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땀이 흐르니까
서울에 비하면 참 따뜻한 곳에 살고 있다. 겨울 내내 눈은 보기 힘들고, 혹여나 눈이 왔다고 해도 잠시 흩날리는 정도다. 오죽하면 SNS에서는 한반도가 호랑이 모양일 때, 이쪽 지역만 '엉뜨'를 하고 있어서 눈이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나는 40년 넘게 이 지역에서만 살았다. 겨울에 대전이나 서울 방향으로 올라가는 일이라도 생기면 몸이 둔할 정도로 보온에 신경 쓴다. 평소에도 손발이 차가운지라 우리 동네에서도 장갑도 필수품이다.
커피를 좋아해서 매일 한 잔씩 마시는데, 여름에도 따뜻한 커피를 시킨다. 물론 추워서는 아니고, 차가운 것을 자꾸 마시면 몸에 안 좋다는 이야기 때문이다. 체온보다 차갑지 않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평소 마시는 물도 따뜻한 물을 섞어 미지근하게 마신다. 소위 말하는 '떠죽뜨'가 바로 나다.
그런 내가 필라테스를 하면서 달라졌다. 봄에 시작해서 지금 겨울이 되었는데, 그 한가운데 여름이 있었다. 여름에 땀을 조금이라도 흘리면 내 몸이 증발하는 느낌이 든다. 땀만 흘렸을 뿐인데도 기가 허하다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으로 하루종일 기운 없이 지낸다. 여름에 필라테스를 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내가 다니는 필라테스 센터 건물 1층에는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이 있다. 위가 약한 편이라 아메리카노는 못 마시고, 우유가 섞인 카페라떼나 카푸치노를 마신다. 특히 저렴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파는 커피는 한 모금 마시면 바로 속 쓰림이 느껴져 엄두도 못 내는 것이었다.
하루는 운동을 마치고 센터에서 물을 마셨음에도 회복이 되지 않았다. 내 딴에는 땀을 너무 많이 흘렸던 것이다. 당시 이온음료를 마셔도 회복에 한참 걸리는 즈음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고소한 커피 향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카페 키오스크 앞에 서 있었다. 메뉴는 항상 동일하다. '카페라떼' 주문을 하면서 고민을 했다. 뜨거운 것을 마실까, 차가운 것을 한 번 맛봐??
아이스 카페라떼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와 이래서 사람들이 아이스커피를 마시는구나 싶었다. 카페인의 효과 때문인지, 시원함 때문인지, 집으로 걸어가는 10분 동안 체력의 절반은 회복한 것 같았다. 그렇게 가끔 '아라'를 주문한다. 들고 오는 손은 시리지만 땀을 쫙 흘리고 마시는 시원함은 충분히 중독성 있다. 찜질방에서 마시는 얼음 동동 식혜보다 맛있게 느껴지는 건, 무조건 필라테스 때문이다.
대신 조건이 있다. 그렇게 매력 있는 '아라'를 마시기 위해서는 필라테스 수업을 마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해도 그 맛을 느낄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 얼죽아가 되기 위해서는 50분의 고강도 운동을 마쳐야만 한다는 슬픈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