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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다.

10/22 언제 또 불행해질지 몰라서 올리는 글

by 오뚝이


햇빛에 타서 까매진 발. 안 씻어서 까만거 아님.




엄마가 말씀하시는 ‘할 수 있는 만큼’의 기준을 잘 모르겠으나… 엄마가 나의 카드 사용 내역을 보시고는 하루에 커피를 다섯 잔을 마시는 날들도 있는 것을 보시고 내가 건강을 버려가며 미친 듯이 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다. 지금은 커피를 하루에 다섯 잔씩 마시지는 않는다. 많이 마셔봐야 세 잔…


나의 건강은 로스쿨에 입학한 순간부터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 거 같다. 로스쿨 분위기에 적응을 못했고 공부에도 적응을 못했다(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자체를 몰랐음).



시험 끝나고 기회가 된다면 쓰려고 했는데 짧게만 언급하면 내가 다녔던 로스쿨의 교수들은 성적, 출신 대학으로 학생들을 차별했다(실화임). 나는 나름 좋은 대학을 나와서 처음에는 나에 대해 기대를 보이는 듯했으나 학교 성적이 엉망이었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내 인사를 받지 않는 교수도 있었다 ㅋㅋㅋ 그래서 나도 그 교수랑 마주치기 싫어서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학생들이 학교의 부당함에 절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 속에서 패배주의에 젖은 채 그냥 빨리 졸업이나 하자, 빨리 합격이나 하자하는 생각들만 했고 나는 그게 적응이 안 됐다. 그렇다고 내가 나서서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나는 이미 교수들이 버린(?) 학생이었기 때문에 그냥 그림자처럼 학교를 다녔다.

그러면서 마음이 많이 아프기 시작했다. (교수들 때문은 아님. 공부가 힘들고 졸시, 변시 걱정으로 힘들었음.)


내가 공부하고 있는 ‘법’.

분명히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살면서 송사에 휘말릴 일이 없으면 좋겠으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이 벌어지기도 하니까(제 얘기는 아닙니다.).

아주 가끔 나에게 법 관련해서 물어보는 경우가 있는데 내가 공부한 부분이어서 대답해 줄 수 있는 것일 경우 희열이 느껴지기도 한다. 한 0.3초 정도?

배부른 소리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애초에 로스쿨에 들어가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던 거 같다(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이므로… 원래 내 고통이 세상에서 가장 큰 거니까…감히 이렇게 써봅니다.) 그런데 이놈에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때문에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 (전형적인 사서 고생하는 스타일)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내가 한 공부가, 내가 견딘 시간들이 쓸모없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 힘든 시간 동안 다른 생각 안 하고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깟 불합격, 뒤처짐 때문에 내가 나를 죽이지 않고 맛있는 휘낭시에를 먹고 도림천을 걷고 친구들과 가끔 연락을 주고받고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사랑스러운 강아지 보리를 보고 이곳에 글을 쓰며 작가님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부디 내가 나 자신을 괴롭히지 않고, 너무 욕심부리지도 않고 지금처럼 평온한 마음으로 지내고 싶다. 정말로. 제발.


요즘 뜨는 브런치북 입성. 저번엔 하루만에 없어졌는데 과연 이번엔..?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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