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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Sep 06. 2020

지상파 방송국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습니다.

결혼식 전날, 식장에서 축가 리허설을 하고 있는 도중에 휴대폰에 브런치 알림이 울렸다.

'와... 드디어 나에게도 말로만 듣던
 강연, 섭외 요청이 들어오는 것인가!'


축가 리허설이 끝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메일을 열었다. 이메일 속에는 우리 부부가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무려 지상파 방송국에서 온 섭외 요청이었다!


작가님은 <기술은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발전된 기술을 통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들을 취재하고 있다고 하셨다. 정보를 찾던 도중 우연히 브런치에서 내가 쓴 유튜브 결혼식에 대한 글을 보셨다고 한다. 우리가 진행하려고 하는 유튜브 결혼식도 프로그램의 취지에 잘 맞아, 취재를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해보겠어? 일단 한 번 전화해보는 게 어때?"


아내와 상의 후, 일단 한 번 전화를 해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뚜루루루루, 뚜루루루루(통화연결음)"


"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교실남 작가입니다. 이메일 받고 연락드려요."


"아, 네~ 선생님. 저희가 <기술은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취재를 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중략) 혹시 결혼식은 언제세요?"


"내일인데요..."


"네? 내일이요? 아... 다음주 정도였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아쉬움...)"


"아, 그럼 내일은 취재가 힘드시겠네요? (...)"


"네... 당장 내일 서울에서 촬영 가기는 힘들 것 같네요... 대신에 유튜브 결혼식 링크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는 서울에서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보내드릴게요~"


3시간 정도 뒤에 다시 작가님에게 연락이 왔다.


"선생님, 혹시 수도권에 친구 섭외 가능할까요? 저희가 수도권이면 바로 내일이라도 촬영 가능할 거 같아서... 친구가 선생님 유튜브 결혼식 영상을 보는 장면들을 촬영하려고 해요."


"네~ 알겠습니다."


용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내 절친 태훈이에게 연락했다.


"야, 나 공중파 방송 나오는 거야? 진짜? 헐~~~ 오예~~~ 나 방송 탄다! 개꿀!"


태훈이는 내가 인터뷰 얘기를 꺼내자마자 환호성을 질렀다.


잠시 후 다시 작가님에게 연락이 왔다.


"선생님, PD님과 상의를 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친구를 촬영하는 것보다는 저희가 직접 선생님 부부를 촬영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내일 PD님이 지방에 내려가실 거예요. 괜찮으실까요?"


"네? 직접 오신다고요? 헐~~~ 저희 마음의 준비가 아직 안됐는데... 하하하"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그냥 원래 하던 대로 하시면 돼요~ 끝나고 저희랑 잠시 인터뷰만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음... 네! 알겠습니다!"


아내는 지상파에서 촬영을 온다고 하니 급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한 번도 경험하지 못 한 온라인 결혼식, 결혼식 축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인데, 인터뷰까지... 뭔가 신기하고 좋기는 하지만 몹시 떨린다고 했다.




드디어 결혼식 당일!


결혼식장 50인 제한 때문에 방송국에서는 1분의 PD님만 내려오셨다. 우리가 결혼식 준비로 정신없는 동안 PD님께서는 식장 한쪽에 자리를 잡으셨다. 테이블 위에는 노트북으로 우리 결혼식 유튜브 방송을 켜 놓고 현장과 실시간을 함께 보시며 촬영하셨다. 사실 우리는 결혼식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촬영을 하고 계시는지도 몰랐다.


https://brunch.co.kr/@lk4471/220


그렇게 무사히 결혼식이 끝나고... PD님에게 연락이 왔다.


"선생님 댁에서 잠시 인터뷰를 할 수 있을까요?"


 "네. 알겠습니다. 아, PD님~ 식사 같이 하실래요?"


"아~ 좋죠. 감사합니다."


거리두기 2단계라서 결혼식장의 뷔페 운영도 금지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1시가 다 되어가도록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였다. 결혼식날까지 극도의 다이어트를 하고 있던 아내는 결혼식이 끝난 기념으로 고칼로리, 고탄수화물인 중국음식이 먹고 싶다고 했고, 우리는 우리 집에서 PD님과 함께 짜장면, 짬뽕, 탕수육 같은 것들을 시켜 마음껏 먹었다. 먹으면서 PD님과 많은 대화를 했는데 의외로 생각하는 점이 비슷한 부분도 많고 이야기도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자~ 그럼 이제 인터뷰를 해 보실까요?"


"네!"


우리는 거실에 의자를 두고 앉았다. 우리 쪽으로 카메라가 무려 3대!  


엥? 액션캠이 어디 갔지? ㅎㅎ


"어떻게 유튜브 결혼식을 할 생각을 하셨나요?"


"처음에 유튜브 결혼식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특히 집안 어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코로나 이후에 일상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기술의 발전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결혼식이 가능했을까요?"


"만약에 온라인 결혼식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면 결혼식을 어떻게 했을 거 같아요?"


PD님은 다양한 질문들을 우리에게 하셨고, 인터뷰는 무려 1시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전국에 계신 예비부부님들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 많으시죠? 모두들 화이팅입니다!"

화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는 우리 부부



인터뷰가 끝나고 PD님은 다시 서울로 돌아가셨다. 아내와 둘이서 멍하니 소파에 누워서 대화를 나누었다.


"PD님이 편하게 해 주셔서 그런지 생각보다 인터뷰 안 떨리던데?"


"그러게. 근데 나는 아직도 우리가 공중파 방송 인터뷰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네. 진짜 신기하다. 만약에 내가 브런치에 유튜브 결혼식에 대한 글을 올리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도 없었겠지?"


"진짜 신기하기는 하다. 이렇게 연결이 되기도 하네... 브런치와 방송국의 조합이라니... 브런치에 글을 꾸준하게 쓴 보람이 있네, 자기야."

 


온라인 결혼식에 방송국 인터뷰까지... 우리의 특별한 결혼식은 더욱더 특별해졌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유튜브결혼식 #방송국인터뷰 #브런치섭외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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