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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도 외향인일지도 모른다.

내향인도 말을 잘 할 수 있을까.

by 말선생님 Mar 26. 2025

언제부터였을까, 혼자 있는 시간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대학교때에도 그랬던 것 같다. 룸메이트들이 모두 집에 간 주말이 좋았다. 혼자 듣고 싶은 노래도 크게 틀어놓고, 잠도 더 편하게 자고, 전혀 심심함을 느낄 틈이 없었다. 주말뿐 아니라 명절에도, 과제를 핑계로 하루 정도는 더 일찍 기숙사로 향했다. 혼자 충전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했다.

아이를 출산한 이후에는 더욱 더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아이가 아프거나 다른 일이 있어서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는 날은 밤이면 내 멘탈은 녹초가 되어있었다. 신랑과도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나 좀 혼자 냅둬! 오빠는 야근하고 왔잖아. 이제 내 시간 좀 갖자." 내 시간을 갖는 것과 대화를 나누는게 대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건지 남편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요즘도 그렇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어느 책을 읽다가,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사례가 나왔다. 책 속의 사례자는 어린 시절 imf로 인하여 가세가 기울었고, 가족들과도 한때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 깊이있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학창 시절에 당했던 따돌림이 원인 중 하나였다. 나 역시도 시골로 이사와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던 터라 사연에 깊은 공감이 갔다. 분명 그 시골로 이사오기 전의 내 모습은 발표를 좋아하고, 적극적이고, 친구들 앞에서 주눅이란 들지 않았던 모습이었는데. 물론, 초등학교 2학년이라 그러했을 수 있지만, 시골로 이사온 이후이 나의 학창 시절은 자존감이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또래 관계 영역에서는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한 학년에 한 학급 씩, 초등, 중등을 같이 보내야 하는 지옥아닌 지옥의 학교. 멀쩡하게 학교 생활을 해도 학급을 바꾸는게 환기가 되어주는데, 당시 아이들은 자신들끼리 사람을 상중하로 나누고, 무리를 번갈아가며 짓고, 따돌림을 반복하곤 했다. 성인이 되어서 생각해보니 도시에서 전학온 친구들이 초등학교 4-5학년 때 급작스럽게 많아졌는데 당시가 imf 시작지점이라 그렇지 않았을까 납득이 갔다. 서울에서 직장을 잃고, 빚을 지고, 시골로 도피하듯 온 가정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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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남 앞에 나서는게 부끄럽고 주눅이 들었다. '수군대는거 아닐까? 판단받는거 아닐까?' 갖은 생각이 들었지만, 사회 생활을 하면서 부끄러움이 잠시 들어갔다 나왔다 반복되었다. 지금은 직업상 부모교육이나 관련 강의를 진행할 때도 있는데 해마다 두려움을 극복해가고 있다. 


강의를 하다보면 늘상 좋은 피드백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더 큰 곳에서 강의를 할 때를 위한 예방주사라 생각하곤 했다. 나의 강의와 내가 쓴 책에 대해 자신감이란 옷을 덧입혀주는 연습을 했고, 지금도 그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다시 생각해보면, 외향인이라고 해서 말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그 반대도 아니다. 외향인이지만 횡설수설 내용없는 말만 반복할 수도 있고, 내향인이지만 그 순간에 할 말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도 있다. 중요한건 자신감을 갖는 마음이다. 그러니까, 스스로가 내향인이라, 말수가 없어서, 말을 잘 하지 못한다고 단정짓지 않아야 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자신을 수포자라고 명명할 수록 수학을 못하게 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한다. '나는 역시 수학을 못해' 이렇게 스스로를 가두게 되니까, 오히려 수학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말은 생각에서 나오고 그 말을 사람은 실행하게 된다.


우리는 누구나 말하기를 극복할 수 있다. 출산한 후, 처음 복직을 했을 때 어른과의 대화가 낯설었지만 어느새 적응이 되었고, 발표나 강의 현장에 자주 노출되면 몸과 말이 그 분위기를 기억한다. 나는 잘 할 수 있다고, 누구에게나 말하기는 쉽지만은 않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이도 자존감이 상승하는 '내가 최고야' 시기인 7~8세 무렵은 마음껏 뽑내고 자랑하는 경험을 가져야 한다. 우리 아이가 최고라고 말해준다고 해서, 아이가 교만하게 자라지 않는다. 오히려 그 칭찬으로 타인을 인정해주는 씨앗이 심겨질 수 있다.


- 스스로를 단정하지 않기 - '나는 말을 못해' -> '잘 할 수 있어.'

- 말하기에 상처가 있었던 그 어느 지점을 기록해보기.


언어치료사라고 하지만, 부모상담이 늘 매끄럽지 않듯, 말하기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지만 노력을 기울이면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어른의 말하기, 다시 리셋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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