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대한민국 공부의 문제는 입시위주란 데 있다.
공부하는 이유가, 살기 위해서다.
근데 그 삶이란 게, 정해진 틀이고 확실하지도 않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 좋은 동네.
생존에 최적화 된 설정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것밖에 안 본다는 데 있다.
만약 저게 삶의 전부라면, 솔직히 살 가치가 있는 지 모르겠다.
나 말고도, 다 저렇게 살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마저, 저렇게 사는 사람과 같은텐데
그게 무슨 의미가, 가치가, 즐거움이 있을까?
정말 죽지 않기 위해 살 뿐이다.
난 뭔가 나를 쌓는 다는 느낌을 갖지 못했다.
통과해야 한다는, 압박감만 있었다.
하나씩 쌓아 올려, 뭔가를 만들어야 하는데,
남의 성을 보는 데만 급급했다.
그렇게 내가 쌓은 성은, 매번 무너졌다.
왜 쌓는지, 어떻게 쌓을지 전혀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어만 해도 그렇다.
난 오직 시험을 위해 공부했다.
다른 이유는 1도 없다.
당장의 가치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런 실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 남은 건 단어 몇 개 뿐이다.
반 백을 넘긴 지금,
내가 뭘 쌓았는지 모르겠다.
모양은 둘째치고, 거의 형태가 없는 거 같다.
바닥.
몇개의 부서진 벽돌들만 흩어져 있다.
한국 사람들이 돈이 환장하는 게 이런 이유같다.
돈 만이, 살아온 삶의 가치를 증명해 주기 때문이다.
돈이 쌓은 성.
한국의 중년이 공허에 빠지는 이유는,
돈 말고 아무 것도 남은 게 없기 때문이다.
근데, 그게 채워주진 않는 가 보다.
이상한 책들이 그렇게 잘 팔리는 걸 보면.
내가 본 제일 웃기는 책들이
'몇 살에 읽는 맹자' ''몇 살에 보는 쇼펜하우어' '같은 것들이다.
결국 남의 인생을 또 따라하려 한다.
그것도 수백년 전 사람의 생각을 말이다.