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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 트레이너 Nov 01. 2020

100kg넘는 회원, PT 후 체지방 더 늘어난 실패기

죄송합니다 회원님.

다이어트가 필요한 그녀


 19년 한여름, 여자 회원님이 땀 뻘뻘 흘리며 방문 상담을 오셨습니다. 목적을 물었더니 다이어트였습니다. 육안으로도 다이어트를 하시면 좋을 것 같았고, 체성분을 측정해보니 그것만큼 급하고 중요한 목적이 없었습니다. 첫 상담을 마치고 돌아간 그녀는 며칠 뒤 등록을 했고 그렇게 PT를 시작하게 됩니다.


시작 당시 그녀의 프로필 : 27세 여성, 102.9kg &49.8%


 그녀의 프로필은 위와 같습니다. PT 30회를 등록하셨는데 상담을 통해 우리가 목표로 했던 최소치는 89.9kg &39% 미만이었습니다. 최소치가 그 정도, 많이 빠질수록 좋은 상황.


 상담 결과 다이어트를 함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딱 1가지. 회식! 회식이 주 3~4회씩 됐습니다. 회식이 많으면 우선 식단을 지키는 게 참 어렵습니다. 다이어트를 할 때는 약속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또한, 회식에 뺏기는 시간만큼 운동뿐 아니라 휴식할 시간, 음식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니 여러모로 불리합니다. 그런데 그녀는 술도 좋아했습니다. 주량이 소주 2~3병, 안주도 딱히 가리지 않았습니다. 회식의 최소화가 그녀의 다이어트에 있어 핵심이라 생각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PT 때마다 틈틈이 신신당부 드렸습니다. 또한, 당장 식단을 들어가지 않지만, 식단 때까지는 가려 드시라는 당부와 함께.


 한 가지 다행인 것은 PT에 대한 이해와 성공 경험이 있었습니다. 한 2년 정도 주 5회씩 PT를 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 15kg 정도를 감량했다 하시니 괜히 안심됐습니다.


PT 3주 차 : 체중 변화 없이 식단 시작


 처음부터 식단을 하면 좋겠지만 그녀의 몸 상태와 체력은 좋지 않았습니다. 만 2주가 지난 3주 차 때 식단을 시작했습니다. 102.9kg에서 시작한 체중은 식단 시작 때 102.8kg이었습니다. 그간 운동을 주 2.5회 하셨기에 2자리 체중이 됐을까 기대했는데 그러진 못했고 저는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 식단을 잘하면 차차 빠질 텐데 뭐….


5주 차 인바디 측정 : 102.9kg &49.8%  101.8kg &49.3%


 7월 9일 첫 운동을 했고, 8월 12일에 측정을 했습니다. 만 1달이 조금 더 지난 시기. 한 달 전보다 체중과 체지방이 1.1kg씩 빠지면서 체지방률이 0.5% 떨어졌습니다. 그간 10회의 운동을 했으니 출석도 괜찮았습니다. 우리의 기대치엔 결과는 못 미쳤지만 좋은 쪽으로 방향이 흘러가고 있으니 아쉬운 대로 격려를 하고 더 힘내시길 응원했습니다. 그리고 수업시간 내내 어떻게 드셨는지 확인하며 구두 관리를 했습니다. 수업 후엔 영양과 다이어트 글을 링크해서 열람케 하고, 수시로 기습 질문을 하며 긴장이 풀리지 않게 체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매 수업시간 시작과 동시에 체중을 체크했습니다. 가려 드신다던 회원님 말씀과 달리 체중 감소 추이는 매우 더뎠습니다. 약속한 30회의 반환점인 15회 차 PT인 8월 30일의 체중이 100.9였습니다. 저는 여기서 더 기다릴 수도, 지켜볼 수도 없었습니다. 저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이제 딱 절반 남았으니 그 기간 동안 무조건 빼드려야 합니다.


 8주 차 : 문제 해결을 위해 식단 노트 작성 교육 및 피드백 시작


 저는 회원님께 식단 노트를 작성하게 했습니다. 날짜, 시간, 음식 종류를 작성하는 법을 교육해드리고 필요한 양식을 드렸습니다. 그때부터 10여 일간 회원님은 매우 성실히 잘 작성해오셨습니다. 회원님이 작성해오신 식단 노트는 제가 짜 준 식단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100.9였던 체중이 9/9일에 102로 올라갔습니다.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정말 이렇게 드신 게 맞으세요?”

“네”

“회원님, 제가 보기엔 이렇게 안 드신 거 같아요. 못 믿어 죄송하지만, 몸은 정직합니다. 저는 회원님을 도와드리고자 하니 다시 여쭤볼게요. 정말 이렇게 드셨나요?

“네”


 정말 식단대로 드셨을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답답하지만 별수 없었습니다. 드셨다는데 넘어가는 수밖에. 결과를 만들기 위해선 이것저것 다 해봐야 하는데 속만 타들어 갔습니다. 운동은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고, 퍼포먼스도 처음보단 훨씬 좋아졌는데 대체 무엇이 문제라서 안 빠진단 말인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식단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거기서 멈췄습니다. 서비스 이용자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은 서비스 제공자로서 매우 불필요한 행동입니다. 혼내거나 화내서 행동이 바뀌시면 그렇게 하겠는데 그럴 일도 아닙니다. 애초에 식단대로 드셨다고 하는데 제가 뭘 더 어쩌겠습니까…. 답답한 마음을 추스르고 회원님과 주 2-3회씩 수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또 일이 터졌습니다. 9월 9일 수업을 끝으로 그때부터 10월 말까지 50여 일 사이 회원님의 일이 너무 바빠져 3번밖에 못 나오셨습니다. 참담했습니다. 102.9에서 시작해서 3kg도 못 뺀 상황에서 다시 50여 일의 공백이 생겼습니다. 한가할 때도 안 빠지던 체지방이 바쁘면 빠지기가 더 쉽지 않을 터. 남은 횟수는 6회가 전부. 앞으로의 결과가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PT 종료 시 최종 인바디 : 102.9kg &49.8%  105kg &50.6%


 그녀는 바쁜 일이 모두 지나간 11월에 복귀했습니다. 복귀 날 체중을 재고 저는 또다시 좌절했습니다. 저보다 더 좌절했을 그녀에게 불필요한 얘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침묵 속에 둘 다 서로의 할 일을 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수업 때 최종 체성분 측정을 했습니다. 첫 수업 대비 2.1kg의 체중이 늘었고, 0.8%나 체지방이 더 늘었습니다. 30회의 PT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입니다. 결과지를 받아 들고 나온 제 입에서 나온 말은 한마디가 전부였습니다.


“죄송합니다. 회원님.”

 인바디 측정 후 그렇게 우리는 마지막 수업을 했습니다. 마지막 수업의 홀가분함은 없었습니다. 적막 속에 수업이 이뤄졌고, 서비스 제공자로서 죄송함과 미안함, 실패감만 가득했습니다. 제가 오너로 있는 제 사업장에서 첫 실패를 그렇게 경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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