를 시작했고, 얼마 되지 않아 아이가 생겼다. 그리고 얼마 뒤 남편은 일을 그만두었다. 생각보다 비전이 없고 갈 길이 너무 멀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먹고살기 힘드니 다른 일을 알아보겠단다. 혼인 신고를 하면서도 내내 남편에게 다짐받아야 했다. 다시 일 시작하는 거 확실하냐고. 애 낳으면 당분간 일 못 하니까 오빠가 급한 대로 미용실이라도 다녀야 한다고. 지금부터 미리 취직해야 한다고. 응, 응. 알았노라고. 




하지만 끝끝내 남편은 취업하지 않았다. 

전자 담배 가게 사장님 아들이랑 친구가 되어 가게를 봐준다고 했으나 월급은 제대로 받지 못했다. 아니면 받은 것을 어디에다 허탕했는지도 모른다. 정선의 한 카지노에서 알바를 시작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관련 업무의 연장으로 카드놀이를 배워야 한다고도 했다. 관련 영상을 틀어놓고 컵라면을 후루룩 마시듯 먹으며 이제 곧 대박 터질 거라고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몇 달 바람만 불다 사라졌다. 나라에서 지원해준 출산 축하금도 떨어지고, 다시 미용실에 복직하고 보니 온 손목 마디가 다 쑤셨다. 그래도 이 악물고 버텼다. 아이는 키워야 한다. 점점 말을 잃었다. 아이가 크는 걸 볼 여력도 없었고, 따뜻하게 안아줄 온기도 없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만이 유일한 삶의 이유였다. 그냥 살기 위해 살았다. 그러는 사이에 또다시 카지노 바람이 불어와 남편을 데리고 떠났다. 가려면 이혼 도장을 찍고 가라고. 남편은 말없이 도장을 찍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에게 가방을 선물하고, 조만간 아빠가 다시 보러 오겠노라고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남긴 채, 눈보라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래도 여전히 생계와 육아는 굳건히 남아 발목을 거머쥐고 있다. 그래, 난 또 살아야 한다. 미용실에서 점점 성장해나갔다. 스태프에서 디자이너로, 실장에서 부원장으로, 점점 경쟁이 더 치열해졌고 맡아야 할 책임도 커졌다. 




하지만 사는 게 재미가 없었다. 

늦은 퇴근길, 남들이 잠드는 시간에 들어와 종일 서있던 종아리를 문지르며 홀짝대는 소주가 유일한 낙이었다. 피곤하니까 딱 한잔만, 하던 것이 어느새 반 병이 되고, 점점 한 병씩 마시는 게 다반사였다.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인데, 그래도 밋밋하니까 그냥 마셨다. 딸아이는 어느새부턴가 혼자 자지 않고 폰을 들여다보며 누워있다가 기어 나와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목소리에 실리는 무게가 나날이 납덩이같았다. 쏘는 눈빛도 쏟아지는 목소리도 다 벗어던지고 싶다. 아무것도 모르는 딸이 세상을 다 살아버린 것 같은 얼굴로 매일 소주잔에 쓰디쓴 파장을 던지는 것이 싫었다. 입을 떼면 술주정이라고 싫단다. 우린 이미 글렀다. 매일 투명한 소주로 헹구어내지 않으면 쌓여있던 무언가에 밑이 뚫려 와장창 깨어질 것 같아서 딸이 싫어할수록 더욱 술에 집착했다. 그게 아이의 손목을 할퀴었을까? 




재미없는 건 딸아이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그래, 살아보니 사는 게 다 그렇더라. 각자의 몫이 있는 법이다. 살아남아야 하는 것보다 공부하고 학교 다니는 것이 더 가볍더라. 아무것도 모르는 딸의 철없는 저런 응석이 바람에 휘청이던 남편의 헛된 희망과 맞닿아 있는 것만 같아 환멸스러웠다. 여즉 정신 못 차리고 아무 꿈이나 되는 대로 품고 사는 전 남편의 얼굴이 딸의 눈빛에 얼핏 스쳐 지나가는 것만 같아 정 떨어질 때가 있었다. 그래서일까, 내 딸이 자꾸 멀게 느껴진다. 생각해보면 품에 있었던 적이 별로 없긴 했다. 품어주지를 못했으니까. 나 살기 바빴으니까. 일에 매달릴수록 밤은 공허했고, 인생이 무거울수록 술은 무심했다. 생계는 어쩌면 핑계였는지도 모른다. 무엇에라도 집중해야만 했다. 그래 그래, 나는 나 살기 바빴다.




