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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수 받아 마시다 체하겠어요.

by 김주임 Feb 14. 2025

각 아파트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가장 많은 민원은 공통적으로 주차문제와 층간소음일 것 같다. 층간소음이야 이리저리 항의 전화도 하고 아파트 단체 채팅방에 저격글을 올려 사과를 받고, 앞으로 어떻게 지내겠고 어떻게 하겠다는 행동의 약속을 받기도 한다. 


 주차는 보이지 않게 피가 팡팡 터지는 일이다. 주차장 운영 규정에 조금이라도 어긴다면 언더커버 아파트 보안관이 조용히 관리사무소 또는 경비실에 신고해서 결국은 노란 경고 스티커를 붙이게 한다. 


 특히 아파트가 완공되고 만들어진 정식 주차공간이 아니라, 충분이 주차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위치에 임시로 주차 선을 그어놓고 주차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해 놓는데 그 시간을 어기면! 어디선가 반드시 나타나 신고하는 아파트 보안관 덕분에 노란 경고 스티커가 붙는다. 


 조용히 본인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경고스티커를 떼고 가시는 입주민도 있고, 전화 주셔서 한 소리 대차게 하시며 화풀이를 하시는 입주민도 있다. 


 샛노란 아파트 주차장 경고 스티커. 모든 계절에 걸쳐 잘 떨어지지 않지만 여름에는 정말 안떼지는 그 스티커. 어느 때는 관리사무소가 일을 하는가 하지 않는가를 구분하는 척도가 된 그 스티커. 


 그 샛노란 스티커는 결국 주차공간이 부족해서 이리저리 어떻게든 차량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주차를 하기위한 필사의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필사의 노력이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아파트에 등록된 차량이 한번 정리가 될 필요가 있다. 그 정리는 바로.... 바로오!!! 아파트 [주차스티서 발급]이다. 


 우리는 입주 아파트였지만 초반에 아파트 주차스티커를 발급했었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다. 정확한 주차장 운영 규칙이 생기기도 전에 발급을 했다보니 약 1000세대의 집에 너무나 많은 차량들이 등록된 것이다. 


 적으면 1대 2대 많으면 3대 4대까지. 주차장은 한정되어 있는데 너무나 많은 차가 등록되어 우리 아파트는 결단을 내리기로 헀다. "전 세대 차량 스티커 교체하기" 말만 들어도 험난한 과정인데 그 주차스티커를 받기위한 조건도 까다로웠다. 


 기본적으로 주소는 다 옮겨졌어야 하고, 본인 명의의 차가 아니면, 가족관계증명서로 확인이 되어야 했고, 결혼을 앞두고 미리 같이 살고 있는 경우는 청첩장 확인, 회사 차량은 재직증명서를 확인했다. 렌트카는 게약서를 확인했다. 회사 이름으로 계약한 렌트카는 재직증명서와 랜트카계약서를 확인했다. 


 이 차를 확인하는 과정이 너무나 험난했다. 차량을 등록할 수 있는 조건을 보고, 아줌마나 당신같은 호칭이 나왔고 전화로 싸우는 일도 허다했다. 입주민이 어떻게든 차를 많이 준비해서 주차장에 다 세워 놓겠다거나 관리사무소는 관리사무소 마음대로 하라고 하면서 본인도 본인 마음대로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입주민도 있었다. 


 그렇다고 주차스티커를 바꾸는 조건은 달라지지 않았다. 계속 강했했고 주차 스티커를 바꾸는 기간이 다 지나자 주차 스티커를 발급받지 않은 세대의 차량은 주차 시스템에서 전부 삭제했다. 


 차는 당연히 들어오지 못했고 주차 스티커로 인한 전화 내용은 점점 더 과격해졌다. 역시 그 기준은 강행이 되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그렇게 전화로 막말을 하는데 매번 바보처럼 방실방실 웃으면서 응대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거침없이 말했던 그 세대에 별표를 빨간색으로 표시해두었다. 


"저희 주차 스티커 발급때문에 왔는데요. OOO동 OOOO호요"


 표시해둔 덕분에 이 집이 문제의 막말 빨간 별표가 박힌 집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억울한 마음을 눌러가면서 목소리는 높이고, 밝게 아는척을 했다. 


"아~! 네. 오셨어요? 지난번에 그렇게 통화해서 차 어떻게 하시려나 걱정했어요."


 나의 밝은 인사에 입주민은 짧게 대답하고는 준비한 서류들을 보여주었다. 아무것도 아니게 금방 끝날일을 그렇게 언성을 높이고 험한 말을 해단 사람이었다. 어차피 원활한 아파트 출입을 위해서 한 번은 얼굴을 볼 사이인데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해가면서 전화를 했는지 이해 할 수 없었다. 그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어서 웃음 가면을 바짝 끌어올렸다. 


 정면으로 보는 나와 달리 그 입주민은 종이와 자료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마도 관리사무소에서 그렇게 통화한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고 또 본인이 그렇게 전화 했다는 것을 모를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얼굴을 마주한 그 입주민은 걸걸한 전화와 달리 신속하고 빠르게 스티커를 받고 나갔다. 


"대리님 대리님 얼굴 보셨어요?"


"응 주임님이 그렇게 이야기하는거 보고 슬쩍봤어."


"직접 만나서는 한마디도 못할거면서 전화로는 왜 그랬데요"


"그러게 생긴건 잘 생겨가지고 입은 영..."


 나는 우리가 헀던 통화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는 티를 팍팍내면서 통쾌한 마무리를 헀다. 그 날 따라 일도 더 재미있고 속도 편안했다. 얼마뒤 빨간 별표 집 사람들이 다시 들어왔다. 나는 더욱 짙은 웃음가면을 쓰고 놓고 가신게 있는지 물었다. 


 "아니요 놓고 간 것은 없고, 여기..."


 내가 있는 파티션 위에 좁은 책상이 있는데 그 위에 자양강장제 한 박스를 올려 놓았다.


 "그때 전화 통화 그렇게 해서 죄송했습니다."


 정말 받기 싫은 선물이었다. 그 통화로 손이 얼마나 부들부들 떨렸는데 자양강장제 한 박스로 사과 할 것을 어른이 되서 그렇게 전화를 받았어야 했나. 다시 그 전화가 떠올랐다. 


 "아유 저희 이런거 못받아요. 저희가 하는 일 하는건데 뭐 이런거를 받아요. 안주셔도 되요."


 거절했다. 그 입주민의 사과를. 너무나 쉽게 받아주고 싶지 않았다. 사무실 한켠에서 다 듣고 계시던 소장님이 거절하는 내 소리를 듣고 나오셨다. 내 거절에 더 미안해하는 입주민에게 말씀하셨다. 


"저희 이런거 원래 잘 안받는데 저희 고생 알아주신다는 표현이시니까 잘 먹겠습니다." 


 나 대신 소장님이 받아서 나눠주셨지만 나는 끝끝내 그 입주민이 사다 준 음료를 먹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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