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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 트레이너 Nov 01. 2020

트레이너의 자만이 불러온 PT 실패기

인바디 측정은 필수

부부의 건강을 관리하다


 19년 가을, 부부가 함께 상담을 오셨습니다. 특이점이 있다면 소개로 오셨다는 것. PT는 일회성 상품도 아니고, 보통 1회당 50분 이상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PT 간 서로 신뢰가 쌓인다면 운동 외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도 자주 나눕니다. 아내분은 한 2년에 걸쳐 제게 PT를 받으신 상태였습니다. 신랑 회원님은 초면이었지만 아내 회원님 덕에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다. 들은 얘기가 있다 해서 결코 상담을 대충 하지도 않지만, 되려 아내 회원님의 면을 세워드리기 위해 더 집중해서 상담했습니다. 


 개구지고 유쾌한 겉모습과 달리 몸 상태는 종합병원이었습니다. 특히 오른 손목은 일상에도 지장이 있을 만큼 안 좋았습니다. 이 외 스쿼트 시 무릎도 불편했습니다. 지금은 괜찮지만, 허리와 목디스크도 있었습니다. 해야 할 게 많았지만 주어진 시간은 15회. 그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거만 추려서 최종 목표를 정했습니다. “체력 &근력 &심폐기능 강화, 체지방 감소.”


 PT와 운동을 2년여 꾸준히 한 상태라 큰 욕심을 내지 않으셨고, 대화가 편했습니다. 음주도 즐기셨지만, 회원님이 사전 경험이 있으니 PT 땐 알아서 식단관리도 잘하실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아주 다행인 건 스스로 몸 관리에 굉장히 신경 쓰시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


신랑 회원님의 프로필 : 32세 남성, 73.6kg &20.8%


 178의 키에 적당한 체중과 체지방률이어서 외관상 딱 보기 좋았습니다. 오른 손목의 불편과 부상 위험이 있으니 운동을 잘 골라야 했습니다. “체력 &근력 &심폐기능 강화, 체지방 감소” 목적으로 우리가 주로 할 운동을 정했습니다.


 첫 수업 때 회원님의 몸 상태를 자세히 파악했습니다. 사이드 스텝으로 워밍업을 마치고 스퀏을 해본 결과 왜 무릎이 아픈지 알 수 있을 만한 단서가 있었습니다. 아주 다이나믹한 스퀏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세가 불안한데 운동 속도는 아주 빨랐고, 가동범위도 넓었습니다. 이런 경우 관절과 그 주변 조직의 손상이 누적됩니다. 아마 2년여간 이런 형태의 운동을 하면서 무릎이 많이 손상된 것 같았고, 중급자 이상의 회원님을 상대로 속도와 가동범위를 제한하여 처음부터 자세를 다시 잡아 나갔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잘 배워 주셨고 늘 하던 스퀏을 했지만, 그간의 pt서 느끼지 못한 하체 타는 느낌을 첫 pt서 경험시켜 드렸습니다.


10 1달간 총 10 PT : 식단관리는 셀프운동에만 전념


 지난 2주 총 4회 간 서서히 몸이 운동할 수 있게끔 컨디션을 올리며 회원님의 몸 상태를 지속해서 파악했습니다. 손목과 무릎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여럿 시도하며 최종 운동을 추렸습니다. 그걸 토대로 이제 남은 시간 동안 결과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큰 틀에서 진행한 운동은 “사이드 스텝, 스퀏, 데드, 런지”였습니다. 심폐기능 강화를 위해 휴식시간을 칼같이 지켰습니다, 세부적으론 3가지의 변형 스퀏을 추가하여 더더욱 근육과 심폐기능이 마구 작동할 수 있게끔 운동을 구성해서 진행했습니다. 10월 1달간 부지런히 나온 결과 총 10회의 PT를 진행했습니다. 매시간 회원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쌤! 스퀏이 이렇게 힘든지 몰랐어요.”

“쌤 수업은 소리 없이 강하네요.”

“근육통 아직도 심해요(진짜 심했어요).”