상담하러 온 어머니의 짙은 한숨에 소주 냄새가 묻어나는 것 같았다.

중2 때부터 반복되어온 자해와 학교 상담, 이미 많이 연습이 되어서일까, 처음 뵙는 자리에서도 스스럼없이 싸매었던 삶의 붕대를 풀어내고 곪은 상처를 드러내는 어머니의 솔직함에서 천진무구하게 도움을 기다리는 아이 같은 간절함마저 느껴졌다. 그래도 어머니는 집중할 일이라도 있었는데, 방치되어 겉돌던 소진이는 무엇에 마음을 쏟아야 할까? 사는데 재미가 없는 게 아니라, 삶에 의미가 없는, 아니, 어쩌면 사랑이 없는 건지도.




"엄마처럼 미용은?"

"싫어요."

"왜?"

"싫은데 이유가 어디 있어요? 그냥 싫어요."

"뭐가 좋아, 그럼?"

"아, 쌤도 이제 신선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어요. 저랑 놀아주기 힘드시죠? 질문이 점점 성의가 없네요."

예리한 녀석. 벌써 들통이 나다니. 그래도 짐짓 방부제를 뿌려 신선함을 유지해보리라, 눈에 힘을 주며 빠르게 화제 전환.

"걸을래? 나 너무 배불러."

"그럼, 뒷산, 콜?"




잊을 만하면 엄마의 술주정에 아빠가 등장했다. 

헤어졌으면 잊고 우리끼리 잘 살면 될 것을. 우리 버리고 간 그딴 놈이 뭐 좋다고 술 마시면서 그놈 얘기를 하냐고. 술주정 속에 등장한 아빠는 재혼했단다. 그 인간 재혼설은 벌써 몇 년 된 묵은 지겨운 이야기이다. 최근의 술주정은 더 막장 드라마 같았다. 아빠라는 자가 새 여자랑도 또 이혼했단다. 네 살짜리 남자애를 혼자 키운단다. 그 얘기를 듣던 날은 엄마의 소주잔을 빼앗아 들이켰다. 미친놈, 난 버리고 떠나더니 그 여자 사이에서 생긴 놈은 본인이 키운다고? 같은 애비한테서 태어났는데 어떤 애는 버림받고 어떤 애는 사랑받고, 세상 개 같아서 살겠나, 엄마는 덜 억울하겠네, 그 여자나 엄마나 버림받긴 매한가지니. 자식인데 버림받은 난 뭐냐고, 대체? 아닌가? 그 네 살짜리가 더 불쌍한가? 난 엄마라도 있는데, 그 불쌍한 새끼는 엄마도 없이 거지 같은 아빠랑 살아야 하니, 그 새끼가 더 최악인가? 모르겠다, 미친 세상. 그냥 확 죽어버려야지. 술주정하던 엄마는 술잔을 빼앗아 들이붓는 딸을 보며 울다 잠들었다. 엄마가 잠든 세상, 참 조용하다. 우리 모두 이대로 잠들어서 깨어나지 않으면 좋겠다고 컴컴한 식탁에 엎드려 훌쩍이던 그런 밤들, 밤들.




"그래도 아프잖아. 자기 몸에다가......"

"나쁘지 않아요, 쌤. 나름 뭔가 시원하다고 해야 하나? 화가 부글부글 났다가도 그러고 나면 그냥 좀 기분이 좋아져요."

"아픈데 좋다고?"

"아픔도 즐기다 보면 즐겨져요. 쌤, 저 변태 같죠?"

"으휴, 그러게, 자기 몸 가지고 함부로 하는 게 변태 같다."

"몸, 이까짓 거."

"몸, 그게 너야. 아프고 곪고 살겠다고 또 딱지 앉고, 그게 너라고."

"지겨워요. 사는 거."

"누구나 그래. 나도 그래."

"진짜요? 쌤이요? 아닌 것 같은데?"

"지겹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냐? 사는 거 늘 똑같은데. 그래도 살만 하니까 또 사는 거지. 생각해보면 의외로 살만 한 이유들이 꽤 있어. 죽어야 될 이유보다 살아야 할 이유가 더 확실해."

"딱히 의미가 없어요. 산다는 거."

"뭐 꼭 큰 의미가 필요해? 그냥 존재 자체만으로도 이미 의미 있는데, 너라는 존재가 이미 의미 있고 사랑스러운데, 아빠한테 화가 나고 엄마한테 짜증 나면 그게 죽어야 할 이유가 되나? 힘들고 괴로운 건 엄마랑 소주 한 잔 마시면서 말해, 그냥. 손목이랑 대화하지 말고."

