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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진 Mar 15. 2020

바나나 우유 기침

딸아, 너의 말로 아빠도 자란단다

감기에 걸려 기침하다 뜬금없이,


"아빠! 나는 바나나 우유 기침이야."


하연이가 매일 아침 먹는 바나나 우유 맛이

기침과 함께 올라왔나 보다.





코로나 19가 우리의 겨울을 집어삼켰다.

아이가 있는 우리 같은 집은 그 어디에도 쉬이 갈 수 없고,

그 누구도 쉽사리 만날 수 없다.

공공장소에서 사레라도 들려서 기침을 하게 되면

죄인이 따로 없다.

온 시선이 내게 향하는 것 같고,
"저 건강해요. 걱정 마세요."라고 외치고 싶지만

그게 더 민망한 일인지라 조용히 구석으로 가서

남은 기침을 소화해낸다.

반대의 입장이 되면 나는 더 유난이다.
아이 근처에서 누가 재채기라도 하면 딸을 데리고

먼 곳으로 피신한다. 최대한 티 안 나게 도망가지만

그래도 죄송스러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금세 진정될 거 같던 사태는 한 종교 집단에서 대규모로

환자가 발생하며 완전히 뒤바뀌었다. 신천지 예배에서

코로나 19가 대규모로 전파되며 동시다발적으로

확진환자가 급증하는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난 거다.


이런 장면을 보면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월드워 Z>나

밀라 요보비치 주연의 <레지던트 이블>에 나오는

세상의 끝이 정말 현실로 나타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두 영화의 끝은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결국 같은 내용이다


인류는 바이러스를 이겨낼 방법을 찾아내고 재건을 시작한다. 고통만 주던 희망이란 녀석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지금 영화처럼 세계의 종말이 찾아온 것은 아니지만,

영화의 결말처럼

하루빨리 이 바이러스를 이겨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은 최소한 우리 서로의 존재를

바이러스로만 인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이러스를 옮기는 기침이 아니라

향긋한 바나나 냄새가 퍼지는 기침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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