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무서운 겁쟁이가 덜 겁내기 위한 방법
제가 생각한 30대는 멋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커리어 우먼에 정장에 힐이 잘 어울리고, 어떤 일이든 전문가의 (포스라는 단어가 있지만 뭔가 한글로 적고 싶은데 단어가 잘 생각이 안나네요. 힘. 아우라. 아우라는 한글은 아닌것 같은데... 잠시 검색을 해보겠습니다. 도와줘요 초록창. 아우라(aura)는 역시 영어가 맞네요. 단 아우라를 검색하니 같이 나온 단어가 있었는데 아주 잘 어울리는 단어라서 그것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 기품과 분위기가 느껴지는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막상 서른이 넘고보니, 서른도 어린 나이였고 지금도 그닥 어른같은 어른은 아닌 느낌입니다. 아직 아이가 없어서 그럴수도 있겠습니다. 그저 내 한 몸 챙기기도 급급하고 아직 눈물도 많습니다. 그런데 또 형제 자매 하나 없는 무남독녀 외동딸인데 부모님 고생은 안시키고싶고 나름대로 우아하게 지내시게 했으면 한다는 욕심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다보니 하나를 해도 잘 하고 싶고, 잘 되고 싶고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잘 하는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은데 특별히 잘하는 것은 또 없어 처음 시작하기가 참 무섭습니다. 사람도 무섭고 공포영화도 무서워 하는데 그중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새로운 시작 인것 같습니다.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려면 잘해야 되고, 잘 하려면 시도를 해야되는데 그 시도를 해보다가 넘어지고 깨진 모습을 누구에게도 들키기가 싫어서 더 시작이 무섭습니다.
제 상황이 힘들어 바로 한발짝 내딛은 그 자리만 보면서 걸어가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고개를 푸욱 숙이고 내 발이 닿은 그 자리만 보면서 나아가는 겁니다. 앞에 놓인 길이 계단인지 내리막인지 오르막인지 낭떠러지인지 살필 힘이 없이 그냥 가는겁니다. 쉬어간다는 것은 선택지에 없어요. 무조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언제 조금이라도 고개를 들어 앞을 보면서 걸을 수 있을지도 모를만큼 막막했고, 나쁜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그때 만난게 한 작가분의 광고였습니다. 글쓰기로 인생이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통장에 찍힌 잔고도 몇 천원 몇 만원이 아니라 한 달에 천만원이 넘는 수익도 날 수 있다는 광고에 혹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영영 고개가 땅에 박히도록 숙이고만 살아야 하는 줄 알았는데, 글을 쓰면 조금은 고개를 들어 하루라도 미래를 계획하면서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겁니다.
일단은 희망이 생겼는데 희망만 생겼습니다. 그때까지만해도 1년에 독서는 무슨. 공과금 밀린거 내고 하루를 버텨내는데 급급한 사람이 독서라니요. 책도 안 읽는 사람이 일기는 쓰겠습니까. 책도 안읽고 일기도 안쓰던 사람이 글을 쓰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만 생긴거에요.
깔딱깔딱 넘어가는 하루 속에서도 저는 그 광고에 넘어가 온라인 글쓰기 수업을 다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뭔가 "쓰기"를 혼자 실천하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일기도 안 쓰던 애가 남들이 읽는 글을 쓰려니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놔도 그저 앉아있기만 한겁니다. 멍하니 모니터만 노려보면서요.
무슨 바람이 마음에 불었는지 저는 꾀 적극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고, 우연히 100일간 글쓰기 챌린지를 시작했어요. 10줄을 매일 쓰는 것이 규칙이었는데 중간에 며칠 빠지기도 하더라고요. 그래도 했습니다. 글이 안 써지면, '글이 안 써져서 어렵다. 다른 사람들은 줄줄줄 잘만 쓰는 것 같은데 이래서 국어 교육이 중요 한가보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더라도 제출을 했습니다.
그 100일간 글쓰기 챌린지를 하면서 다른 사람이 제 글을 읽어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그렇게 막 쓴것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글에 하트를 눌러주시고 엄지척을 눌러주시더라고요. 모르는 사람에게서 따뜻한 핫초코같은 따숩고 달달한 응원을 받으며 성장을 했습니다. 10줄이 a4용지의 반을 채우더니 한 장을 꽉 차게 쓰기도 했습니다. 한 장이 넘어가는 날도 늘었습니다.
결석은 있었지만 글을 길게 쓸 수 있을 만큼 성장을 했고 100일은 끝이 났습니다. 뭔가 강제적(음... 안하면 혼내는게 아니었으니까 강제는 아닌데 어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국어를 공부합시다. 단어가 생각이 안나니 이렇게 답답할 수 없습니다.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인건데요...음 뭐를 검색해야 할지도 떠오르지 않네요. ) 은 아니고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은 끝이 났습니다. 뭔가 울타리 안에서 친구들과 잘 놀고 있었는데 이제는 다 컸으니 울타리 밖에서 잘 크라며 방생당한 기분이었어요.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글쓰기 단톡방에서 나와 혼자 쓰려니 적응도 안되고 갑자기 사춘기 소녀가 된 듯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런 생각에 글도 안써지더라고요. 브런치에 3개의 글을 올리고 난 뒤의 일이라 얼마간 방황을 했습니다.
다시 컴퓨터는 켜놓고 키보드 위에 손가락은 가지런히 올렸지만 글은 쓰지 못하고 한참을 앉아있다가 결국은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잠들기를 여러날. 브런치에 연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 죽이되든 밥이되든 이상한 글이든 일단 아무거나 써. 그러다가 손가락이 움직이고 머리가 움직이면 할 수 있어. 팔로워가 작고 소중하니까 얼마나 보시겠어. 일단 찌끄려."
이런 단순하고 부담없이 글을 써보자. 갑자기 잘 쓸려고 하면 또 바보 석상같이 멀뚱히 앉아만 있으니까 일단 쓰자. 운동이라는 것을 하려면 준비 운동으로 다치지 않게 몸을 풀듯. 글을 쓰기위해 준비 글쓰기를 하자. 무척 잘 쓰려고 생각하고 단어를 고르다가 글감을 잊고 길을 잃고 네비가 고장난 초보 운전자처럼 헤메지 말자.
이런 생각으로 시작한 연재인 것입니다.
말투도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앞 뒤가 안맞거나 흐름이 부자연 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글도 나중에는 자산이 되리라 믿으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