"소주 한 잔이요? 엄마가 가만 두겠어요?"

"야, 술 마시라는 게 아니라. 식탁에 마주 앉아 떠들라고. 아빠 밉다고, 엄마도 아빠 밉냐고. 엄마랑 같이 원망해. 엄마랑 말이 안 통해도, 아빠 재혼하고 또 이혼하고 또 네 살배기 아이에게 상처 주고, 그 아이 불쌍하다고, 그런 말은 서로 공감하잖아. 엄마 술 먹지 말라고, 그게 네 진심이어도, 어차피 듣지도 않을 말로 서로 속 터지지 말고, 안주 챙겨서 드시라고, 속 버린다고, 따끈한 라면 국물이라도 끓여드리라고."

"......"

"엄마도 지겨우셔. 그래도 살만 하니까 또 사시는 거야. 엄마도 죽어야 될 이유보다 살아야 할 이유가 너무 분명하셔서. 아무리 일에 미치고 술에 쩔어도, 너 이외엔 다른 이유가 없어, 산다는 거. 그걸 몰라? 아무것도 죽어야 할 이유가 될 순 없어. 무엇이든 살아야 할 이유가 될 수 있고."

"......"

"난 네가 좋아, 소진아. 솔직하고 여리고 부모를 사랑할 줄 아는 착한 아이야. 너 같은 딸이 있으면 난 참 좋겠어. 나더러 술 먹지 말라고 잔소리해주는 딸. 나 보고도 잔소리 좀 해주라. 쌤, 살 좀 빼세요, 뭐 이런 거. 뭐라도 좋으니. 응? 그게 네가 살아야 할 이유야. 잔소리하는 섬세한 영혼아."




소진이는 가만히 눈을 내리깔고 걷는다.

오랜 상담으로 이미 전문가들에게서 온갖 말들을 들어왔을 테고, 딱히 영양가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진심을 전하는 것,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런 전기적인 교류, 숨결과 숨결이 마주하는 미세한 공기의 흐름 같은 것, 난 이게 사람이 살아갈 진짜 이유라고 생각하니까. 우린 이걸 해야 하니까. 또 나는 너랑 떠들어 보려고.

"살 빼려고 내가 필라테스를 시작했거든."

"쌤, 살 뺄 게 뭐가 있다고."

"살도 살이지만, 몸이 완전 저질이야. 내 몸이 이렇게 로봇인지 몰랐다. 모든 관절이 90도 이상 안 굽혀지고, 모든 근육이 90도 이상 안 벌어져. 실화냐?"

"ㅋㅋㅋ 상상이 갑니다."

"진짜 고문받는 것 같아. 살이 빠지는 게 아니라 관절이 빠지는 느낌, 알지?"

"모르겠는데요? 쌤, 너무 심각한 거 아니에요?"

자학 개그로 드디어 소진이를 웃겼다.

"야, 너처럼 길고 늘씬한 애들이 유튜브에서 자세랑 호흡이랑 알려주는 거 보면, 저런 거 우리 소진이가 하면 참 잘할 텐데, 하는 생각도 해. 요가도 좋고. 너 그런 거 해볼래?"

"제가요?"




늦은 밤, 소진이에게서 카톡이 왔다.

난데없는 라면 사진. 엄마랑 식탁에서 소주 한 잔 하는 중인가? 두 분이서 뜨끈하게 이야기 한 젓가락씩 퍼올리면 좋겠다. 이후로 소진이는 필라테스 학원에 등록했다. 등짝에 매달린 가방이고 소주병이고 다 내려놓고 어깨를 쫙 펴는 기분이 제법 좋을 텐데. 아직은 잘 모르겠단다. 그냥 쌤이 하신다니 자기도 재미 삼아 시작해 본다고. 사는 게 재미가 없으니, 엄마가 미용이라도 배우라는 소리 하는 것도 지겨우니, 그간 몸 고생도 시켰는데, 이 몸이 나라고 하니, 몸에게 좀 잘해주고픈 마음도 생겨서. 뭐, 유튜브 보니 나보다 별로인 것 같은데, 왠지 좀 뽀대 날 것 같기도 해서. 해보니까 의외로 나쁘지 않아서. 안 할 이유보다 할 이유가 좀 있는 편이어서. 해보겠노라고. 살아보겠노라고. 




응응, 소진아.

이유 따위, 그게 뭐든 어때? 살아, 그게 삶이야. 살아야 사랑도 하고 미워도 하지. 산 자들의 특권이야. 이유 따윈 필요 없어. 그래, 같이 살아보자. 너의 드라마는 이제부터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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