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낭시에, 바다 그리고 파랑

10/13 부정적인 감정들에 이름 붙이기

by 오뚝이


@대만


10/13 월요일


오늘은 유난히 하루종일 긴장이 된다..

모의고사가 일주일 남았는데, 그리고 나는 학교에 가서 보는 것도 아니고 옆 학원에서 보는 건데 왜 이렇게 긴장이 될까 싶다. 작년에는 이렇게까지 긴장되지 않았던 거 같은데. 작년이라고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거 아닌데. 본시험도 아닌데.


사실 모의고사 그 자체보다 모의고사 이후의 시간부터 본시험 때까지의 시간이 벌써부터 걱정이 되어서인거 같다. 얼마나 힘들지 이미 여러 차례 겪어봐서 아니까. 몰랐으면 별 생각 없을 텐데.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도 있지 않나. 나는 너무 많이 겪어서 오히려 용감하지 못하다. 다년간의 수험생활을 하며 어느 시기에 얼마나 힘들지, 어느 시기에 얼마나 체력이 떨어지는지 미리 알고 있다.

미리 알고 있다는 것이 나를 무섭게 한다.


@강릉


결국 나의 정신적 지주인 호주에 사는 친한 언니에게

SOS를 쳤다. 언니는 지금 긴장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고 했다.

맞아. 생각해 보면 로스쿨 입학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시험을 치며 항상 긴장 속에 살았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들을 잘 지나왔지.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이놈에 긴장감은 도통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정말이지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종류의 긴장감이다.


그래서 나의 불안, 긴장, 두려움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에 귀여운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다.


불안이는 뭐로 할까.

요즘 자주 사 먹는 휘낭시에로 할까?

긴장이는... 바다를 보고 싶으니까 바다로 할까?

두려움은... 내가 좋아하는 색인 파랑이로 할까?


휘낭시에 또 왔구나. 왜 또 왔어.

오늘은 어떤 모습, 어떤 맛으로 온 거야?

내가 다 먹어버려야지.


바다. 너는 너무 깊어. 그렇지만 나는 수영을 잘하니까 괜찮아.


파랑이 너는 하양이와 섞이면 하늘이가 되어서 더 예쁠 거 같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는 부정적인 감정들에 잠식될 것만 같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책도 있잖나. 내용은 전혀 기억이 안 나지만...


나의 휘낭시에, 바다, 파랑이를 조금은 귀엽게 생각하며 또 왔구나 하며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지.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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