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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말하기는 '배려'다.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말은 무엇일까?

by 말선생님 Mar 25. 2025

언어치료학과 4학년 때, 부모상담 수업을 들었다. 곧 언어치료 현장으로 나가서, 부모님들을 마주한다고 생각하니 수업을 들을 때조차도 긴장감이 커졌다. 매 수업시간마다 상담 이론과 시연을 조금씩 동반했다. 수업을 이끄셨던 교수님은 '전공 용어를 함부로 남발하지 않기' 메시지를 자주 전달해주셨다. '왜일까? 전공 용어가 자주 사용되면 오히려 유식한 치료사가 될 것 같은데. 왜 사용하지 말라고 하시지?'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이유를 조금씩 터득할 수 있었다. 상대방에게 어려운 말을 사용할 수록, 나의 말은 전달력을 잃을 뿐더러 오히려 내용의 구멍이 더 적나라하게 보여진다는 것을. 말을 잘 한다는 뜻은 전달하려는 지식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뿐 아니라 상대방을 그만큼 배려한다는 의미였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우리는 배려를 언제 하게될까? 물론, 도덕성에서 나오는 배려도 있지만, 내 마음과 환경이 어느정도 여유가 있을 때 배려가 나온다. 내가 당장 먹을 음식이 없는데 상대방을 배려해서 음식을 나누어 먹기란 쉽지 않다. 내가 배부르고 음식이 넉넉하다면 없던 배려도 절로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말하기도 이와 비슷하다. 내 마음의 여유, 그리고 스피치에서는 내가 전달하려는 지식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발표를 할 때 떨리는 이유는 내가 준비한 내용이 정확한지 스스로에게도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목소리 크기가 점점 줄어들 수록 교수자는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이 학생은 본인이 발표하고 있는 내용 조차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군. 또는 확신이 없군.'



논문 발표를 하다가 지도교수님께서 '초등학교 5~6학년 아이들이 알아듣도록 전달해야 한다'라고 조언을 주신 적이 있다. 지금은 당시보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의 문해력이 더 낮아졌지만, 그만큼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논문의 내용과 목적을 청중들에게 쉽게 전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대학원생들이 프로포절이나 심사에 관찰을 하더라도, 내 발표는 그 누구의 귀에도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나와 교수님과의 독대 현장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소위 말하는 '꼰대'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절제 버튼을 눌러야 한다. 사회가 급변하는 이 시대는 각자가 가진 경험이 다를 수밖에 없다. mz 세대의 개인주의를 비판하면서 '라떼토크'를 이어간다면 오히려 공감대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혼과 출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상대방은 내 이야기에 관심조차 없는데 육아의 장점을 늘어놓아야 다음에는 대화를 하고싶지 않은 상대로 기억된다. 상대방이 현재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환경은 어떠한지, 모르면 실례가 되지 않는 선에서 물어보아야 한다. 아는체하고 훈수를 두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언젠가 책모임을 하면서 현재 스타트업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회적으로도 꽤나 알려지신 분임에도, 대표들과의 모임에서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했다. 돌아오는 길에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찜찜함이 클 때가 많아서 갖게 된 습관이라고.


* 경청을 베이스로,

-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자.

- 상대방의 상황과 나의 상황 또는 감정이 같으리라 추측하고 조언하지 말자.

- 마음의 신호가 온다면 먼저 듣자. 


결국, 대화는 겸손의 향연이다. 내가 얼마나 많은 지식을 담고 있는지, 재치있는 사람인지, 입담이 좋은 사람인지 증명하지 않더라도 상대는 알고 있다. 다음에도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절제 버튼을 누르고 가다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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