 PT 때 조금 힘들어도 너무 힘들다며 엄살 부리는 분들도 종종 있습니다. 근데 이분은 제가 봐도 운동 질이 좋아서 힘드실 만했습니다. 거기다 휴식도 정확하게 지키고, 동작을 엄격하게 했으니 더욱 힘드셨을 터. PT 때도 적극적인데 PT 전후도 성실했습니다. PT 전 항상 먼저 와서 워밍업, PT 후 쿨다운을 항상 스스로 챙겨했습니다. 저는 이 모습에 분명히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제 스스로 이미 확신했습니다. 회원님께선 인바디 하자는 요청도 없었고, 제 판단에 인바디 측정은 불필요했습니다. 하체 밀도가 탄탄해지고 사이즈가 점점 커진다는 회원님의 간증은 결과를 보지 않았음에도 성공을 확신케 했습니다.


 또 본인이 이미 식단관리의 중요성은 잘 알고 계셨습니다. 알아서 가려 드시라고 알려드리고 신경 안 썼습니다. 첫 PT부터 마무리 PT 할 때까지 아내의 음주사실을 때때로 내부고발 하시면서 여러 차례 웃음을 주셨습니다. 이는 본인은 잘하고 계신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스스로 떳떳해야 저런 내부고발도 가능합니다. PT 기간 동안 아내의 맞고발은 없었습니다. 단 한 차례도. 이 정도면 성공을 위한 모든 조건이 완벽했습니다.


완전히 상황 바뀐 11그리고 PT 종료

73.6kg &20.8%  72.2kg &20.4%


 10월과 달리 11월은 상황이 완전히 바꼈습니다. 본인의 운동 의지와 달리 회사에선 유창한 영어를 하는 그를 2주간 중동으로 보냈습니다. 2주를 통으로 날렸습니다. 그 먼 중동에서 식단은 커녕 애초에 음식이 입에 맞기나 했을까요? 10월은 총 10회의 PT를 했지만, 11, 12월 합쳐서 총 5회의 PT를 했습니다. 출장 전 3회, 출장 후 2회의 PT를 끝으로 마지막 수업을 종료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체중 1.4kg 체지방 0.6kg이 빠졌습니다. 체지방률은 0.4% 빠졌습니다. 성공 같은가? 근육량도 함께 0.3kg 빠졌습니다. 이 정도면 현상 유지라 봐야겠지만 돈과 시간 써가며 PT 투자한 건데 실패입니다. 제가 성공을 확신했더라도 중동 출장 소식을 듣곤 즉시 인바디를 체크했어야 했고, 그 결과에 따라 피드백을 드렸어야 했습니다. 또한, 중동 출장 소식이 없었더라도 그저 자율로 맡기지 말고 체크를 했었어야 맞습니다.


 마지막 수업 당일 인바디 측정 순간까지 사실 저는 의기양양했습니다. 더 많은 체지방 감소와 근육량 증가를 확신했으나 결과지를 보고 황망했습니다. 그저 죄송할 따름이었습니다.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죄송한 마음에 가득해 거듭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니 회원님은 괜찮다며 되려 저를 위로하셨습니다. 죄송함과 미안함만 가득 남긴 채 그렇게 마지막 수업을 끝냈습니다.


뒷이야기


 종종 음주하며 같은 시기에 15회 PT 한 아내 회원님의 결과는?

61kg &29.9% → 58.6kg &25.2%. 체중 2.4kg, 체지방 3.4kg, 체지방률을 4.7%나 빼면서 근육량을 0.9kg을 올리셨습니다.


 신랑의 PT 종료 후 제가 죄송해하는 걸 전해 들은 아내 회원님이 제게 따로 해 주신 얘기가 있습니다. 축 처진 저를 배려해서 해 주신 얘기겠지만 듣다 보니 웃음이 나왔습니다.


 첫째, 신랑 회원님은 PT 끝나고 귀가하며 ‘닭강정’을 자주 사드셨다고 합니다.

 둘째, 아울러 자기가 맞고발을 안 했을 뿐이지, 술도 늘 같이 드셨다고 합니다. ㅎㅎ

뒤늦게 또 다른 진실을 알게 된 저는 당했다는 생각과 함께 웃음이 났습니다. ㅎㅎ


기승전결 : 애초에 인바디를 하지 않은 게 잘못. 적절한 시점에 인바디는 꼭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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