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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선생님 Apr 29. 2024

내 아이의 문해력은 사교육으로 자라지 않았다.

아이는 오늘도 길을 가다가, 마주하는 글자를 보며 묻는다. "엄마, 만원이 뭐야?(엘리베이터의 글자를 보며)"

"응, 사람이 많-다는 뜻이야. 혹시, 돈 만원 인 줄 알았어?" "응,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만 원 내는 건 줄 알았어." "푸하하- 꺄르르.." 이런 식의 대화가 오고간다. 아이는 내가 생각해보아도 나의 7살 때보다 훨씬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생각된다. 고슴도치 엄마이기 때문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호기심이 그 당시의 나보다 많음은 분명하다.


아이와 나는 그림책방, 서점, 중고서점을 자주 드나들었다. 돌이 지나자마자 도서관에 가고, 아이가 책을 보는 방법을 배우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좋은 모델링이 도서관과 서점에는 많았다. 특히, 그림책방을 자주 갔는데, 그림책방 대표님들은 마치 쇼호스트같이 그림책을 소개해주곤 했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그 눈빛과,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에 전해지는 진심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아마도, 36개월도 채 되지 않았던 나의 아이도 그 진심을 느꼈으리라.

6살 아이가 쓴 그림책의 한 문장.

아이는 6살이 되면서 글을 복잡한 받침 외에는 대부분 읽기 시작했다. 한글을 깨우치기 위한 그 어떤 사교육도 없었다. 그 안에 여러 교재를 탐색하며 아이에게 맞는 것을 찾는 엄마의 노력은 있었다. 우리가 나가는 탄천 바닥에 쓰여있는 여러 글자가 한글 선생님이 되어 주었고, 자연스러운 노출이 되어주었다. 아이가 호기심이 많아지면서 "무인", "임시휴업", "24시간"의 의미를 묻곤 했다. 엄마도 자연스레 머리를 써야 하는 시기를 맞이한 기쁨과 긴장감이 동시에 들었다.



생각해보면 아이는 사교육과 수많은 전집으로 어휘력을 쌓고 글을 익히지 않았다. 단 한가지 노력이 있었다면 가정에서는 가능하면 tv를 꺼두는 것. 분위기가 너무 지루하거나 bgm이 필요할 때는 오디오 동화나 영어 노래를 틀어주었다. 아이는 그렇게 자기만의 문해력 밭이 가꾸어졌고, 7살이 된 지금은 스스로 일기를 쓰거나 가끔 책을 만든다.(책 만들기에 대한 흥미는 조금 잃은듯하다.)


마음을 다잡아도 스마트폰 앱을 여는 순간 여러 자극을 마주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어릴 적, 전집을 판매하시는 가정 방문 교사가 집에 왔던 기억이 남아있는데, 지금은 그보다 수백배는 더 많은 자극과 광고를 마주하고, 때로는 비교로 이어진다. 


아이의 초등학교를 어디로 보내면 좋을까 고민하는 초보 엄마이지만, 그래도 한 가지 메시지를 전하자면, 아이의 문해력에 많은 사교육을 투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7세 미만의 시기에는. 매일 마주하는 바깥 풍경도, 간판도, 아이와 나누는 대화도, 그리고 아이와 함께 고른 그림책이 좋은 교사가 되어줄 수 있다. 


문해력을 꼭 키워야만 한다면 왜 키워야 할까?


나를 비롯한 양육자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진심을 살펴볼 때다. 아기띠를 하고, 뛰어다니는 아이를 잡으며, 서점을 오가던 시절이 문득 그리워지는 7살의 봄이다. 

이전 01화 아이는 왜 읽고 써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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